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에듀플렉스 상동점 남은경 원장
사람의 머리는 기억하는 데 익숙한 것이 아니라 잊어버리는 것이 주특기입니다. 보고 들은 것 중에서 대개의 것은 잊어버리고 아주 일부만 기억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수업 시간에 배운 것들조차 두뇌는 하잘것없는 것으로 판단해 머릿속에 오래 두지 않고 버린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공부는 ‘기억게임’이자 ‘망각과의 전쟁’입니다.
수업시간에 잠깐 들은 것은 두뇌가 습관적으로 버립니다. 사는 데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라 판단한 거죠. 이것을 다시 머릿속에 집어넣기 위해서는 수업 내용을 회상하면서 다시 한번 기억하려는 시도를 해야 합니다. 물론 두뇌는 이것을 또 버리려 할 것이고, 우리는 이것을 또 기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두뇌는 ‘어라, 버려도 버려도 자꾸 들어오는 걸 보니 중요한가 보네’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이러한 정보만이 머릿속에 오랫동안 기억되어 우리가 쓰고 싶을 때 바로 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이 바로 복습의 과정입니다.
대개 1시간 배운 것은 3시간 동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으로 ‘3배수 법칙’이라는 말을 씁니다. 그만큼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데는 일정한 시간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혀끝에서만 맴도는 설단현상
만약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대개의 기억은 일찌감치 사라졌거나, 아니면 생각날 듯 말듯한 상태가 되어, 막상 기억하려 하면 입안에서 맴돌 뿐 확실하게 떠오르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입안에서만 살살 맴도는 현상을 ‘설단(舌端)현상’이라고 합니다. 혀끝에서만 맴돈다는 뜻입니다.
설단현상은 그 기억이 완전히 내 것이 되지 않았다는 증거이며, 주로 복습을 게을리하거나 스스로 복습하지 않고 학원 수업만 열심히 들은 아이에게서 나타납니다. 그런데 가끔 이런 생각을 하시는 학부모를 봅니다.
“학원에서 미리 배우고, 학교에서도 배우고, 또 학원에서 복습을 하니까 결국 여러 번 복습하는 것 아닌가요?” 또는 “아무렴 학원에서 미리 배우고, 또 복습하니까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야 낫겠죠?”
어, 배웠던 거네.... 중복 무시의 법칙
정말 그럴 것 같나요? 대개의 학생은 학원에서 이미 배운 것을 또 배운다거나, 학교에서 배운 것을 학원에서 또 배운다고 생각하면 그 수업 시간의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이미 배웠다면 ‘배웠으니까’, 나중에 학원에서 다시 배운다면 ‘나중에 배울 텐데 뭘…’이라는 생각으로 집중하지 않게 됩니다. 학교의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해보면 이 말이 사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중복된다고 느끼면 무시해버립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 하나! 배운 것을 다시 자기 기억으로 만드는 복습이나 학원에서 미리 배우고 학교에서 다시 배우는 것이나 어차피 두세 번 공부하는 것인데, 왜 효과가 다를까?
그것은 바로 적극적 공부와 수동적 공부의 차이입니다. 공부는 결국 기억게임이라 했는데, 기억은 참 오묘합니다. 평상시에 생각나지 않던 기억이 어느 순간 갑자기 떠오를 때가 있고, 보통 때 도저히 기억할 수 없는 것도 최면상태에서는 드러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 정보가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는 내용을 끄집어내지 못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기억(記憶)은 기록할 기(記), 생각할 억(憶)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머릿속에 ‘기록’된 것을 ‘생각’해낼 때 진정한 기억이 되는 것입니다. 머릿속에 기록할 때 스스로 기록한 것과 누군가 대신 기록해준 것과의 차이는 필요한 순간 생각해낼 때 차이가 드러납니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