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이를 뭐더러 사진을 찍어. 우리 집 아저씨가 산에 가서 따온 산두릅이여. 싸게 줄 테니께 사가. 집두릅하고 달러.”
길게 늘어지는 충청도 사투리로 발길을 붙잡는 할머니의 좌판에는 한눈에도 싱싱하고 연해보이는 두릅과 민들레 씀바귀가 한가득이다. 모두 할머니 부부가 직접 채취한 것들이란다.
아우내시장에는 다닥다닥 줄맞춰 늘어선 상점도, 비를 피하기 좋은 아케이드도 없다. 대신 시골 5일장 특유의 흥겨움과 인심이 있다.
직접 농사지은 곡식과 채소를 조금씩 들고 나와 팔고 있는 노인들의 모습이 유난히 많이 보이는 것도 현대화된 전통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흑임자 인절미를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는 “놀면 뭘 햐. 한 푼이라도 벌어야 자식들헌티 손을 안 벌리지”라며 떡 만들기에 분주하다.
전품목 1000원짜리 물건을 리어카에 펼쳐놓고 ‘무인판매’라 적어놓은 상자를 올려놓은 채 졸고 있는 할아버지, 요란한 트로트 메들리를 틀어놓고 카세트테이프를 파는 아저씨, 손님이 없는 틈을 타 버섯구이와 막걸리로 점심을 해결하다 같이 한 잔 하자며 붙잡는 상인도 모두 시골장에서나 만날 수 있는 정겨운 사람들이다.
전국의 5일장을 따라다니는 상인들의 물건도 재미있다.
한 켤레에 1만원하는 운동화, 대장간에서 두들겨 만들었다는 식칼과 농기구, 즉석에서 파주는 도장까지 ‘없는 게 없다’는 말이 꼭 어울린다.
넓은 포장으로 대충 햇빛을 가린 간이식당은 시원한 탁주 한 사발에 즉석에서 부쳐주는 파전을 안주삼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곳 아우내시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일 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만남과 휴식의 장소이기도 하다.
독립운동의 역사가 서린 아우내장터
병천면 아우내시장은 1일·6일에 열리는 5일장이다.
아우내는 ‘두 개의 내를 아우른다’는 뜻으로 옛날 경상도와 한양을 이어주는 길목이었다고 한다. 조선시대부터 청주·진천·조치원·예산 등지에서 상인들이 모여들어 장이 형성되었으며 아직까지도 인근에서 가장 번성한 시장이다.
아우내장터는 유관순 열사가 1919년 4월 1일 만세운동을 벌인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때문에 시장 주변에는 이날의 독립운동을 기념하는 유적이 곳곳에 있다.
또 아우내시장은 병천순대로 전국에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평일 낮에도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버스가 국밥집 주차장에 서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시장에서 순대국밥집을 운영하는 최미옥씨는 “시골장도 구경하고, 유명한 병천순대도 맛보고, 인근 유적지도 둘러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갈 것”이라며 재미와 교육적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아우내시장 나들이를 권했다.
서다래 리포터 suhdr100@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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