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신선한 공기가 가득한 캠핑장은 군데군데 모닥불이 타올랐다. 나뭇가지에 돋아난 새 잎들은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을 가리키고 있었다.
여러 동의 텐트들과 캠핑기구들 사이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즐겁다. 고즈넉하면서도 도란도란한 캠핑장 풍경이다.
자연이 주는 캠핑의 묘미에 푹 빠진 그들의 이야기. 11일 밤 병천아우내 캠핑장에서''천안아산 캠핑패밀리’ 캠퍼들을 만났다.
* 천안아산 캠핑패밀리 회원들
심신안정에 강추 = “이른 아침 머리맡에서 듣는 새소리가 얼마나 좋은지 아세요?” 언플러그드 캠핑을 즐긴다는 백승복(38)씨가 손수 녹음한 새소리를 들려주며 물었다. 녹음된 새소리는 맑고 청량했다. 귀가 즐거웠다. “얼마나 좋은지 말로 형언할 수가 없다. 직접 들어보면 기가 막히는데…”라며 백씨는 아쉽다는 듯 말했다.
캠퍼들이 캠핑을 즐기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중 많은 이들이 꼽는 이유는 자연을 즐길수록 마음이 편안해져 스트레스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회상에 잠긴 듯한 최정훈(40)씨가 말을 꺼냈다. “직업군인으로 천안에 내려와 일에 파묻혀 지냈다. 주말에 잠만 자는 나 자신에게 회의가 밀려와 무작정 야영을 떠났다.” 이때만도 최씨는 캠핑이 뭔지, 동호회 카페가 있는 줄도 모르던 왕초보 시절이었다.
혼자 묵묵히 텐트를 쳤고 자연의 숨소리를 느끼며 잠든 첫날, 그는 그토록 원했던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자연에 포근히 안긴다는 느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고. 이후 그는 연 40회 가까이 캠핑을 즐기는 열혈 캠퍼가 됐다.
일어로 ''꽃이 핀다’는 뜻의 ''지라이아’라는 닉네임을 가진 우종호(38)씨는 아주 현실적인 이유에서 출발했다. 4년 전 여름휴가 때 펜션이 너무 비싸 차라리 텐트 사서 가자고 했던 게 캠핑에 대한 모든 것을 통달하기에 이르렀다. 어지간한 캠핑용품을 다 써 본 그는 손색없는 사용 후기를 내놓곤 했다.
“흙냄새를 맡고 자는 것이 너무 좋다”며 “숲, 나무, 장작 냄새 어느 것 하나 놓칠 수가 없다”는 그는 이제 캠핑이 생활처럼 자연스럽다.
건강, 행복, 가족 다 챙길 수 있어 = 캠핑을 자주 다니면서 큰 딸 아토피가 없어졌다는 정해용(45)씨는 가족과 함께 했던 추억이 많았다. 사계절 자연 속에서 몇 년 째 뛰놀았더니 가족모두가 건강 체질로 바뀌었다고. 그는 봇물 터지듯 끝없이 이야기를 풀어내며 연신 스마트폰에 저장한 사진들을 보여줬다. 가족 얘기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정글의 법칙? 우스워진다. 캠핑 좀 다니면 금방 안다. 캠핑 맛에 빠지면 절대 펜션 예약 못한다.” 가히 매니아다운 소감이다.
백승복씨도 캠핑의 계기가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눈 쌓인 텐트 앞에서 눈사람을 만들어놓고 찍은 어떤 가족사진 한 장이 한 대 얻어맞은 양 백씨에겐 큰 충격이었다고. “왜 난 우리 애들에게 못해줬을까….” 겨울에도 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놀라웠다.
해를 거듭한 캠핑 덕에 유명브랜드 캠핑용 테이블도 정품 못지않게 만들어내는 그의 솜씨는 혀를 내두르게 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족이 함께 하는 취미로 따라올 게 없다”는 게 그들이 말하는 캠핑의 특장점이다. 또한 “야외 취사와 취침경험이 많아 전쟁 나도 문제없을 것”이라며 캠퍼들은 호탕하게 웃었다.
새로 캠핑을 시작하는 이들이 많은 요즘, 초보라면 동호회 가입이 필수라고 그들은 조언했다. 캠핑에 관한 정보들을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텐트는 바람 대비가 가장 중요하다며 텐트를 고정시키는 팩은 길고 튼튼한 걸로 준비하라고 권했다. 특히 야간에 팩 박을 때 우종호씨는 소음방지를 위해 고무망치가 필수라고 귀띔했다.
리포터가 도전해보고 싶지만 잘해낼까 염려하자, 캠퍼들은 캠핑은 초보만 있을 뿐 고수도 하수도 없다며 아낌없이 격려해줬다.
자신을 돌아보고 자연을 느끼고 싶을 때, 사람들과 어우러진 휴식이 필요할 때 그들은 캠핑에서 그 답을 발견하고 있었다.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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