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의 수학
학원을 운영하면서 만나게 되는 학부모님들의 연령대를 파악 해보면 대략 학력고사시대 아니면 간혹 본고사시대로 파악 된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그 시대에 우리 학부모님들이 받았던 수학교육은 정말 후진적인 것이었다. 그렇다고 모두가 수학을 못 했다는 것은 아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러한 교육환경이 오히려 더 수학을 잘 할 수 있는 학생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마땅히 질문 할 곳도 없다보니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수학을 깨우친 이들은 이후 IT 산업의 중흥기를 이끄는 세대가 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에겐 수학은 역시 따분한 과목이었다. 반면 그런 따분함마저도 견디며(?) 철저한 암기를 바탕으로 수학공부를 하여 명문대에 진학한 자들이 있다. (사실 본고사나 학력고사는 수학에서 암기가 어느 정도 통하는 시험 체제였다.) 그렇게 고군분투 했던 자들이 소위 기득권이 되어 공부 잘하는 비법을 전파하기에 이르렀다. 무슨 고시3관왕이니 해가며...
아무튼 그 시대를 경험한 세대는 이제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가 되었다.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니 수학을 잘하던 친구들 또는 명문대를 진학한 친구들이 떠오른다. 생각해보니 수학을 잘하는 학생은 뭔가 타고 났거나 아니면 그 시대에 금지돼 있던 고액 개인 과외를 받아서 잘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일종의 피해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아마 모른 긴해도 이놈의 수학만 아니면 내가 좀 더 좋은 대학을 진학하지 않았을까? 이후의 나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들을 가지게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억측이 아니다. 창피하지만 현재 수학을 가르치며 밥벌이 하는 필자의 오랜 생각이기도 했었다.
수학은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다
흔히 수학에 대한 태도를 보면 입시를 위해 겪어야만 하는 통과의례 혹은 필요악(?)정도로 인식하고 있는듯하다. 이러다 보니 수학 실력도 얻지 못하고 그렇게 원하는 점수도 안 나오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 사회와 대학이 요구하는 인재상은 어떤 문제에 직면 하였을 때 이를 조직적으로 분석하고 현상을 단순화하여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 이를 염두에 둔다면 수학이 문.이과를 막론하고 소위 상위권 대학의 주요 변별력을 갖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필연적인 것이다.
수학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이를 변형해보고 구체화 시키면서 규칙성을 찾아내어 일반적인 해법을 찾아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창의적인 사고력과 논리적인 사고력이 신장되게 된다. 논리력과 창의적인 사고력은 다른 과목을 통해서도 신장 될 수 있지만 수학이 가장 효율적이기에 선진국일수록 수학교육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말이 입시하고는 상관없는 얘기를 하는 것처럼 들리는 분이 계시면 다음 얘기를 잘 들으시길 바란다.
수학능력시험에서 수학문제의 출제원칙은 위에 열거한 문제해결 과정을 따라 공부한 학생들이 반드시 유리하게끔 출제한다. 수능이 시행된 이래 이 원칙은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많은 학생들은 위의 문제해결 방식을 따르지 않으며 문제해결절차(알고리즘)를 암기하는 방식으로 공부한다. 그래서 수학실력은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수학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학의 본질은 언어이다
정보전달의 기능을 언어의 기능중 하나로 본다면 수학은 분명 언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수학은 정보전달의 기능을 넘어 복잡한 자연현상과 사회현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도구로 쓰이기 때문에 고도로 압축된 간결한 언어를 구사한다. 바로 이러한 점이 수학적 언어에 익숙한 사람들은 편리함을 느끼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수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들에게 이러한 수학적 언어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서술적인 언어로 바꾸어 주면 쉽게 이해하는 것을 많이 목격해 왔다. 여기에서 우리가 쓰는 정보전달의 기능을 하는 언어를 세 가지 종류로 나누어 보기로 한다.
서술적인 언어. 수학적인 언어. 도표와 그래프가 바로 그것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얘기들은 다음 기고에 이어가겠다.
용수학 김용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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