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수업·실습정보 공유하는 고양시기술교사모임

두근두근 신나는 기술수업, 우리가 만들어요

지역내일 2012-05-13

지난 19일 저녁. 학생들도 없는 신일중학교에 20여 명의 교사들이 모였다. 고양시기술교사모임을 위해서다. 고양시기술교사모임은 매달 셋째 목요일에 모여 수업을 위한 아이디어와 자료들을 공유한다. 이날은 연필의 흑연을 종이에 칠한 후 손가락을 갖다 대면 전기가 통해 소리로 나는 ‘사운드 드로잉’을 실습했다. 저항이 소리로 바뀌는 실험이다.


기술 수업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 반응이 정말 좋아요. 교과서로 수업하면 과학적인 법칙을 다 외워야 되는 건데 실제로 해보니까 흥미로워 해요.”
강지영(신일중) 교사는 교내 발명동아리 운영과 수업에 도움을 받기 위해 기술교사모임에 꾸준히 나온다. 학생들은 늘 보는 형광등 불빛에는 덤덤하면서도 회로를 통해 꼬마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 깜짝 놀란다. 실습 결과물로 라디오 전파를 수신해 방송이 들리면 탄성을 지른다. 즐겁고 신나는 기술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교사들은 밤늦은 시간 업무를 마친 피곤함을 이기고 모인다.


기술교과의 즐거움을 나눠
고양시기술교사모임은 2004년에 시작되었다. 몇몇 교사들이 정보를 공유하던 모임이 입소문을 타면서 체계화되었다. 고양시 기술교사들의 움직임은 전국기술교사모임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정기 모임 날에는 각자 평소에 연구한 결과물을 공개하고 노하우를 배운다. 배워 온 내용은 각자 학교로 돌아가 수업에서 응용한다. 다른 지역의 기술교사 모임에 강사로 나가기도 하고, 파주 인천 지역의 교사들이 모임에 참가하기도 한다. 방과 후 발명교실이나 기술동아리를 운영하는 교사들도 있다. 꿈돌이 과학한마당에 학생들을 데리고 참가하며 지역 주민들과 기술교과의 즐거움을 나누기도 한다.


융합형 인재 길러내는 기술교과
학문의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형 인재가 대세다. 기술교과는 융합형 수업을 진행하는 데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과목이다. 사운드 드로잉 실습만 해도 음악, 미술, 과학이 접목 되었다. 기술 수업만 내실 있게 운영해도 학생들의 창의력, 사고력, 문제 해결력을 월등히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교사들의 설명이다.
유승목(파주 금촌중) 교사는 기술발명동아리에 꾸준히 참가한 학생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재료를 변형하고 가공하는 데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창의력이 높아지는 것을 느꼈다. 과학동아리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같은 주제와 재료에서 나오는 결과물의 차이점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기술발명을 꾸준히 접한 학생들은 공구나 도구를 접하는 기회가 많아 보다 넓은 시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월등히 높다는 것이 유 교사의 설명이다.
안타까운 일은 국영수에 밀려 기술 과목이 점점 더 외면당하는 현실이다. 수업 시수를 줄이기도 하고, 실습에 필수적인 기술실을 없애 독서실이나 자습실을 만드는 학교도 있다. 입시에 관련이 크게 없다는 것이 이유다. 이공계 기피 현상도 한 몫 했다. 기술을 천시하는 풍조도 여전하다. 원리를 응용하고 적용하는 힘은 기술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처사에 기술교사들은 몹시 안타까워 했다.


기술과목 축소 현상 안타까워
교사들은 “기술 과목 시수와 예산을 줄이니 두 세배로 노력하게 된다”고 했다. 윤성복(인천 동산중) 교사는 학부모들이 참가하는 공개수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아이 옆에 의자를 놔드리고 같이 즐기면서 수업을 진행해요. 잔디 인형 만들기 같은 것을  함께 하면서 사진을 찍어 보내드리니까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이었다고 말씀하세요.”
중학생이 되도록 망치질, 톱질 한 번 해보지 않은 아이들이 나무를 썰고 못을 박으면서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며 기술교사들은 안타까움과 뿌듯함을 동시에 느낀다. 기술 교사이면서 연구 모임에 함께 하지 않는 이들도 많고, 자유롭고 편하게 연구할 수 있는 시설이나 지원도 부족하지만 학생들에게 흥미로운 기술의 세계를 열어 보이려는 노력은 멈추지 않는다.
“기술교사모임에 4년 째 나오면서 아이들 수준에 맞는 활동을 배우고 있어요. 아이들이 기술 수업을 좋아하고 기다리니까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껴요. 자기주도적인 학습도 하고 창의력도 기르고 문제 해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술 교육이 없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일산동고 한현숙 교사)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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