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문화예술교육에 의지가 높은 초등학교를 선정, 특성화 학교로 육성하는 ‘예술꽃씨앗학교’. 꿈을 가진 작은 예술가들을 지원한다는 모토로 운영되는 ‘예술꽃씨앗학교’는 4년 동안 소규모 초등학교 전교생들에게 문화적 감수성을 키우고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전국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춘천지역에서는 작년에 ‘서상초등학교’가 디자인 분야에 선정되었다. 예술꽃씨를 심고 1년, 한창 싹을 튀우고 있을 예술꽃씨앗들을 만나기 위해 ‘서상초등학교’를 찾아가봤다.
창고에서 싹튼 예술꽃씨앗.
서면 신매리에 자리 잡은 ‘서상초등학교’는 ‘예술꽃씨앗학교’라는 이름만큼이나 아리다운 풍경을 선사해주었다. 높은 전나무 사잇길에 아기자기 놓여있는 놀이기구와 초록빛 천연 잔디, 그곳에서 아무걱정 없이 뛰노는 아이들을 학교는 따스하게 품고 있었다.
전교생 42명의 아주 작은 학교. 평범하다면 평범했을 이 시골 학교가 ‘예술꽃씨앗학교’로 선정되기까지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학교 창고 구석에 제 조소 작품이 쳐 박혀 있었어요. 그것을 본 교장 선생님께서 조각 작품을 보러 일부러 미술관에도 가는데 창고를 개방하여 학생들이 볼 수 있게 하라고 하셨죠.” 창고 구석에 쳐 박혀 있던 김명희 선생님의 조소 작품. 이것이 서상 ‘예술꽃씨앗학교’가 탄생될 수 있었던 첫 사건이었다.
김종국 교장은 창고의 집기들을 다 드러내고 벽을 도색하고 수리했다. 전깃불까지 달아 놓고 조소 수업을 그곳에서 하라고 했다. 그런데 그 창고 안에 서서히 적막이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학생들이 자신만의 생각과 무수히 교류하면서 손으로는 떠오르는 생각들을 표현하기 시작했죠. 무엇보다 놀라운 일은 자리에 앉아서 5분을 버티기 힘들어 하는 장애 학생이 무려 2시간이 지나도록 말 한마디 없이 작품 제작에 몰입한 것입니다.”
아이들의 꿈을 디자인하다.
하지만 작은 시골학교는 이렇게 시작된 아이들의 꿈을 계속 키워줄 여건이 되지 못했다. 예산 확보를 위한 다방면의 노력도 헛수고로 돌아왔다. 답답한 마음에 그냥 포기하고 싶었다는 김명희 교사는 “예술꽃씨앗학교 신청공문은 어둠 속을 밝히는 환한 등대의 불빛 같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제 ‘예술꽃씨앗학교’ 지원으로 ‘서상초등학교’ 아이들은 사진, 만화, 드로잉, 애니메이션, 점토교실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 전문적인 교육을 받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일주일 동안 진행되는 디자인 페스티벌과 캠프 등의 학교 행사를 통해 실제 생활 속에 디자인을 몸으로 배우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전시회, 미술관, 박물관 등 현장체험의 기회를 갖게 되면서 스스로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다.
여느 고가의 장비보다 빛나는 아이들의 작품들을 학교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지금, 창고 하나가 전부였던 작업실은 의상디자인, 목공, 생활 공예 등의 프로그램 전용으로 쓰이는 컨테이너 작업실들을 이웃하게 되었다. 아이들 뿐 아니라 학부모와 지역민들 모두 참여하는 ‘서상토요문화예술센터’를 운영하면서, 학교를 넘어 지역의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조용하기만 했던 시골학교가 생동감 넘치는 학교로 변하고 있다. 김종국 교장은 “이제 문화예술교육의 첫 단추를 끼우는 소중한 한해를 지냈다”며 흰 백지가 서서히 한 획 한 획을 거쳐 완성되어진 후 형언할 수 없는 창조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새로운 경험들이 아이들의 추억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다양하게 사고 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나아가 진로를 찾게 되었을 때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라는 한 학부모의 말처럼 ‘서상초등학교’ 아이들은 자신의 꿈을 디자인하는 소중한 꽃씨를 뿌렸다. 고사리 손으로 자신의 꿈을 디자인 하는 아이들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될지 정말 기대된다.
문의 244-2177
현정희 리포터 imh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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