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비 한 마리의 날개 짓으로 시작된 아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시킬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오늘 서울에서 살랑살랑 보기 좋게 시작된 나비의 날개 짓이 다음 달 북경에서 폭풍우를 몰아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비효과는 송파구청 세무2과·1과 창의학습동아리의 이름이기도 하다. 작은 첫걸음이지만 그 끝은 우리가 속한 사회 전체에 큰 변화를 이루고 싶다는 ‘나비효과’ 회원들. 어린이들을 위한 책자 ‘송파구 어린이 세금교실’로 그들의 작은 날갯짓을 시작했다.
소통, 동아리 활동이 활발한 이유
송파구청에는 20개에 가까운 동아리가 있다. 2010년 ‘창의적 사고발상’을 위해 구청 차원에서 동아리활동을 권장한 것. 나비효과 역시 그때 만들어진 창의학습동아리다. 현재 나비효과는 세무2과 직원들이 중심이 되어 총 25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진미숙(44·세무2과) 주무관은 “청렴한 마인드와 문화를 조성하는 동시에 구민과 함께 하는 더 나은 세무행정을 위해 동아리가 만들어졌다”며 “이를 위한 다양한 의견 제시와 대화가 동아리 활동의 중심이다”고 동아리를 소개했다.
동아리활동의 중심을 ‘소통’이라 말하는 이들 회원들. “공통된 의견에 공감하고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야말로 가장 강조하고 싶은 우리 동아리의 자랑”이라고 입을 모은다.
나비효과 문고, 작은 변화 일으키다
세무2과 사무실에는 작지만 특별한 문고가 있다. 바로 나비효과 동아리가 만든 ‘나비효과 문고’다. 많은 책이 쌓여있는 것도 아니고 신간이나 귀한 책들만 꽂혀있는 것도 아니다. 이 문고가 특별한 이유는 책에 서로의 마음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손흥래(29·세무2과)씨는 “자신이 읽은 책 중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들이 모여 문고가 만들어졌다”며 “각각의 책 안에는 추천이유와 책을 읽고 난 후 느낌이 포스트잇에 적혀 붙어 있다”고 설명한다.
70여권에 불과한 책이지만 허투루 읽을 게 하나도 없다는 것.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조금은 알 수 있어 따뜻한 마음이 오가는 문고이다.
나비효과 문고는 다른 부서에서도 벤치마킹해 송파구청에 이 같은 문고가 많아졌다고 회원들이 귀띔한다.
모두의 노력, 책자로 발간되다
다양한 의견을 나누던 회원들이 최근 3개월 간 부쩍 바쁜 나날을 보냈다. 송파구 어린이 세금교실 책자를 자체적으로 기획, 편찬하게 된 것이다.
“다른 나라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다보니 세무에 관한 부분이 만화로 재미있게 꾸며져 있는 곳이 많더라고요. 반면 우리는 아무래도 텍스트 위주로 되어 있어 재미도 없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죠. 특히 아이들에게 세금에 대해 재미있게 전달해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송파구 어린이 세금교실’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진 주무관이 송파구 어린이 세금교실 탄생 배경을 알려준다.
동아리 회원들 중에서 책자 만들기에 집중한 회원은 7명 남짓. 석 달 동안 이들은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모여 회의와 자료수집에 열중했다.
세금의 역사에 대한 조사를 담당한 손흥래씨는 “창문 개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창문세, 공기에도 세금을 매기는 공기세, 수염을 기른 사람들에게 징수하는 수염세, 메탄가스를 줄이기 위한 방귀세 등이 책자에 실려 있는데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책자에 실린 멘트와 글의 구성은 천현민(34·세무2과)씨가 맡았다. 천씨는 ‘송파, 당신을 담습니다’는 슬로건으로 슬로건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멘트의 달인. 그는 “아이들의 흥미와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 내용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했다”고 말한다.
자료발췌와 의견제시에 누구보다 집중했던 심영숙(26·세무2과)씨는 “다양한 정보 교류을 통해 정보를 찾아내려 한 것에 무엇보다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회의 내용 정리와 콘티 구성을 담당한 최유림(27·세무2과)씨. 그의 콘티는 만화캐릭터를 담당한 이상석 공익근무요원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이씨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책자에 표현하는 섬세함까지 잃지 않았다. 그는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생긴다면 장애우들도 꼭 캐릭터로 그려 넣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들이 만든 책자는 송파구청 전자간행물사이트(http://book.songpa.go.kr)에서 이북(e-book)으로 만나볼 수 있으며 간행본으로도 발간, 관내 37개 초등학교에 배부할 예정이다.
나비효과는 우리 모두의 도전이다
이들에게 동아리 활동은 아주 특별하다. 각자에게 ‘나에게 나비효과란’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생뚱맞고 불가능하게 들리는 무언가에 각자의 의견이라는 살이 붙어 새로운 뭔가가 만들어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집단지성의 힘’이 이런 게 아닌가 싶더군요. 나비효과는 아주 작은 변화의 노력에서 크고 새로운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제게 직접 알려준 가르침이었습니다.” 진 주무관의 동아리 예찬이다.
“나비효과는 ‘산내음’이라 생각한다”는 천현민씨는 “혼자서만 끙끙 앓던 것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며, 또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산내음처럼 상쾌함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손흥래씨는 “업무가 아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도 이렇게 다양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나비효과는 나에게 동기를 부여해주는 소중한 모임”이라고 전했다.
최유림씨는 “힘든 일이 있을 때 서로 도와주고 또 응원해주는 그림자와도 같은 존재”라고, 또 심영숙씨는 “모두의 힘을 모으면 못 할 게 없음을 가르쳐준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나비효과에 대한 애정을 나타났다.
(왼쪽부터 최유림 심영숙 천현민 이상석 진미숙 손흥래씨)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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