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을 통한 자기 혁명!

지역내일 2012-05-02

똑똑한 개인보다 평범한 집단이 더 뛰어나다
 질문 하나! 한 집단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랜 시간 토론을 한 후 의사 결정을 하였다. 다른 집단은 매우 명석한 두뇌를 가진 한 사람이 연구하여 결정한 후 다른 사람들은 그의 지시에 따랐다. 어느 쪽이 결과가 좋을까?
 토론 수업 초기에 하는 게임이 있다. 달에 불시착을 했다는 전제로 여러 명이 협의를 해서 살아남는 방법을 모색하는 일종의 생존 게임이다. 먼저 개인의 생각을 기록한 후 팀별 협의 내용 결과를 기록한다. 게임 후에 정답이 발표되기 때문에 어떤 팀이 토론을 잘했는가가 명확히 드러나는 게임이다. 팀 중에 과학적 지식이 뛰어난 학생이 있기 마련이어서 특출한 개인이 기록한 점수가 높게 나올 수 있다. 또한 어떤 팀은 구성원들의 지식이 대체적으로 낮아서 각 개인들의 점수가 낮은 경우도 많다. 하지만, 놀랍게도 팀별 점수는 그 팀에 속한 특출한 개인과 상관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평범한 팀의 협의 점수가 특출한 개인의 점수보다 높게 나오는 것이다. 많은 팀을 데리고 동일한 게임을 해봤지만 결과는 항상 같았다. 우수한 개인에게 이끌려 협의를 충분히 못한 팀이 평범한 구성원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토론한 팀에게 매번 진 것이다.

21세기 리더는 타인을 설득하며 함께 나아가는 리더
토론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가장 가르치고 싶은 것이 바로 이것이다. 남에게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전달하고 남의 말에 경청하여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며 의사를 결정하는 과정이, 우수한 개인의 지식에 의존하는 것보다 훨씬 결과가 좋다는 것. 학생들이 그것을 마음 속 깊이 깨닫는 순간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며 타인에게 온유해진다. 또한 타인도 그에게 친근함을 표시하게 되어 자존감도 얻게 된다. 나는 그것을 ‘토론을 통한 자기 혁명’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제일 잘 나가’라는 아이돌 가수의 노래가 있지만 그것을 외치는 사람은 대개 현실에서 타인에게 소외받을 가능성이 높다. 21세기의 리더는 고전 소설에 나오는 영웅의 모습은 아니다. 군중을 미련하게 생각하고 자신이 앞에서 모든 것을 끌고 나간다는 제왕적 리더는 일부 지식인이 정보를 독점하던 시기에서 유효했던 리더의 모습이다. 정보가 공개되고 다양한 사고들이 통합되는 지금 시대는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상대방을 설득하고 그의 의견을 반영하여 앞에 놓인 과제를 창의적으로 풀어나가는 능력을 가진 리더를 원한다. 그리고 그런 능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기를 수 있는 것이 토론 교육이다. 오바마나 힐러리 클린턴 등 미국의 지도자들은 대개 학창시절 토론 대회 우승자 출신이다.

토론 문화 형성을 위한 사회적 토대가 필요한 시기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청소년들에게 그러한 덕목과 능력을 가르칠 사회적?교육적 토양이 갖추어지지 않은 현실이어서 안타깝다. 미국 국회와 한국 국회를 비교해 보자. 오바마 정권이 추진한 의료개혁안은 국론 분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보수와 진보 사이에 격렬한 논쟁을 촉발시켰다. 의회의 최종 투표가 있기 까지 미국 의원들은 며칠 밤낮으로 긴 토론을 진행했고 여러 수정을 거친 후에 법안은 결국 통과되었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된 후에 반대론자들이 고함을 지르거나 의자를 던지는 일은 물론 없었다. 깨끗이 승복하고 그 후 대책을 논의하였다.
 그에 반해 한국의 국회는 어떠했는가? FTA 법안에 관련하여 토론의 흉내만 내다가 결국 온갖 욕설과 소화기까지 터트리는 일까지 벌였다. 그 후에는 형사 고발과 장외 투쟁이 난무하였다. 폭력, 음란 동영상보다 학생들에게 더 유해한 방송은 국회와 관련된 방송일지도 모른다.

학교 폭력의 근본적 대책은 토론 교육으로
교육현장에 있으면서 학생들의 욕설 수준이 점점 도를 넘어서는 것을 목격했다. 학생들이 말의 폭력성과 타인에 대한 영향력을 깨닫지 못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진정한 토론의 정신을 배운 학생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 상대방을 존중하며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으며 상대방이 비록 자신에게 욕설을 퍼부어도 상처받지 않는다. 가치가 있는 말과 없는 말을 골라서 수용하는 능력을 길렀기 때문이다.
 학교에 경찰관을 배치하고 욕설을 한 학생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한다는 근시안적인 대책이 얼마나 통할 수 있을까? 어릴 적부터 토론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다행인 것은 필자가 만나본 학부모님 중 뜻밖에도 토론 교육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상당수였다는 것이다. 대학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도 토론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교육계와 사회 전반에서 토론 교육에 대한 열풍이 불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왜냐하면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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