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준 멘토. 한진택군은 고1 담임 이병훈 선생님을 은인으로 꼽는다. 중학교 때까지 성적은 중상위권. 부끄럼 많고 내성적이라 남 앞에서 말하는 걸 지독히 싫어하는 ‘존재감 없는 아이’였다. 그런 그에게 담임은 연세대에서 주최하는 ‘창의리더 스토리 콘서트’에 참여할 기회를 주었다.
소심한 성격 개조에 나서다
“솔직히 나가기 싫었죠. 하지만 선생님의 권유를 뿌리칠 배짱이 없었죠.” 마지못해 참여했지만 ‘우물 안 개구리’가 넓은 세상에 눈을 뜨게 된 계기가 되었다. 3개월에 걸쳐 전국에서 온 낯선 학생들과 어울리며 테마를 정해 토론을 했고 연극까지 만들어 무대에 올렸다.
“단역이었지만 300명의 관객을 앞에 두고 무대에 서자 긴장감으로 온몸이 떨렸지요. 다행히 큰 실수 없이 내 몫의 대사를 마쳤고 이걸 계기로 ‘말하기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었어요.” 여럿이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 하고 의견을 조율해 가는 과정에서 ‘토론의 재미’도 알게 맛보게 되었다.
이참에 소극적인 성격을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독서토론 동아리에 가입하고 교내에서 열리는 토론 대회에 꼬박꼬박 참여했다. 외부에서 열리는 캠프도 기회만 있으면 모두 나갔다.
고2 때는 학교에 처음 만들어진 반크 동아리에 가입했다. 중국의 동북 공정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꾸준히 역사 스터디를 했고 거리 캠페인까지 나갔다. “한겨울에 친구들끼리 피켓 만들어 명동에 나가 역사 왜곡의 부당성을 알리며 1천 명의 일반인들에게 서명을 받았어요.”
이런 노력 덕분에 점점 성격이 바뀌고 낯선 사람 앞에서 말하는 데도 자신감이 붙었다. ‘끈기, 승부욕’. 한군 스스로 꼽는 본인의 장점이다. 두 가지 DNA로 ‘내성적인 성격, 평범한 성적’을 스스로 바꿔나갔다.
‘내게 맞는 공부법’ 찾는데 3년
고교입학 후 첫 모의고사 성적은 전교 2등.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중학시절 내내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잘 오르지 않아 의기소침해 있던 참이었다. “돌이켜 보니 내게 맞는 공부법을 찾는 여정이었어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 살인적인 학원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죠. 그때는 학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걸 몰랐고 당연히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던 거죠.” 그러다 ‘노력의 임계점’을 뛰어넘자 성적이 올랐고 공부에 탄력이 붙었다. 덕분에 고교시절 내내 전교 1,2등을 놓치지 않고 있다.
아침 6시30분 기상, 학교 수업 마치고 집 앞 독서실에서 7시부터 11시까지 공부, 밤 12시 취침. 주말에는 수학, 언어학원 가서 공부하고 돌아온 뒤 반드시 복습하기. 고2 때부터 이어져온 한군의 단조로운 일상이다. “공부의 키포인트는 스스로 소화시킬 시간을 확보하고 있느냐 입니다. 학원만 많이 다닐 때는 ‘귀로 들은 지식을 혼자 씹어서 내 것’으로 만드는 절대 시간이 부족했던 거죠."
이를 위해 ‘깨알같이’ 공부 스케줄표를 짜서 ‘꼭’ 지키기 위해 무던히 애쓴다. 내신 문제 출제 유형도 과목별로 분석해 맞춤형으로 공부한다. “본래 잠이 많은 편이에요. 한때 불안한 마음에 잠을 줄여 봤는데 공부 효율만 떨어지고 역효과가 나더군요. 그래서 요즘엔 6~7시간 푹 자는 대신 수업시간에는 졸지 않고 집중해 듣지요. 사실 내신 시험은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스치듯 하신 이야기에서 거의 다 나오거든요.” 친구들 사이에 ‘내신 공장’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한군만의 ‘비법 아닌 공부 비법’이다.
“수학 때문에 꽤 고전했어요. 그런데 2004년부터 최근까지 모든 기출문제를 싹 다 풀어보고 나니 ‘감’이 잡혔어요. 공부에 정답은 없어요. 대신 ‘내 공부법은 내가 찾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열쇠지요.”
‘내 꿈은 CEO, 경영학과가 목표’
한군의 꿈은 CEO. 경영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라오스에서 최고의 기업인 ‘코라오 그룹’을 일군 오세영 회장 다큐를 보고 감명 받았어요.” 대기업 샐러리맨 출신이 낯선 라오스에서 실패를 거듭한 끝에 ‘라오스의 정주영’으로 우뚝 서기까지의 과정이 흥미진진했다는 한군. 그때부터 경제,경영학 책을 찾아 읽으며 CEO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대학의 경영학 과 체험에 참여하고 성공한 경영인의 인생스토리를 들려주는 강연회도 찾아다니며 견문을 넓히는 중이다.
“포럼 때 만난 한국 맥쿼리 증권사 회장, 딜로이트 컨설팅 한국 대표 등 쟁쟁한 CEO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영어로 진행된 강연회에서 나는 내용 이해만으로도 벅찼는데 또래 고교생들이 영어로 척척 질문을 던지는 걸 보니까 ‘많이 분발해야 겠구나’ 자극을 받기도 했지요.”
인터뷰 내내 한군에게서는 최고를 향한 ‘욕심’과 담금질을 통해 자기 진화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고3 생활. 정말 힘들고 성적 불안감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아요. 하지만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 건 물방울의 힘이 아니라 꾸준함 때문이다’란 말로 스스로를 다독이죠. 내가 견뎌내야 할 시간이니까요.”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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