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녀 똑똑한 아이로 키우고 싶으면
수학, 언어/논술, 외국어 중에서 어느 공부가 가장 중요할까? 언어/논술을 강의하고 있는 입장이라 당연히 언어 논술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은 언어/논술보다는 단언코 수학이다. 수학은 모든 학문의 정점에 있는 학문이다. 그래서 플라톤이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학생들을 선발할 때 본 시험은 유일하게 수학이었다. 인간의 사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연역적 사고와 귀납적 사고다. 간단히 정리하면 경험에 의해서 알아가는 것이 귀납(베이컨)이고 경험 이전의 대명제(선험적 진리)가 있고 인간은 그 이후 이성적 판단에 의해서 모든 것을 추론해야 한다는 것이 연역이다. 수학은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논리적 추론이다. 그래서 경험으로 푸는 것이 아니라 이론으로만 풀어야 한다. ‘근의 공식’을 경험할 수 있을까?
수학, 가장 중요하지만 노력해서 극복하기 어려운 과목
예를 들어서 서강대 논술 고사 문제 중 ‘시간과 공간의 객관화로 인간은 주체적 삶이 파괴된다’는 내용을 보자. 낮에 잠이 많고 밤새 잠이 없는 개성이 강한 사람에게 그 사람의 주체적 삶이 우리가 정한 객관적 시간의 통념 때문에 파괴된다는 것으로 경험하게 하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근의 공식’은 경험할 수 없는 공식이다. 그래서 언어는 경험적이고 수리는 경험 이전의 명제로 사고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수학이 어려운 학생은 아무리 노력해도 여전히 어렵다. 수학적 사고 능력이 있는데 노력하지 않았던 학생이야 노력에 의한 극복이 가능하지만 태생적으로 수학적 사고 능력이 결핍되어 있으면 성적 향상이 불가능한 과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수시 모집에서 3개 영역 2등급을 원하는 고려대, 연세대 등의 학교에 지원할 때 언어 2등급, 수리 6등급, 외국어 2등급, 사탐 2등급 받은 학생이라 하더라도 합격의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하는 수학을 포기하고 논술에 총력을 기울이면 가능하다. 이해가 잘 안되면 각 대학의 모집 요강 중 수시 수능 최저 등급 조건을 파악해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논술, 경험치의 증가에 의해서 성적은 반드시 오르는 과목
물론 독서를 게을리 하여 어휘에 대한 감이 부족한 사람들은 논술을 공부한다고 해서 쉽게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요즘 논술 문제가 지금의 학생들 언어 이해 수준에 비하면 지나치게 어렵기도 하다. 그러나 앞서 말한 수학보다는 가능성이 열려있다. 수능 과목 중에 노력하면 무조건 점수가 오르는 과목은 영어다. 영어는 아무리 지능이 부족해도 반복하면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과목이다. 그리고 수준 높은 실력을 지닌 강사의 도움이 없더라도 혼자 극복할 수 있는 과목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부분 상위권 학생들은 영어 공부는 혼자서 한다. 필자도 대입시에서 영어는 만점을 받았는데 거의 독학으로 공부한 경험이 있다. school 이라는 단어가 학교라는 것을 알아내는 데 지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러나 수학은 그런 과목이 아니다. 그것에 비하면 언어 논술은 영어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경험치의 증가에 의해서 실력이 향상된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처음 배경 지식이 부족한 경우에 쓴 논술과 이런저런 언어적 경험을 증가하고 난 뒤에 쓴 글을 보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엔트로피라는 어려운 개념을 논술에서는 설명한다. 그런데 그 엔트로피를 어렵게 이해할 것이 아니라 실생활 속에서 설명할 경우 ‘욕구’와 ‘욕망’의 개념이 등장한다. 생명체는 모두 엔트로피가 높아지는 것(에너지가 없어지는 것)을 부정하고 낮출 수 있는데(에너지를 증가시킴) 동물과 인간의 그 강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사자는 욕구만 있지 욕망이 없다. 그래서 배가 부르면 아무리 작은 동물이 지나가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욕구가 채워져도 더 큰 욕망을 추구하면 환경을 파괴해 나갔다. 실제 사자가 사슴 1000마리를 잡아서 냉동실에 얼려 놓고 굶주린 사자에게 높은 가격에 판 뒤에 이익을 남기고 그 돈으로 마블링이 많은 사슴 고기를 우아한 음악을 들으면서 먹지는 않는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엔트로피와 욕구와 욕망의 관계를 이해시키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그와 관련된 문제가 나오면 자신의 능력으로 분석과 표현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논술은 경험치의 증가에 의해서 점수가 또박또박 올라간다. 단, 그러한 개념을 쉽게 가르치고 체득화시킬 수 있는 선생을 만나야 한다.
논술은 실제의 삶도 변화시켜
더불어 논술은 이렇게 우리의 삶과 직결되어 있어 실제 경험을 통해 실력을 증가시키기도 하지만 삶의 태도를 바꾼다.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와 육식의 종말이라는 내용을 강의하면 육식을 즐기던 학생들이 채식을 선호하게 된다. 필자도 그런 강의를 지속적으로 하면서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게 되었고 마블링이 많은 맛난 고기가 맛이 없어지기도 했다. 논술은 실제 우리의 삶과 직결된 과목이다.
그래서 논술은 아름다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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