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가 바뀐 부가세법 관련 조항을 꼼꼼히 파고들어 무려 5억 7천만원을 환급받았다. 그것도 전문회계사의 도움 없이, 한 공무원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성과. 자신의 담당업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직접 국세청을 찾아다니며 연구하고, 관련 자료를 찾기 위해 타부서를 헤매였다는 주인공은 도대체 누구일까? 궁금증도 잠시, 낯익은 이름이다. 재작년 ‘지방공무원 외국어 스피치대회’ 최우수상 수상으로 인터뷰를 했던 한상윤(43)씨. ‘노력하는 자는 빛이 난나’고 했던가. 그와의 두 번째 인터뷰를 소개한다.
이번 부가세 환급을 둘러싸고 주변 반응이 어떤가요? 많은 분들의 과분한 칭찬과 벤치마킹 요청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습니다. 그런데 그 돈 받으면 다 제가 갖는 줄 아시나 봐요. 보는 분마다 밥 사래요.(웃음) 스피치 대회 수상했을 때도 뉴스에 한번 나오고 인사 받느라 진땀 뺏는데, 이번에 또 진땀 빼고 있습니다.
본인의 담당 업무도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부가세 환급을 진행하게 되었나요?
우연히 신문 보도 자료를 보고 우리시에도 접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하지만 제 업무와는 직접적 연관이 없었고, 생소한 분야라 그냥 업무 수첩에 꽂아두었죠. 그런데 하루에도 수차례 업무수첩에 꽂아 둔 기사를 보게 되면서, 어느 순간 ‘안 되더라도 한번 두들겨 보자’라는 뭔지 모를 열정이 솟기 시작했습니다.
환급받기 까지 과정을 자세한 설명 부탁드릴께요.
자세한 설명요? 어려운데요.(웃음) 법 개정에 따라 환급받을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되었고, 그 규정에 따라 환급대상이 되는지 살펴보는 것이 첫 번째 임무였습니다.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과정의 연속이었죠. 모든 자료가 타부서에 있었고, 업무시간 외에 일을 추진했기에 오랫동안 주말시간을 투자했던 것 같습니다. 여하튼 많은 분들의 협조로 어렵사리 수집된 자료를 가지고, 책과 인터넷을 뒤져가며 세무서에 제출할 서류를 정리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작성된 서류를 세무서에 신청했고, 또 다시 두 달여간의 보정자료 수집과 제출을 통해 이번 결실을 맺게 된 것입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당시 사업을 진행했던 담당자들이 수차례 인사이동으로 현재 관련부서에 남아있지 않아, 과거자료에 대한 정확히 파악이 어려웠습니다. 또, 자료 수집을 위해 관련부서 직원들의 수많은 시간을 빼앗아가며 질문하고 자료 요청하는 것이 정말 죄송했습니다.
개인적인 돈도 아니고 그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있었던 원동력이 궁금하네요. 공무원의 사명감인가요? 제 돈이 아닌가요?(웃음) 그 돈의 혜택이 시민에게 돌아온다면, 저 역시 춘천시민이니 공동수혜를 받는 것 아닌가요? 그 무엇보다 두들겨 보지 않고 포기하기 싫었습니다. 한번 두들겨봐서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다면, 끝까지 두들겨보고 싶었습니다. 주말이면 매일 출근하는 저를 보고 가족들은 도대체 춘천시일은 혼자 다 하냐고 한 적도 있지만, 일이 진행되면 될수록 끝까지 해봐야겠다는 열정과 오기가 생겼습니다.
사실 이번 일을 지켜보면 시민들이 공무원에게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인데요. 그런 면에서 공무원 사회에 혹은 시민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글쎄요. 가장 어려운 질문이네요. 공무원이냐 일반시민이냐 그런 개념을 떠나서, 세상은 1등만을 기억한다고 유명개그맨이 그랬던가요? 사실 많은 분들이 보이지 않게 자신의 자리에서 각자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 모두가 함께 라는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 볼 수 있다면 세상은 정말 살아 볼 만 한 것 아닐까요.
앞으로 개인적인 비전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비전이란 단어는 참 언제 들어도 왠지 거창하게 보여요. 하지만 비전이 없으면, 그날이 그날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매년 그해의 목표를 정해서 지갑 속에 가지고 다녀요. 올해의 비전은 첫 번째가 열심히 일해서 직장에서 칭찬받기구요. 이번 일로 이루었네요. 두 번째가 영어토익 750점 달성하기. 세 번째가 5k감량하기입니다.(웃음)
혹시 더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그냥 인터뷰라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평범한 사람인데, 인터뷰를 두 번이나 요청받으니... 삶의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에게는 열정이라는 단어가 자신을 움직이는 힘인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지금 생각하고 계신 일이 있다면 열정을 가지고 도전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본디 모든 사람은 분야만 틀리지, 각자 타고난 재주를 갖지 않느냐’며 자신 안에 숨겨져 있는 능력을 밖으로 표현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끊임없는 기회를 부여하고 격려한다는 한상윤씨. 다음에는 그와 또 어떤 인터뷰를 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문의 250-3939
현정희 리포터 imh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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