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년 고도 서울의 재발견 ‘한성백제박물관’

풍납토성, 칠지도... 한성백제를 실감나게 느끼다

지역내일 2012-05-29 (수정 2012-05-29 오전 10:17:33)

올림픽공원 안에 자리 잡은 한성백제박물관이 4월30일 개관 후 한 달 남짓 지났다. 강남권에 첫 선을 보인 역사박물관인 탓에 유치원, 학교의 단체 견학이 줄을 잇고 주5일제 수업 이후 체험학습 붐을 타고 주말마다 7천명이 넘는 가족 단위 관람객이 몰리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뜨거운 관심에 박물관 관계자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최고 전성기였던 근초고왕 시대를 포함해 5백년간 백제의 왕도였던 1천5백년 전 역사가 42,311점의 전시유물을 통해 선보인다. ‘아는 만큼 보이는’ 우리 문화재. 칠지도, 미륵보살반가사유상처럼 진품은 일본에 있지만 당대 백제의 문화 수준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유물복제품, 풍납동에서 발굴한 토관, 토기 등 박물관을 찾을 때 놓치지 말고 꼼꼼히 살펴봐야 할 유물을 가이드한다. 백제사를 전공한 역사학자로 2005년부터 박물관 개관의 실무를 진두지휘한 김기섭 전시기획과장이 도움말을 주었다.


풍납토성 성벽 단면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풍납토성. 높이 11m, 너비 43m 규모로 실제 풍납동에서 발굴한 토성의 일부를 절개해 박물관에 그대로 옮겨놓았다. 풍납토성은 둘레 3.5km, 높이 11m로 평지에 쌓은 고대 토성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당시 백제의 국력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유적으로 발굴 당시 토성 안쪽에선 궁궐, 우물, 도로의 흔적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1천5백년간 홍수와 비바람에 시달린 데다 지금은 토성 주변에 아파트 단지까지 들어서 과거의 위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박물관 건립추진단은 융성했던 한성백제의 상징물인 풍납토성의 실물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였다. 땅 아래 묻혀있던 토성의 단면을 일부를 자른 뒤 5단계의 작업 공정을 거쳐 흙을 얇게 떼어낸 뒤 박물관으로 그래도 옮겼다. 8개월에 걸쳐 수작업으로 진행된 대공사였다.
 전시물을 자세히 살펴보면 시루떡처럼 층층이 다져 쌓은 판축법, 나뭇잎 등을 깐 부엽법 같은 당대 백제인의 축조기술을 확인할 수 있다. 고구려가 한강 맞은편에 쌓은 아차산성이나 신라의 산성과는 다른 방식이다. 풍납토성 전시는 거대한 성벽 절개면을 박물관에 전시한 국내 첫 사례로 관련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칠지도
 백제 근초고왕이 일본 왕에게 하사한 ‘일곱 갈래의 가지로 된 칼’ 칠지도. 진품은 일본 이소노카미 신당에 보관, 1년에 1~2일만 일반인에게 공개할 만큼 일본 정부가 공들여 관리중이다. 건립추진단은 일본의 협조로 정밀 사진과, 정확한 사이즈를 입수해 전문가들과 여러 차례 고증을 거쳐 복제품을 제작했다. 앞뒷면에 새긴 상감기법, 부식 정도 등도 일본의 칠지도 진품과 흡사하게 재현했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바둑판
 일본 왕실 보물창고인 정창원에 있는 진품을 자단목, 상아, 옥 등 똑같은 재료를 사용해 2년에 걸쳐 완벽하게 복제했다. 상아 바둑돌에는 꽃을 부리로 문 새가 새겨져 있고 바둑판 틀에는 코끼리, 낙타 등의 동물 문양이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다. 당시 백제가 동남아 여러 국가들과 폭넓게 교류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유물이다. 특히 바둑판 서랍을 열면 반대편 서랍도 동시에 열리게끔 설계되어 당시 백제인들의 과학기술 수준도 엿볼 수 있다.


목조미륵반가사유상
 일본 국보 1호로 고류지에 보관된 나무조각상. 재료가 일본에서 나지 않는 금강송이며 우리나라 국보 금동미륵보살반가상과 유사해 국내 학자들은 이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제작했거나 큰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한다. 미륵반가사유상 복제는 박찬수 목아박물관장이 맡아 일본을 수십 차례 오가며 심혈을 기울여 완성했다.


 박물관 측은 유물 복제 전 과정에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100여명의 고증위원들을 참여시켜 완성도를 높였다고 밝힌다. “1500백년 동안이나 잊혀졌던 한성백제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 유물은 필수적입니다. 진품이냐 복제품이냐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죠. 진품을 일본이 가지고 있더라도 제작자는 백제인들이라는 사실, 작품을 제작할 당시의 역사적 배경을 추론해 보며 감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기섭 과장의 설명이다.
 이밖에 풍납토성에서 출토된 토관도 주의 깊게 살펴볼 유물이다. 수천 개의 토관을 이어 하수도 시설을 갖출 만큼 한성백제시대에는 권력, 재력,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으며 도시계획 분야에도 앞선 노하우가 있었다는 사실을 토관을 통해 엿볼 수 있다.
 한성백제박물관을 꼼꼼히 살펴보려면 1시간 동안 진행되는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어보는 것이 좋다. 주말에는 신청이 몰리므로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지하 3층, 지하2층 규모의 한성백제박물관은 몽촌토성의 실루엣에 해상강국 백제를 상징하는 배 모양으로 디자인, 건물 외관이 독특하다. 특히 박물관 지붕을 따라 산책길을 냈고 옥상에는 몽촌토성, 풍납토성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도 설치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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