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기획 - 도움 필요한 학업중단 청소년들

충북에서 매년 1700명이 학교를 떠난다

외부와 단절되면서 심리적 위축 … 지역사회의 지속적 관심 필요해

지역내일 2012-05-10 (수정 2012-05-10 오전 11:57:32)


충북에서 매년 1700여 명의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은 지속적인 지원을 받지 못해 자칫 탈선하거나 사회에서 고립되기 쉽다. 지역사회에서도 이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도움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주청원 내일신문은 가정의 달을 맞아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들의 문제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외부와의 단절·사회 진입장벽 느끼면서 심리적으로 고립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들은 외부와의 단절에 의한 심리적 위축감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생활패턴이 바뀌고 공감대가 줄어들면서 또래 친구들과의 단절을 겪게 된다. 또 사회에서 학력으로 차별을 당하거나 보이지 않는 벽을 느끼면서 처음 학교를 그만둘 때의 포부와 의욕은 사라지고 만다.  
 “학교를 그만둘 때에는 무얼 하겠다는 계획도 많고 의욕도 높았죠.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은 검정고시 학원도 안 가려고 할 정도로 위축됐어요.”
송경은(가명·46)씨의 딸 최미진(가명·18)양은 지난해 초 학교를 그만뒀다. 처음엔 의욕적으로 여러 계획을 세웠으나 대안학교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한 이후 최양은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시작했다. 학원에 가는 게 꺼려져서 인터넷 강의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올해 초 학교를 그만둔 민정원(가명·18)양은 취직을 하기 위해 청년실업센터를 찾아갔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민양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청년실업센터에서는 검정고시를 통해 학력을 취득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제 길을 가려고 학교를 그만뒀는데 학력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게 참 답답했어요.” 민양은 검정고시를 치르기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친구 문제로 인한 트라우마, 친구와 함께 극복하다
심리적 위축감이나 단절된 느낌, 고립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또래와 어울리는 게 가장 좋다. 대안학교나 청소년지원센터 등은 청소년들이 비슷한 고민을 가진 또래들이 함께 모이는 곳이라 단절감을 극복하고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기관이다.
충북청소년지원센터는 학교를 통해 학업중단 청소년에 대한 자료가 이관되면 지속적인 상담 및 관리에 들어간다.
한이슬(가명·22)씨는 학교를 그만둔 뒤 오랜 기간 집에 틀어박혀 은둔생활을 했다. 한씨는 청소년지원센터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이전의 생활을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다.
충북교육청은 제천간디학교, 느티울행복한학교, 다다예술학교, 학교너머, 제천꽃피는학교, 청주새날학교 등 6곳의 미인가 교육시설을 지정해 학업중단 청소년을 위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충북의 대표적인 대안학교인 양업고등학교는 2012학년도 학생모집 지원율이 8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중학교 시절 친구문제로 괴로움을 겪었던 정이수(19)군은 대안학교에 진학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정군은 “학교에 진학한 뒤 제일 좋은 점은 ‘친구’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에 진학한 뒤 우연한 기회에 한 친구에게 자신의 고민과 상처를 얘기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진정한 의미의 친구를 얻게 되었다. 친구에게 받은 상처를 친구와 함께 풀다보니 교우관계나 동아리활동, 학교생활에서도 자신감이 생기고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고.
 
지역사회의 예비구성원으로 바라보는 시각 필요해
요즘은 학업성적이나 교우관계에 문제가 없는 학생들도 학업을 중단하고 다른 길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윤병훈 양업고 교장은 “현재 우리 교육의 교육 목표와 방법이 획일화되었기 때문”이라며 “소질, 능력, 적성이 저마다 다른 학생들이 작은 교실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지만 그 이유를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컴퓨터와 네트워크, 통신기기가 발달하면서 학생들의 사고는 급속히 변화하는데 반해 교육현장은 학생들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채 입시위주로 획일화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사회환경적 변화와 함께 가정 문제나 교우관계, 학업부진 등이 다양하게 얽히면서 결국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정과 학교의 깊은 관심과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송경은씨도 딸의 문제를 겪으면서 “내 딸이지만 내가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 알게 됐다”며 “그 때 아이 얘기만 들을 게 아니라 전문가 상담을 받아보면서 아이가 한 번 더 생각하게 했더라면 그 고비를 잘 넘어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에서는 학업중단 숙려제 등을 통해 학교를 그만두려는 학생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을 갖도록 학교에 권고하고 있다. 충북교육청 학교폭력예방대책과 최동하 장학사는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에 대한 1차적 책임이 학교에 있다는 생각을 갖고 유관기관과도 계속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사회에서도 이들을 비행청소년이나 문제아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예비구성원으로 바라보면서 관심을 갖고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청소년들이 지역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정옥 리포터 jungga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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