김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보리밥에 고추장, 참기름 듬뿍 넣어 쓱쓱 비벼먹는 ‘보리밥’. 아련한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시골밥상의 향수를 넘어 어느새 웰빙 메뉴의 대표 주자로 자리 잡았다.
후한 인심의 ‘보리밥 정식’
송파구와 성남의 경계에 자리 잡은 보릿골. 주말만 되면 인근의 남한산성을 찾은 나들이객과 외식 나온 가족들이 몰려 늘 사람들로 붐빈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보리밥 정식. 열무김치, 쑥갓나물, 콩나물, 무 생채, 돗나물, 상추 겉절이, 무순 등 여덟 가지 나물이 푸짐하게 한상 가득 나온다.
보리밥에다 취향대로 나물을 넣어 고추장과 참기름을 양껏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면 된다. 늘 손님이 많고 테이블 회전률이 좋아 식재료들은 싱싱한 편. 제철에 난 채소와 나물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밑반찬 중에서는 양념한 된장에 무쳐 아삭아삭한 풋고추가 독특한 맛을 낸다. 보리밥 양도 많기 때문에 주문할 때 감안하는 것이 좋다 .
쌀, 밀, 보리 등 곡물 가운데서도 보리는 단연 최고의 웰빙 식품으로 꼽힌다. 대장암 예방, 콜레스테롤 개선, 혈당 조절을 돕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특히 장의 연동운동을 도와 변비에 효과가 높다. 옛날 보릿고개에 굶주린 배를 채워주던 고마운 ‘서민 음식’이 웰빙 열풍을 타고 건강식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구수한 콩비지, 청국장도 인기
보리밥에 함께 곁들여 나오는 콩비지와 청국장도 인기가 높다. 뚝배기에 뽀얗게 끓여 나오는 담백한 콩비지는 첫 맛은 구수하고 뒷맛은 고소하다. 단백질의 보고인 콩을 성글게 갈아 입 안에서 몽글몽글하게 씹힌다. 약하게 간을 한 덕분에 연신 떠먹어도 속이 편하다.
건강 발효음식 중 으뜸인 청국장은 특히 인기가 높다. 고춧가루 솔솔 풀어 버무린 후 보글보글 끓여낸 청국장은 간이 심심하기 때문에 보리 비빔밥을 먹으면서 함께 떠먹기 좋다. 함께 나온 보리밥 숭늉과 누룽지는 구수하면서 입 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보리밥, 청국장, 콩비지까지 몸에 좋은 건강식만 골라 먹은 탓인지 과식을 해도 속은 그리 부대끼지 않는다.
시골 특유의 맛으로 청국장이 손님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 1kg 단위로 포장 판매(1만3000원)도 따로 한다. 일부러 청국장을 사러 들리는 나이 지긋한 손님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겉은 바삭, 속은 부드러운 ‘해물파전’
‘집밥’의 소박한 맛과 꽁보리밥의 추억을 음미하고 싶은 어르신들을 위해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이 찾는다. 보리밥 맛이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돈가스 메뉴를 따로 마련했다. 샐러드, 밥과 함께 나오는 어린이 돈가스의 맛은 평범한 편.
보리밥만으로 아쉬움이 남는다면 해물파전을 권한다. 두툼하고 솜씨 좋게 부친 파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 입맛을 당긴다. 주재료인 쪽파를 비롯해 오징어, 새우가 넉넉하게 들어가 있다. 비 오는 날에는 파전의 단짝인 동동주를 기분 좋게 한잔 들이키는 것도 좋다.
이밖에 굴을 넣어 빨갛게 버무린 김치가 먹음직스러운 김치 보쌈과 숯불제육구이도 있다. 보리로 만든 건강 간식 뻥튀기 과자(1000원)도 따로 판매하고 있다. 식당 앞쪽에는 파라솔과 벤치를 비치, 식사를 마친 후 여유롭게 앉아 커피를 마시기 좋다.
보릿골은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대기표까지 받아야 할 만큼 번거로우므로 시간을 잘 맞추어 갈 것을 권한다. 식당 주변에는 비닐하우스 화훼 판매장이 여러 곳 있다. 가드닝에 관심 많다면 식사를 마친 후 알록달록 예쁜 제철 꽃과 나무 화분을 찬찬히 둘러보는 것도 좋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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