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연극이 우리를 기쁘게 하네~”

제4회 거창실버연극제 4관왕 수상 노인연극단 ‘뜨는 해’

지역내일 2012-06-07

다문화 가정의 애환을 다룬 연극 ‘며느리 미찌꼬’가 지난 달 19일 제4회 거창실버연극제에서 4관왕을 수상했다. 수상 배경에는 지난 7년 간 연기력을 연마해온 녹록치 않은 노인 연극단 ‘뜨는 해’가 있다. 이 연극은 일본 며느리와 한국 가족의 소통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내 심사위원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번 출전으로 단체 대상과 여자연기대상(임영월), 연기상(최승희), 연출상(김진영)을 수상한 ‘뜨는 해’ 단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생 2막의 ‘핫(hot)’한 실버 극단
2007년 부천시오정노인복지관에서 결성된 ‘뜨는 해’는 ‘핫’한 실버들의 극단이다. 인생 2막을 연기하는 60대 노인들의 뜨거운 에너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환경뮤지컬 ‘쓰레기대장과 환경지킴이’로 첫 무대에 섰다. 부천시 오정구의 공연장들은 크나 작으나 이들이 연기력을 쌓아 왔던 고마운 장소다. 떨리고 무서웠던 처음에서 지금까지 여러 해를 연마하다보니 연기와 하나가 된 순간이 찾아왔다.
“시어머니가 말야, 며느리랑 집에서 얘기하는 것 같아.” 거창 장미극장 공연을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오던 단원의 귀에 이런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지? 잘.. 못했다는 건가?’.
이에 대한 답은 4관왕 소식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알아졌다. 잘했다고 한 말이라는 것을.
그렇게 “지난 1년 6개월 동안 점심 먹고 연습하고, 저녁에도 연습한 실력이 입증된 것에
우리 모두 감동했다”고 단원들은 말했다.


살아보지 못한 인생에 도전 
“미치겄네, 미치겄어!”
한국 사람인 시어머니는 일본 며느리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서 답답해한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네에~ 어머니”하며 나타난 며느리. 미치겠다는 말을 자신의 이름인 미찌꼬로 알아듣고 뛰어나온 것이다.
“이렇다니까요. 이쯤 되면 시어머니가 더 환장하겠지요? 하지만 한국과 일본인으로 만난 고부간의 갈등은 슬기롭게 해소되고 가족들은 화합해 갑니다.”
실제로 베트남 며느리를 둔 임영월(65, 시어머니 역)씨의 말이다. 이번 연극제에서 여자연기대상을 수상한 그녀는 “대본대로 하지 않고 느끼는 대로 한다. 순간을 연결하려면 느낌이 중요해서 대본은 잊는 게 다반사”라고 했다.
‘뜨는 해’의 가족은 임영월, 김정순(67, 미찌꼬 어머니 역), 소정애(66, 큰 딸 역), 김이남(62, 막내 딸 역), 최승희(62, 미찌꼬 역), 최현수(60, 음향 스텝), 전옥분(67) 씨 등이다.
이들은 수상과 더불어 “30년 전 배운 일본어를 사용해본 무대였다(김정순)”, “살아보지 못한 인생을 경험하고 도전했다(소정애)”, “멀리 있던 행운이 내게 다가왔다(임영월)”, “생전 처음 해봤지만 연기하길 잘했다(김이남)”, “인생 2막을 보람있게 열었다(최승희)”, “내가 담당한 음향은 나의 연기였다(최현수)”는 어록들을 남겼다.
  
우리들의 연기는 계속될 것
“내 속에 끼가 있을 거란 생각을 해보지 못했으니 무대에 서는 두 번째 인생이 신바람 나는 건 당연하겠지요.”
연극의 맛을 알아버린 단원들이 말했다. 몸치면 몸치인 채로, 목소리가 가라앉으면 최선을 다해서, 실수하면 애드리브로 눙치고 제대로 망가지면서 연기하겠다고.
음향스텝 최현수 씨는 역할이 없는데도 대사 전체를 꿰고 있다. “작은 조명 아래서는 대본이 잘 안 보여요. 하지만 적당한 때에 맞추려면 온 신경을 집중하죠. 이번에 받은 상은 연출자와 배우와 스텝이 하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뜨는 해’ 단원 중에는 연극을 통해 다진 실력을 어린이집 아이들의 동화구연에도 활용한다.  옛날 옛날에로 시작되는 동화구연 시간을 통해 이들은 진짜 할머니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열심히 활동하다보니 얼마 전에는 어린이집 원장에게 이런 소리도 들었다. “나이가 들면 선생님처럼 살고 싶다”는 찬사를.
“이번에 출전한 거창실버연극제는 올해로 네 번째 개최된 노인연극의 산실입니다. 이번 수상은 고양시 화정종합사회복지관과 부산 동구노인복지관, 거창문화원 실버청춘연극단 등 10개 팀과 연기력을 겨룬 유쾌한 소식이지요. 우리들은 복지관에 감사드려요. 덕분에 노년을 의미있게 즐기고 있네요. 앞으로도 뭉쳐서 잘해볼 거예요. 저희들의 연기 발전을 지켜봐주세요.”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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