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은행동 지하상가의 한 상점에 여중생들이 모여들었다. 학생들은 너도 나도 서클렌즈를 고르느라 정신이 없다.
“친구가 싫증났다며 렌즈를 사라고 했어요. 아직 제가 착용하지 못했던 색깔이어서 1000원에 구입했어요. 친구들 사이에 이런 일 많아요.”
ㄷ중학교에 다니는 김 모양의 말이다. 김양은 “엄마 몰래 여러 모델을 구입하려면 중고물품이 ‘딱’이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선 안과의사 처방전 있어야 =
미국에서 서클렌즈 판매는 안과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가능하다. 실명까지 초래하는 서클렌즈의 문제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서클렌즈 판매에 대해 관대한 상황이다.
이처럼 최근 10대 소녀들에게 서클렌즈가 인기를 얻으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서클렌즈 판매 제한에 나서며 대책을 내놨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판매를 제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23일부터 서클렌즈, 눈물렌즈 등 미용 목적의 콘택트렌즈는 전문 안경사가 있는 안경점에서만 살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법률 시행령이 발효된 뒤에도 너무 쉽게 서클렌즈를 구입할 수 있다.
서클렌즈를 애용하는 십대들은 “판매처 제한은 별 문제 아니다”는 반응이다. 인터넷 판매처를 이용하면 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저렴한 가격의 서클렌즈를 판매하는 안경점이 많기 때문에 걱정없다고 말한다.
실례로 5000원짜리 서클렌즈를 판매하는 안경점과 안경을 맞추면 서클렌즈를 선물로 주는 안경점이 많다. 염증유발은 물론 실명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주의 사항을 일러 주는 판매처는 찾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많은 학부모는 “판매자의 도의적 책임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입을 모은다.
“파는 곳 규제하면 못 사나” =
김선영(43·주부)씨는 “착용한 연예인의 이름을 따서 ‘OO렌즈’라 호명하며 마치 이 렌즈를 착용하면 그들처럼 보일 수 있다고 10대들을 부추기는 상술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은행동 지하상가의 서클렌즈 가게 직원은 “요즘 가장 잘 팔리는 서클렌즈는 일명 ‘현아렌즈’로 통하는 렌즈”며 “초등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가격은 1만원. 일반 안경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가격의 1/3 가격이다. 별도의 주의사항 당부도 ‘유의사항’이 깨알 크기로 적힌 쪽지 한 장을 렌즈와 함께 줄 뿐이다.
여중생 임 모양은 “비교적 큰 규모의 안경전문점에서 렌즈를 샀다”며 “살 때 문답형식으로 된 유의사항 쪽지를 받았지만 걱정을 별로 안한다”고 말했다. “어른들이 피는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게 임양의 생각이다. 임양은 “요즘 이거 안 끼면 ‘찐따’ 취급당한다”고 덧붙였다.
임양은 지난해 겨울 서클렌즈 사용 때문에 결막염 치료를 받았지만 지금도 렌즈를 착용한다. 일부 여중생은 갈색이나 검정색 등 ‘티 나지 않는’ 렌즈를 학교에 착용하고 가는 일도 많다. 지속적인 렌즈착용을 위해 필수단계인 ‘단백질 제거’나 ‘렌즈 세척’에 대해선 “잘 모르고 귀찮아서 안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은혜영(48·주부·월평동)씨는 “소녀 걸그룹과 인기 여배우가 10대 소녀들의 착용욕구를 부추기고 있다”며 “‘꾸미지 않아도 빛나는 십대’라는 자존감을 불어 넣어 줄 아이들의 우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안과 전문의는 “서클렌즈 자체를 아예 권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서클렌즈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안시언·최정미 리포터 whiwon00@hanmail.net
서클렌즈는 눈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할인과 끼워 팔기 등으로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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