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대학가는길학원 교무실장 한성민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초등학생의 답안지가 있다. 문제는 이렇다. ‘옆집 아주머니가 사과를 주셨습니다. 뭐라고 인사해야 할까요?’ 아마도 선생님께서는 정답으로 ‘감사합니다.’를 원하셨던 것 같다. 그러나 초등학생은 삐뚤빼뚤한 글씨로 이렇게 답을 작성했다. ‘뭘 이런 걸 다.’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채점하셨을까? 이 답을 맞는다고 하셨을까, 틀렸다고 하셨을까. ‘뭘 이런 걸 다’라는 표현은 초등학생 나이에 걸맞지 않은 표현이기는 하지만 일상에서는 흔하게 사용하는 감사의 의미를 담은 겸양의 표현의 한 방식이다. 답은 이렇게 언제나 하나가 아닌 경우가 많다.
대입 설명회 및 학부모 상담을 해 보면 ‘대학 진학’을 ‘내신 성적’으로만 생각하는 학부모님들을 많이 만나보게 된다. ‘제 아들이 내신 ×등급인데 □□대학에 갈 수 있나요?’와 같은 질문들을 수도 없이 받게 된다. 그러나 좋은 내신 등급을 받는 것은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하나의 정답일 뿐이다. 내신 등급이 1등급이라고 해서 1등급 대학에만 가게 되는 것도 아니고, 내신이 4-5등급이라고 해서 4-5등급 대학에만 가는 것도 아니다. 내신 등급과 대학 진학은 ‘개연(蓋然)’일 뿐, ‘필연(必然)’이 아니다.
어떤 고등학교의 학생들은 내신이 4,5,6등급 심지어 7등급 되는 학생들도 좋은 대학에 간다. 이유는, 내신 외에도 ‘수능’이라는 또 하나의 ‘대학가는 큰 길’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의 대입 전형을 제대로 살펴보면 내신을 중시하는 명목상의 수시 전형에서조차도 수능 시험 점수가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학부모님들은, 심지어 학교 선생님들 중에서도 ‘내신 성적’만을 대학 가는 유일한 정답으로 알고 계신 분들이 있다.
예를 들어보자. 고2,3 학생의 내신이 현재 3등급, 혹은 4-5등급이다. 자, 그럼 이 학생은 남은 기간에 열심히 내신 준비에 ‘올 인’ 해야 하나? ‘그렇다. 대입을 위해서 내신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생각했다면 대입 정보에 대한 상담을 한 번 받아 볼 필요가 있다. 내신 공부는 그동안 1,2등급을 맞아온 학생들이 자신의 등급을 ‘지키기’ 위해서 하는 공부다. 고등학교 1학년이라면 물론 좋은 내신 등급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2학년 3학년이면서 현재 1,2등급이 아니라면, 내신을 완전히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열심’과 ‘최선’을 ‘수능 공부’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가는 데 더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 동안 내신을 잘 준비해서 좋은 등급을 받아왔다면 칭찬해 줄 일이고 내신을 통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할 일이다. 그러나 그동안 내신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해서 풀죽어 있을 필요는 없다. 내신의 실패는 대입의 실패가 아니다. 수능을 통해 얼마든지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6월 7일은 교육과정 평가원에서 실시하는 모의고사가 있다. 포기하고 낙담하고 절망하는 고3 학생들이 넘쳐나는 기간이지만 아직은 끝나지 않았다는 걸 명심했으면 좋겠다. 2학년이라면 아직도 자신을 완벽하게 개조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 내신은 역전이 힘들어도 수능은 역전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특히, 내신 때문에 걱정 근심에 쌓여있는 친구들에게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과정을 무시하고 편법을 통해서라도 서울에 가라는 이야기로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로 가도 서울로 갈 수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은 것이고, 내신보다 더 정확하게 서울로 가는 커다란 ‘모’가 있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대입을 앞둔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은 일명 IN서울이라 불리는 대학에 가기 위한 수많은 ‘모’가 있음을 알고, 아직 늦지 않은 지금 당장 자신에게 가장 걸맞은 ‘모’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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