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시원한 것이 먹고 싶을 때 대부분 냉면집을 찾아가지만 먹고 나면 왠지 모르게 2%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럴 때 딱! 생각나는 음식이 하나 있다. 바로 초계탕이다. 시원하면서도 속이 든든한 초계탕은 닭 육수를 차게 식혀 식초와 겨자로 간을 한 다음 살코기를 잘게 찢어 넣어 먹는 전통 음식이다.
초계탕은 원래 여름철 궁중에서 왕이 무더위를 이기려고 즐겨 먹던 음식이었다. 그러다가 비법이 민간으로 전해지면서 함경도와 평안도에서 겨울에 먹는 별식이 됐고, 요즘은 여름철 보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북한 음식으로 분단 이후 명맥이 끊어진 듯 하다가 경기 일대를 중심으로 다시 복원되기 시작해 마니아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그리고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수락산 유원지 입구에 위치한 ‘평양 초계탕’ 역시 10년 동안 한결같은 맛으로 초계탕 마니아들을 양산하고 있는 곳이다.
토종닭 이용해 닭 날개, 메밀전, 초계탕, 메밀국수로 이어지는 코스요리
초계탕은 화학조미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도 겨자나 식초로 톡 쏘는 맛을 내고 토종닭을 이용해 닭 날개, 메밀전, 메인메뉴인 초계탕과 열무물김치, 메밀국수로 이어지는 북한식 코스요리다. 그리고 따로 밑반찬이 없는 것이 특이하다.
제일 처음 상에 나온 닭 날개와 메밀전. 삶아 나온 닭 날개를 소금에 찍어 먹으니 역시 토종닭이라 그런지 닭 날개 뜯는 맛이 있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의 메밀전은 리필을 하고 싶을 정도로 입맛을 당긴다.
드디어 메인요리로 상에 올려지는 초계탕과 열무물김치. 반투명한 유리그릇에 수북이 담겨진 초계탕은 얼음이 둥둥 떠 있어 보기만 해도 더위가 물러나는 느낌이다. 차게 식힌 닭 육수에 식초와 겨자로 새콤하게 간을 해 잘게 찢은 토종닭과 오이 열무 등 야채에 잣 대추 흑임자 샐러리 적채로 고명이 얹어진 초계탕. 처음 초계탕에 관한 설명을 듣고 식힌 육수와 닭고기로 인해 조금 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숟가락으로 먼저 국물을 떠먹으니 새콤 달콤 매콤한 게 톡 쏘면서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육수 맛에 정신이 번쩍 들고, 다음으로 담백하면서도 쫄깃한 닭고기, 살얼음이 들어 있어 그런지 아삭아삭 싱싱하면서도 씹는 식감이 살아있는 야채들로 인해 무더위에 잃은 입맛이 확 산다. 함께 곁들여진 열무물김치 또한 새콤달콤하면서도 시골 외가에서 먹던 깊은 맛이 생각나 자꾸 손이 간다. ‘평양 초계탕’ 주인장 말로는 열무물김치 인기가 너무 좋아 여름엔 매일 담가야 할 정도이며, 집에 싸가는 손님들도 많고, 요리비법을 알려 달라는 문의 또한 많다고.
닭고기와 야채로 속을 든든히 채운 다음에는 남은 육수에 메밀면 사리를 풀어 시원하게 먹는다. 특히 ‘평양 초계탕’의 메밀면은 직접 반죽해 기계에 내려 만들기에 시중에서 판매하는 메밀국수 보다 훨씬 메밀 함량이 많아 더욱 구수하다. 처음 먹어 보는 초계탕이지만 ‘아~시원한 게 가슴 속까지 뚫리는 기분이네’ 하는 감탄사가 절로 새어 나온다.
깐깐하게 구입하는 양질의 신선한 식자재로 만든 초계탕, 손님들 입맛 사로잡아
평소 초계탕을 즐기던 개그맨 남희석씨가 몇 년 전 ‘평양 초계탕’에 들러 식사 후 ‘시원하고 코가 펑! 뚫리는 맛!’이라며 크게 만족을 하고 돌아갈 정도로 한 번 맛을 본 이들은 꼭 다시 찾게 되는 이 곳. 과연 맛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평양 초계탕’의 육수는 양질의 토종닭을 사용해 3차에 걸쳐 기름을 제거하고 황기 엄나무 가시오가피 등의 각종 한약재를 포함한 양념 15여 가지를 이용해 시원하고 차게 만들기에 비린 맛이 전혀 없고, 영양면에서도 뛰어나다.
그리고 모든 음식에 화학조미료를 거의 쓰지 않기에 음식에 깊은 맛이 있고, 뒷맛 또한 깔끔하다. ‘솜씨가 아무리 좋아도 재료가 좋아야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주인장은 새벽 일찍 도매시장에 나가 오이나 열무 등 야채를 연하고 신선한 것으로 구입하고, 초계탕에 들어가는 닭도 토종닭 노계를 사용하기에 쫄깃쫄깃한 육질을 자랑한다. 고춧가루 참기름 들기름 등 양념 또한 주인장 친정어머니께서 경상도 시골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 보내주신 것들을 사용하기에 믿을 만하다.
이외에도 음식을 미리 만들어 놓고 손님상에 놓는 것이 아니라 주문을 받는 즉시 초계탕과 막국수를 만들며, 무침 종류 등의 밑반찬도 주문 후 바로 무쳐 상에 내기에 신선하면서 재료 자체의 식감이 살아있다.
궁중에서 왕이 먹던 음식, 새콤 달콤 매콤하면서 속이 확 뚫리듯 시원한 초계탕을 먹으며 더위를 잊을 수만 있다면 올 여름 왕이 부럽지 않을 듯하다.
한미정 리포터 doribangs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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