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저)라는 유명한 책이 있다. 이 책 제목은 대원고등학교 오흥빈(53) 진로진학상담교사가 아이들의 진로와 진학을 상담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교육의 모토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인생에 있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지를 많은 부모님들이 간과하고 있습니다. 학생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학생들의 진로와 진학을 위해 밤낮 없는 공부로 열정을 불사르고 있는 오 교사. ‘내 아이’같은 마음으로 학생들을 대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한 진로결정 내려야
“왜 자신의 인생 진로를 남들이 정해주는 대로 따라가는지 잘 모르겠어요. 도무지 스스로에 대해 한번쯤 생각을 해 보기는 하는 건지 의심스러운 때도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소개를 하라 하면 10초면 끝나버립니다. 그만큼 자신에 대한 정리가 되어있지 않다는 말이겠죠.”
오 교사의 안타까움은 학생들의 문과이과 진로 결정 이야기가 나오자 극에 달했다. 문과를 선택하는 많은 학생들이 단순히 ‘수학을 못해서’ 또는 ‘수학이 싫어서’라는 이유로 결정을 내린다고 했다. 많은 학생들이 그렇게 진로를 설정한다. 공부를 하다 자신의 성적에 맞는 과를 선택하고, 그 과에 맞는 직업을 자연스럽게 이어가게 되는 것.
오 교사는 “평생 해야 할 일을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며 “그 일에 맞게 대학과 전공을 선택해야 하고 그 전공을 위해 문과 이과 계열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렇게 어영부영 결정하게 된 자신의 진로를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를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대학 진학 후 많은 학생들이 전공을 바꾸고, 또 대학 졸업 후 전문대나 다른 과에 진학해 자신의 잃어버린 진로를 찾아 나서고 있다.
교육 현장에 30년 가까이 몸담으며 수많은 학생을 지켜본 오 교사이기에 이런 안타까움이 더욱 크기만 하다.
학년별 진로상담프로그램 운영
1주일에 한 시간 창의체험활동으로 진로상담시간을 진행하고 있는 대원고. 오 교사는 그 시간을 이용, 학생들의 생각하는 습관을 키워가고 있다. 자신과 인생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스스로를 깊게 들여다보는 동기를 부여하고 있는 것.
1학년 학생들에게는 인생로드맵을 통해 자신의 마음에 들고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일을 몇 가지로 압축하는 과정을 갖는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전공을 생각하게 되고, 그 전공을 공부하기 위한 합리적인 계열 선택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2학년은 좀 더 구체적으로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한다.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세부적인 결정에 도움을 주는 시간인 셈이다. 이때 오 교사는 크게 3가지를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합니다. 또 그 일이 가치 있는 일이라면 더 보람을 느끼겠죠.”
이를 위해 직업흥미와 적성, 가치관 검사 등이 진행된다.
실질적인 도움 주는 진로 교육
대원고는 지난 1일부터 3일 동안 ‘학부모 진로 아카데미’를 진행했다. 진로에 대한 학부모들의 올바른 인식이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또 지난 9일에는 학생들을 위한 직업체험아카데미가 진행됐다. 특수체육학교사, 구청공무원, 대학교수, 취업지원관, 사회복지사, 국제자문대사, 회계사, 직업군인, 경찰관, 검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각 학급을 돌아가며 살아있는 직업교육을 진행한 것.
오는 7월에는 학생들의 학과 설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학생들이 직접 대학을 방문, 학과를 체험해보는 행사를 계획 중에 있다.
오 교사는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다양한 진로에 대한 살아있는 정보를 얻게 되고, 더불어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해보는 동기부여 기회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과 수시로 1대 1 상담을 진행하는 것은 그의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누군가에게 변화를 주고 떠나는 것이 인생의 진정한 의미’라는 중요한 가르침을 늘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오 교사. 마지막으로 부모님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아이의 말을 얼마나 ‘잘’ 들어주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아이가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부모와 진정한 대화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얼마나 늦는 지를 꾸짖지 말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지를 아이와 함께 대화할 수 있는 부모님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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