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이 찬란했던 지난 26일 오후 4시, 행복한 도서관을 찾았다. 사서 김경애 (54)씨를 만나기 위해서다. 마침 도서관 단골손님인 어진이가 들어왔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춘 김 씨가 “오늘은 어떤 책을 준비해줄까”를 묻자 어진이는 ‘머피와 두칠이’가 필요하단다. 도서관 안에 저 책이 없는 것을 발견한 김 씨는 열쇠 꾸러미를 들고 보관창고로 갔다. 거기서 찾은 책을 어진이에게 건네준 뒤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은 김 씨. 취재 내내 찾아오는 학생과 상호대차 도서를 가져온 회원들을 맞으며 질문에 답을 했다.
10년 간 마을 일하면서 도서관 일 담당
인터뷰 자리에서 김 씨는 자신을 “성질과 식성만 특별하지 다른 것은 좀 밋밋한 사람”이라고 했다. 고기, 생선, 계란, 라면 등을 안 먹는 특별한 음식 철학이 있고 사람 자체가 밋밋하다는 매우 겸손한 표현이다.
그녀는 자신을 “기사감으론 덜 매력적일 것 같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꽃집, 아이들 가르치는 일, 빵집, 청소년과 노숙자 쉼터 일 등 인생 이력이 화려했다. 또한 저 매장을 운영할 수 있는 플라워 아티스트, 제과제빵사, 보육교사, 청소년상담사 등의 스펙까지 빵빵했다. 부천 원종동에 거주하는 경애 씨는 오정동을 배경으로 지난 10년 간 도서관 중심의 일을 해 왔다. 그녀는 얼마 전까지도 도서관을 근거지로 동네일이라면 빠지지 않고 쫒아 다녔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작년 7월, 사서자격증을 취득해서다.
“2003년부터 틈나는 대로 도서관 일을 도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관련 일과 도서관 일이 늘어났다. 2010년 들어서는 차라리 김경애가 사서로 일하는 것이 좋겠다는 논의가 있어서 성균관대학교 사서교육원에서 공부한 뒤 전문 사서가 됐다.”
주민을 도서관으로 오게 하는 것이 사서의 몫
“사서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주민들이 도서관을 쉽게 찾아오게 해야 돼요. 또 정보소외계층들이 책 속에서 자기 길을 찾도록 만들어주는 게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경애 씨에겐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많다. 그 중에서 동네 청소년이 자기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조언해준 일이 새삼 기억에 남는다. 그 학생은 그녀와 대입을 상의한 후 대학에 진학했으며 입대할 때는 간다고, 휴가 나와서는 나왔다며 인연의 끈을 이어오고 있다.
“이런 일로 사람들이 도서관을 찾을 때마다 마음이 뿌듯해져요. 보람이 커지는 거죠.”
그녀는 도서관을 금기어를 사용하지 않는 자유로운 공간이라고 말한다. 사색의 공간이지만 놀이터도 될 수 있다는 거다. 어떤 사람에게는 영혼의 안식처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금기어는 ‘하지 마라’는 소리를 안 하는 거예요. 아이들은 스스로 잘 알거든요. 아이들이 걸어서 도서관을 찾고 놀이터처럼 문화를 체험하며 즐거운 기억을 만드는 게 얼마나 중요하다구요.”
책 읽는 엄마들을 길러내는 문화운동장
경애 씨가 생각하는 도서관은 문화운동의 장소다. 이 운동을 통해 책을 읽지 않는 엄마들이 자기 책을 고르며 즐거워하고, 자신을 채워야 아이들이 잘 큰다는 것을 알아 가면 된다.
“부모의 등을 보고 자라는 게 아이들이잖아요. 책 잘 읽는 아이로 키우려면 부모가 독서를 잘하면 돼요. 아이들이 독서 습관을 형성하려면 중학교 때까지 끈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그녀는 요즘 같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필요한 것은 낱낱의 지식이 아닌 사고력이라고 말한다. 인간다움을 잃지 않게 하는 동력은 생각하는 힘이라는 것. “특히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지금, 여기에서 말과 책을 통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죠. 책을 읽고 사유하는 줄탁을 통해 상상력은 저절로 흘러나오기 마련이니까요.”
그녀는 좀 특별한 꿈을 꾸고 있다. 자신이 사는 동네에 안전지대를 만들고 싶다는 것. 홧김에 집을 나온 엄마, 가출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쉬어갈 곳을 만드는 일은 그녀가 꿈꾸는 소박한 상상이다.
TIP 김경애 사서가 추천하는 책
아이들에게는 임길택의 ‘들꽃아이’와 윌리엄 스타이그의 ‘진짜 도둑’, 마리온 테인바우어의 ‘잃어버린 자전거’를 권한다. 청소년들은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자비에 로랑 쁘띠의 ‘153일의 겨울’, 그레이엄 샐리즈버리의 ‘그래도 언제나 캡틴’을 추천한다. 경애 씨가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이오덕의 ‘일하는 아이들’, 최명희의 ‘혼불’, L. 버스카글리아의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법정 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 등 가장 사람답게 사는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란다.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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