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사] 서울동화축제추진위원장 강우현 남이섬 대표

동화로 세상을 디자인하다

지역내일 2012-04-18

“요즘 참 시끄럽죠. 세상이 더 멋있어졌으면 좋겠어요.” 강우현 대표의 첫마디였다. 그가 남이섬에 만든 동화나라가 서울 한복판에서도 선보인다. 어린이대공원, 능동로 일대에서 4월27일부터 5월17일까지 열리는 서울동화축제. 강 대표는 축제 추진위원장을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어른들에게도 동화가 필요해요. 아이들이 동요와 동화를 시시하다고 외면하는 건 부모 책임 때문입니다.”라고 잘라 말하는 강 대표. 백지 위에 점, 선, 원을 내키는 대로 긋더니 훨훨 나는 새, 친구와 속삭이는 새 등 다채로운 새 캐릭터가 그럴듯한 스토리와 함께 그의 손끝에서 ‘뚝딱’ 태어난다. 


 동화가 필요한 어른들
 “거짓말을 나쁜 쪽으로 악용하면 사기꾼이 되지만 좋은 방향으로 활용하면 근사한 스토리텔러가 됩니다.” 스토리텔링 시대라 ‘창의성’이 필요하다며 아이들을 창의미술, 창의수학 학원으로 등 떠밀 게 아니라 온가족이 오순도순 둘러앉아 ‘이야기’부터 시작하라고 그는 말한다.
 서울동화축제는 어린이대공원이라는 인프라와 세종대, 건국대의 소프트 파워를 결합, ‘광진구는 동화 나라’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광진구가 공들여 준비했다. 관 주도로 진행되는 지역 축제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문화 전문가들을 축제 추진위원으로 참여시켰고 이들이 주축이 되어 프로그램을 짰다. “돈을 들이면 누구나 잘 만들 수 있어요. 돈 안들이고 제대로 하는 게 진짜 능력이죠. 11일간 열리는 축제 예산이 4억 원인데 절반만 쓸 예정입니다. 대신 전문가들에게 가진 능력을 100% 발휘하자고 했지요. 재능기부로(웃음).” 축제 캐릭터, CI는 강 대표가 직접 만들었고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등은 그 분야가 전공인 추진위원들에게 일임했다.  남은 예산으로는 축제가 끝난 뒤 일반인 대상의 동화 아카데미를 여는 등 지속적인 동화 캠페인을 벌이고 싶다고 속내를 밝힌다. “동화적인 상상력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며칠간 열리는 반짝 축제로는 한계가 있죠. 아이디어 발상법과 생활 속의 실천 노하우를 동화가 필요한 어른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좌충우돌 10년이 키운 ‘상상 보따리’
 그래픽디자이너, 화가, 그림동화 작가, 아트 디렉터, 잡지발행인,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 창립자, 환경운동가... 남이섬 사장이 되기 전 그의 이력들이다. 재생공책 보급, <아버지와 가정>이라는 월간지 만들기 등 일반인의 잣대로 볼 때 분명 ‘돈 안 되는 일’에 꽤 많은 시간, 에너지, 자본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보낸 십년의 세월이 쌓여 ‘오늘날의 강우현’이 만들어졌다. 이일 저일 경험을 하다 보니 세상에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걱정이 없어졌고 주변에서 도와주는 이들도 함께 늘었다고 그는 말한다.
 “어린 시절 정몽주의 ‘단심가’, 이방언의 ‘하여가’를 배웠을 때 고려 충신 정몽주만 옳다고 확신했어요. 그런데 40대가 되니 이방언이 과연 틀렸을까 의문이 생겨요.” 유연한 생각, 알고 있는 지식을 섞어 비틀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역발상’의 노하우가 세월과 함께 쌓였다.
‘쓰레기를 쓸애기’로 만든 남이섬
 2001년 다쓰러져 가는 유원지 남이섬의 사장을 자청하고 나선 뒤 5년간은 지독한 고난의 시간이었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안 되면 될 때까지’ 강우현식 상상 경영을 뚝심 있게 밀어붙이자 남이섬은 피터팬이 사는 네버랜드처럼 동화의 섬 ‘나미나라’로 탈바꿈했다. CEO로서 경영 성적표도 훌륭하다. 지난해 남이섬 방문객은 230만 명. 이 가운데 42만 명이 외국인이다. 매출액은 242억원. 10년 전에 비해 열배 넘게 성장했다.
 ‘잡초를 화초로 쓰레기를 쓸애기’로 만들자며 북한강에서 떠내려 온 물배추를 버리지 않고 잘 키워 상품으로 팔고 섬에 나뒹굴던 소주병을 녹여서 꽃병과 타일로 만들어 재활용했다. 송파구의 골칫거리였던 은행 나무잎을 가져다 남이섬의 명소 ‘송파 은행낙엽길’을 만들어 관광객을 불러 모았다. 독특한 ‘역발상 재활용’에 사람들은 환호했고 어느새 그에게는 상상경영 CEO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인터뷰가 진행된 인사동의 남이섬 서울사무소 그의 방 곳곳에도 재기발랄한 재활용품을 만날 수 있었다. 소주병을 녹여 만든 타일 커튼을 유리창에 붙였고 폐목재와 못 쓰는 유리를 이어붙여 커다란 회의 테이블을 근사하게 만들었다. 검은색으로 칠한 벽면 한 쪽에는 직접 그린 울긋불긋한 새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모태 디자이너’ 강우현은 늘 동화나라를 꿈꾼다. 그리고 남이섬에서 이뤄낸 판타지를 이제 서울 도심 한복판에 선보이려고 한다. “일상을 벗어나는 창조는 ‘일상 안’에 숨어있어요. 그걸 부모들에게 먼저 알려주고 싶어요.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의 상상력은 남다를 수밖에 없죠.” 28살 아들과 아직도 둘도 없는 ‘절친’이라며 활짝 웃는 강 대표는 ‘천진난만한 소년’ 같았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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