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남편이 예전과 달리 무기력하고 매사에 의욕이 없어 보인 적은 없으신지요? 집에 들어오기만 하면 피곤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남편, 적응이 안 되신다고요? 이런 경우는 흔히 우울감을 겪는 이들에게서 보이는 증상입니다. 우울감에 빠진 사람은 일의 능률이 저하되고, 창조적인 일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자주 화를 내게 됩니다. 자연히 사람들을 멀리하게 되고 혼자서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그래서 남편의 우울감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곧 우리 가정 전체의 문제가 되곤 합니다. 그렇다면 4050중년남성들의 우울감,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데 익숙지 않은 남성들, 우울감이 중독증상으로 나타나기 쉬워
우울증에 시달리는 4050중년남성들이 크게 늘고 있다. 사춘기에 이어 일생에서 가장 큰 생리적·심리적 변화를 겪는데다 예전에는 60~65세에 맞는 정년이 4050세대에 맞게 돼 사회적인 상실감 뿐 아니라 그로 인한 경제위기로 가정에서도 소외되기 때문이다. 우울증 진단을 받는 남성들이 해마다 증가추세지만 정작 상담과 치료를 받는 남성은 일부, 그래서 전문가들은 남성들의 우울증은 여성에 비해 더 심각한 사례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여성이 남성의 10배가 넘는다는 통계에 반해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률은 오히려 남성이 여성의 4배에 달할 정도로 높다. 이는 여성들이 ‘불안하다’거나 ‘초조하다’는 등 자기 속을 자주 표출하는데 반해 남자들은 속마음을 열어 보이거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성들의 우울감은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알아내기 쉽지 않다. 남성 자신조차도 자신이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생각할 뿐, 우울감을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하려하지 않는다.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권위의식과 우울감을 표출했을 때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의식 때문에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우울감이 날로 심각해져 결국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동인정신과 배성범 원장은 “대부분의 남성들이 상담을 요청해 올 때는 우울감 때문이 아니라 알콜, 도박, 게임, 마약, 섹스중독과 같은 중독 증세를 안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섹스중독이라 하면 클린턴이나 우즈를 떠올리지만 아무생각 없이 룸살롱이나 사창가를 찾는 것도 알고 보면 섹스중독의 일환이다. 이런 중독 증세 때문에 신경정신과를 찾지만 사실은 이런 것들은 우울감의 표출”이라고 설명한다.
우울감에 빠지면 그 공허한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하게 된다. 가장 흔한 방법이 술. 그래서 중년층에 알코올 중독자가 많다. 알콜 중독뿐 아니라 도박, 섹스, 게임 중독 등도 마찬가지, 이런 것들은 문제로부터 벗어나게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더 심각하게 만든다. 마음속에 쌓아 두었던 분노나 불안 등의 감정들이 술이나 도박 등에 의지해서 여과 없이 표출되어 나오게 된다. 그 결과 사람들과의 관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신체 기능 뿐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자신을 더욱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게 된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우울감, 수용하고 인정한 상태에서 전문가를 찾아야
배성범 원장은 우울감은 남성, 여성을 불문하고 누구나 한번은 겪게 되는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다 한다고 조언한다. 병증으로 나타나는 우울증이란 말 대신 우울감이라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어린아이처럼 된다는 말이 있듯, 우울감도 일종의 회귀현상이라는 배 원장은 “우울감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무조건 수용하고 공감하라”고 조언한다. 요즘 우울증에 관한 신문기사나 방송 등이 많이 보도되면서 ‘우울증 체크리스트’ 등으로 우울증 자가점검을 하는 사례도 있지만 이런 방법은 오히려 우울감을 과대 또는 과소평가를 내릴 우를 범할 수 있다.
우울감이 느껴지면 누구를 찾을 것인지 떠올려서 그 사람과 있는 그대로 교감 소통을 나누는 것이 좋다. 하지만 여성들이 쉽게 자신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지인이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과 소통 또는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하는 반면 남성들은 어려서부터 “늘 강해야 한다”는 의식과 사회적 인식사이에서 우울감을 점점 더 키우게 되는 것이 문제. 전문의를 찾았을 때는 이미 우울감이 쌓여 중독증세로 표출된 후가 대부분이다.
-‘내면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 심층심리상담(또는 마음돌보기)으로 우울감 극복
정신분석이라고 하면 아직 익숙하지 이들도 있겠지만 이는 정신과 치료의 근간이 되는 학문으로 ‘내면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우울감 뿐 아니라 갈수록 삭막해지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우리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배성범 원장은 “정신분석이라고 하면 우선 거부감부터 갖고 신경정신과에 간다고 하면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사회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정신분석(마음 돌보기, 마음 들여다보기)은 건강검진을 받듯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아는 내 마음을 의식이라고 한다면 이는 빙산의 일각 일뿐, 우리의 삶에 결정적이고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보이지 않는 내면에 잠긴 커다란 무의식이다. 인생의 중요한 판단과 결정은 모두 이 무의식이 지배하며, 결국 마음을 돌본다는 것은 무의식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무의식을 함께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가 바로 정신분석가이며, 그의 도움으로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며, 무의식으로 들어가는 것이 정신분석이다.
무의식의 세계에는 우리가 피하고 싶은 것이 담긴다. 두렵거나 짜증나는 것들, 금지된 욕망이나 공격성 등 감추고 피하고 싶은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어 쉽게 들여다 볼 수가 없다. 나의 무의식이 무엇인지 찾아보겠다고 해서 선뜻 찾아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고, 또 정신분석가가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물론 남에게 내 이야기를 다 털어 놓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저항이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내 마음을 깊이 이해하면 할수록 마음의 상처와 억압,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현대사회로부터 억압받는 4050남성들의 우울감도 아픈 마음이 보내는 전조 증상으로 이해하고 심층심리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도움말 동인정신과 배성범 원장)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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