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육아 멘토’ 신혜영 교수

“아이들의 주도성, 자발성 키워 주세요”

아이 문제 90%는 부모 문제…아이 믿고 격려해 줘야

지역내일 2012-05-04 (수정 2012-05-04 오전 11:07:02)


부산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신혜영 교수는 부산광역시보육지원센터에서
육아전문 상담위원으로 15년간 활동해 오고 있다.



부산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신혜영 교수에게 하루 24시간은 너무 부족하다. 학교 일정으로도 빠듯할 테지만 부산광역시보육지원센터 육아전문 상담위원으로 지난 1998년부터 꾸준히 활동해 오고 있다. 유아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에 대해 언론 매체에 기고문도 게재하고 각종 토론회에도 참여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5년째 거의 한번도 빠짐없이 상담 활동을 해 온 원동력은 뭘까.
“일 하느라 바빠서 보모에게 어린 두 아이를 맡겨가며 정신없이 키워봤기 때문에 누구보다 아이 키우는 엄마들의 고달픔과 고민을 잘 알아요. 유아교육 전공자로서 엄마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 시작하게 된 일이에요.”
육아 문제를 어디 마음 편하게 하소연하고 상담할 곳 없는 이들이 신혜영 교수에게 도움을 청하기 시작했다. 1997년부터는 삼성복지재단 양정 삼성어린이집에서 한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상담활동을 하게 됐고 이듬해부터 부산보육정보센터에서 상담 위원으로 지금껏 활동해 오고 있다.


아이 문제는 곧 부모 문제, 부모와 애착 관계 튼튼해야

신 교수는 “아이의 문제는 부모의 문제다. 아이 문제의 90%는 부모 탓이다. 부모가 심리적 문제 있으면 아이도 반드시 심리적 문제가 생긴다”고 말한다.
“아이에게는 주양육자의 정신건강 상태가 매우 중요해요. 아이들은 태어나면서 문제를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양육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너무 달라져요. 얼마전 24개월 된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자마자 아이 셋의 얼굴을 할퀴어서 상담을 하러 온 엄마가 있었어요. 집안에서 20년 만에 태어난 너무 귀한 아이여서 어른들이 과잉보호를 해 또래 아이들과 함께 활동하며 사회성을 키울 기회가 전혀 없었던 거죠.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단호하게 그런 행동을 하면 안된다고 가르쳐주고 설명해 줘야 한다고 조언했어요.”
그 아이에게 엄마가 다독여주고 설명만 잘 했는데 1주일 만에 아이의 상태는 무척 호전됐다.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건강한 가정이었기 때문이다. 엄마와의 따뜻한 애정과 신뢰가 형성돼 ‘애착 관계’가 튼튼하면 아이들은 문제가 생겨도 금세 다시 좋아진다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아이의 주도성, 자발성 존중하고 키워줘야

많은 상담자들이 신 교수에게 자녀가 어른이 되어서도 자기 의지력이 부족하고 부모가 모두 챙겨줘야 하는 상황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중1년생 아들이 병든 닭처럼 의욕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다고 한다”며 하소연 해 온 엄마, 병원을 개원한 의사가 되어서도 사춘기 청소년처럼 방황하고 의지력 없는 아들 때문에 고민 중인 할머니도 상담을 해 왔다.
신 교수의 원인 진단과 해법은 명쾌하다.
“인생을 이끌어 나갈 주도성과 자발성은 만 6세까지 모두 발달해요. 아이의 자발성과 주도성을 키워 줘야 해요. 어릴 때부터 엄마가 모든 걸 다 해 줘 아이가 주도적으로 할 기회를 박탈한 거죠. 아이에게 자기 스스로의 역할을 줘야 문제해결력도 키울 수 있어요. 공부만 하라고 하고 집안일은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게 가르친 게 문제예요. 아이들에게 집안일도 시키고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줘야 해요. 사소한 일도 주도적으로 해 보면서 자발성을 키우고 기쁨을 느끼는 게 아이들이거든요. 실수하고 시행착오를 겪어도 시다려 주세요.”
그는 십수년 동안 상담했던 방대한 내용을 많은 부모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정리해 책으로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다.


환경의 중요성, 학습 아닌 학습에 대한 동기와 욕구 가르쳐야

그는 환경 교육에도 적극적이다.
“영·유아 교육이 환경 교육과 더불어 함께 돼야 해요. 엄마들의 고민의 시작은 ‘내 아이 잘 키우는 문제’이지만 궁극적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려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을 잘 지키고 보존하는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동참해야 해요.”
그는 어릴 때부터 한글, 영어, 수학 학습지 등 공부만 방대하게 시키는 현실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영·유아기에는 정작 학습 자체보다는 학습에 대한 동기와 욕구를 가르치는 게 중요해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회 규범도 가르쳐야 해요. 또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작은 것에도 ‘격려’를 아끼지 않는 것입니다. 단 한사람만 믿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아이들은 전체 인생에서 절대 어긋나지 않아요.”
아이를 믿어주는 그 단 한사람이 엄마가 돼야 한다는 그의 말은 깊은 울림을 줬다.
그는 육아를 ‘행복’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해요. 아이 키우는 걸 ‘부담’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양육을 가장 잘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이에요”라는 그의 단순하고 명쾌한 지적은 큰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엄마들도 격려가 필요한 시대, 신 교수는 엄마의 마음을 다독여 주고 격려해주며 엄마들에게 희망과 에너지를 전해주는 진정한 ‘육아 멘토’다. 엄마들이 받은 에너지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건강한 기운으로 전해질 것이다.

박성진 리포터 sj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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