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아이 뒷바라지로 늘 같은 색의 일상을 사는 주부들. 그 언제일까. 가사에서 틈을 내 내가 하고 푼 일에 몰두할 날이 있기는 할까. 같은 마음이었던 주부들이 앞치마를 벗고 붓을 들었다. 화폭에서 잃었던 나를 찾은 지 3년을 기념해 전시회를 연 상동 주민센터 서양화반 ‘상미회’의 우아한 그림 이야기다.
아파트 거실에서 내 작품을 걸기까지
그림을 그린다는 것. 이것은 그 자체로 아름다움일 수 있다. 나만의 시선과 마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남을 위해 시간과 관심을 쓰는 주부들에게는 더욱 그렇지 않을까.
그런 심정으로 서양화를 그리기로 작심한 사람들의 그림 모임이 ‘상미회’다. 상동 주민센터 서양화반에서 그림과 만나는 상미회 회원들의 나이는 얼추 보아도 40대 후반. 살림에 이골이 난 전업주부가 대부분이다.
상미회 이정옥 회장은 “밥만 하던 아파트에 내 작품이 여기저기 걸려있어요. 볼 때마다 얼마나 감동적인지 몰라요. 작품 자체도 그렇지만 나를 위해 투자한 노력과 시간이 더 대견할 뿐이죠”라고 말했다.
전공자 아니면 가까이 하기 힘든 예술세계
3년 전, 원미구 상동 주민센터에 서양화반이 생기자 할까 말까를 고민하던 이들이 지금의 상미회 회원 13명 들이다. 회원들은 한결같이 또는 더러 더 절실하게 언젠가 그림 한 번 그려보길 원했었다.
상미회 총무를 맡고 있는 임인송 회원은 “미술에 관심은 많았지만 전공자 아니고는 예술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일은 불가능한 게 현실이죠. 다행이 중동 사랑마을과 가까운 주민센터에 프로그램 개설은 직접적인 동기를 주었어요”라고 말했다.
여건도 시작도 쉽지 않던 차 코앞에서 미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 상미회가 꾸려지게 된 한결같은 공통점 중 하나다. 수강료란 큰 부담도 덜었다. 주민센터 프로그램이기 때문이었다.
계절 100배 알고 느끼기
“그림을 그리고 난 후, 나무 하나를 보더라도 그 변화를 느낄 수 있어요. 일주일 아니 어제 오늘의 색채가 서로 다르거든요. 얼마나 신비한지 몰라요. 그 전에는 계절이 오고 가는지 조차 무심했었는데 ... ... .”
회원들의 마음도 이 회장의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회원들은 그림을 배우면서 드라마 속 문구처럼 ‘나를 다시 찾았다!’. 또 부지런해졌다. 집안일을 빨리 마칠수록 이젤 앞 그림과 만나는 시간을 늘일 수 있기 때문이다.
초보자가 미술을 배우려면 상미회처럼 평균 주 2회, 회당 2~3시간이 든다. 물론 그리기 위해 선긋기부터 배우는 것은 기본이다. 또 경치 좋은 곳에 출사를 나가 사물을 보는 법도 익힌다. 그 모든 것이 즐거움이란 상미회. 언제 한 번 도전하려면 거주지 주변 프로그램들을 물색하는 것도 방법이다. 생각보다 기회는 열려 있다고.
김정미 리포터 jacall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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