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길 위에서 시를 썼기 때문에 완성되지 못한 채 마음의 갈피에서 유실된 시들이 많았다. 삶에는 시로써만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첫 장을 여는 순간 류시화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시로써만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말이다.
삶을 살아가는 동안 과연 몇 편의 시를 읽어 보았는가 혼자 자문해 보지만 초·중·고와 대학을 졸업하고 난 후 단 한 권의 시집을 읽어 보았을 뿐이다. 마음에 새기듯 기억하는 게 아닌 단지 읽어 보았던 책이 말이다. 정말 어렵게 용기 내어 첫 장을 열었고, 한편 한편의 시를 읽어 나가며 삶에 대해 배웠다.문득 시골집에서 텃밭을 바라보며 햇볕을 쬐던 나의 할머니 생각이 났다. 이 책의 4번째 시인 ‘소면’이란 시를 읽고 조금 감상적이 되어버린 것 같다."당신은 소면을 삶고 나는 상을 차려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한 살구나무 아래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우리가 이사 오기 전부터 이 집에 있어 온 오래된 나무 아래서 국수를 다 먹고 내 그릇과 자신의 그릇을 포개 놓은 뒤 당신은 나무의 주름진 팔꿈치에 머리를 기대고 잠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잠깐일 것이다 잠시 후면, 우리가 이곳에 없는 날이 오리라"이 시는 읽는 것이 아니라 삶이 내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듯 했다. 은행나무 그늘 아래 원두막에서 모깃불을 피우던 내 할머니가 어느 날 소란스러움을 뒤로 한 채 영원한 휴식을 취하신 그 순간을 말이다.
류시화 그는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단순히 시를 쓰는 것만이 아닌 시에 삶을 녹여 내고, 그 삶을 다시 죽음으로써 표현해 내려 하고 있다.
"너는 나에게 상처를 주지만 나는 너에게 꽃을 준다, 삶이여나의 상처는 돌이지만 너의 상처는 꽃이기를, 사랑이여삶이라는 것이 언제 정말 우리의 것이었던 적이 있는가 우리에게 얼굴을 만들어 주고 그 얼굴을 마모시키는 삶 잘가라"사랑을 하고 또 이별을 하고 행복을 느끼며 상처받고…. 이 모든 것을 ‘삶’이란 단어로 표현하기에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하루를 살며 힘겨워 하기 보단 하루를 살며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삶은 우리에게 기쁨을 주고 행복을 주는 것이다. 또한 사랑을 허락하고 말이다.
결국 우린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삶 속에서 소소한 기쁨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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