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양여고 교정에 쏟아지는 햇살처럼 밝은 표정의 네 친구를 만났다. 염유리양과 유리양의 도우미 역할을 하는 최은비, 서유정, 김재희 학생들이다.
청각장애 친구를 도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깼다는 온양여고 2학년 5반 친구들은 자신들의 선행으로 한층 고무되어 있었다. 단순히 의무감에서 비롯된 봉사가 아니다.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진정한 친구라는 공감대와 교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학생들이 우정을 나누는 모습. 결코 계산도 댓가도 없었다.
* 예쁘게 찍어달라는 부탁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2학년5반 친구들.
좌로부터 최은비, 서유정, 염유리, 김재희 학생과 박소라 담임교사.
“고마워, 사랑해!”=
반 전체가 수화를 배우게 된 것은 최은비양이 몰고 온 ''수화배우기’ 바람때문이었다. 은비양은 초등학교 때 청각장애가 있는 유리양과 같은 반을 한 적이 있었다. 올해 다시 같은 반이 되면서 둘은 훨씬 가까워졌다. 친한 친구와 소통하기 위해 배운 수화. 반 친구들도 하나둘씩 수화를 배워나갔다.
박소라 담임교사도 (없앰) 유리양을 위해 2년째 담임을 하며 생활, 학습도우미까지 지정했다. 도우미를 권유받은 김재희, 서유정 학생도 유리양을 돕는 일을 흔쾌히 수락했다. 박 교사는 (없앰) 동료교사들에게도 알려 유리양이 듣지 못해 생기는 오해가 없도록 배려했다.
재희양은 유리양의 생활을 담당했다. 듣지 못하는 친구의 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학교 전달사항이나 숙제 등 유리양이 알아야 할 사항을 꼭꼭 전달했다.
유정양은 학습도우미다. 필기공책이나 프린트물을 보면서 수업내용을 유리양에게 가르쳐줬다. 유리양의 현재 실력도 점검하며 뭘 도와줄지 체계적으로 접근했다. 수화교사가 모든 수업시간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공부에 다시 흥미를 가지고 학교생활에 적극 참여하게 된 유리양에게 박 교사가 물었다.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보구나?” 유리양은 그동안 느꼈던 속내를 수화로 반 전체에게 표현했다.
“얘들아! 고마워, 사랑해!”
낯설었던 학교에서 자신이 장애가 있다는 사실에 마음 열기 어려웠던 유리양은 마침내 친구들을 향한 사랑을 가슴 밖으로 끄집어냈다. 감격한 한 친구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친구를 돕는 게 나를 위한 거더라”=
유리양이 적응을 잘할수록 친구들은 책임감이 늘었고 세상을 보는 긍정적인 시각도 발달했다. 착하고 활발한 유리의 참모습을 알게 된 세 친구들은 “우리랑 똑같은 친구, 유리가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다시 말했다. “오히려 유리가 고맙다. 우리의 인식을 바꿔줘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픈 유리양은 “공부방 선생님과도 약속했다”며 부쩍 공부량을 늘였다. “엄마에게 보답하고 싶어요” 수화로 말하는 유리양의 다짐은 분명했다.
유리양과 가장 친한 은비양은 “노력하는 유리를 보면 나도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이 생긴다”며 유리양을 바라봤다. 활달한 재희양은 “내가 돕는다기보다 유리 덕분에 수화를 배울 수 있어 좋다”며 활짝 웃었다. 장래희망이 초등교사인 유정양은 “유리를 도와주는 것이 내게 더 큰 도움”이라며 눈웃음을 지었다.
박 교사의 도우미 제안에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하다’를 답했던 친구들. 이 친구들의 미래는 순수한 쪽빛 하늘처럼 푸르렀다.
글 사진=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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