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들>

올해의 장애인상을 수상한 삼보교회 박창윤 목사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루어낸 간증의 삶

지역내일 2012-05-08

요즘 자신의 삶을 비관해서 또는 성적이 떨어져서, 학교 폭력에 시달려서 자살하는 학생들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10여 년간 계속되어온 국내외 경기침체로 서민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되었지만, 우리나라의 현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6. 25전쟁 이후의 암울하고 희망이 없던 시절과 비교할 수 없다. 이 처럼 자신이 처한 현재 상황이 어려우면 멀리도 크게도 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갑자기 당한 사고로 장애를 입었지만, 부단한 노력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32년 동안 희망의 메시지로 절망 속에 갇혀있는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킨 삼보교회 박창윤 목사(66세). ‘올해의 장애인 상’을 수상한 그의 이야기를 통해 눈물겨웠던 도전과 성공,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19세 청년의 꿈을 날려버린 쇠 덩어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로를 놓고 고민하던 꿈 많던 19세 어느 날, 박 목사는 8명의 친구들과 함께 바닷가를 거닐다가 손바닥 만 한 쇠 덩어리 하나를 발견했다. 호기심이 발동한 친구가 그 것을 집어 들고 살펴보다가 박 목사에게 한번 살펴보라며 던져 주었는데, 그만 박 목사 손에서 터져 버렸다.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두 눈과 두 팔을 잃게 된 박 목사. 그는 사고가 난 것도 억울한데 당시 집안 사정이 어려워 무료 수술을 해야 했던 상황이라 자르지 않아도 될 양쪽 손목을 수술이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잘라야만 했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법관을 꿈꾸던 그의 미래가 하루아침에 절망으로 바뀌어 버렸고, 조개잡이로 홀로 네 자녀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던 어머니에게 짐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죽고 싶었던 박 목사는 절망과 좌절로 수차례에 걸쳐 자살 기도와 실패를 반복했다. 그 과정에 만났던 학생간호원의 헌신적인 기도와 전도, 동네 후배의 노력으로 하나님을 믿게 되었고, 그의 삶이 변화되기 시작했다.


믿음의 어머니, 나의 선생님 그리고 나의 아내
박 목사의 이야기는 드라마 이상의 진한 감동이 있다. 조개잡이로 가족을 부양하셨던 어머니가 동네 사람들과 함께 납북되었고 그 당시 TV를 통해 이 사실이 전국적으로 알려졌고, 중앙일보 기자가 납북자 가족의 취재차 강화도를 방문했다가 박 목사의 사연을 신문에 싣게 되었다.
신문을 통해 사연을 접한 새문안 교회 양순화 권사(90세)가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후원을 하게 되었다. 먼저 강화도에 있던 박 목사를 서울로 초대해 안과 검진과 의수를 제작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입원을 도왔고, 서울시가 맹인들의 교육을 위해 설립한 대린원이라는 교육기관에 입학시켜 사회인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곳에서 보낸 1년이 그가 신학교 진학을 결심한 계기가 되었고, 그녀의 도움으로 광화문 피어선신학교에 입학했다. 그 과정에 양 권사는 납북에서 돌아온 어머니를 서울로 옮겨 대한화재 빌딩 청소부로 일하도록 돕기도 했다. 그가 양 권사를 믿음의 어머니라고 부르는 게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가 목사로서 새로운 삶을 사는데 기초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 분이 양 권사라면, 영락교회의 한경직 원로목사와 한국 성서대학의 학장인 강태욱 박사는 그의 꿈이 실현되도록 디딤돌 역할을 해주신 분들이다. 한 목사는 그가 교회를 세울 수 있도록 사람을 연결시켜 주었고 “강 박사는 67세 때 제자를 위해 눈을 주시겠다고 까지 말씀하신 ‘한 알의 밀 알 정신’을 몸소 실천하신 분이다. 나를 많이 사랑해 주셨다”고 박 목사는 회상한다.
박 목사의 삶에서 최미숙 사모(58세)를 빼놓을 수 없다. 그에게 최 사모는 하나님의 가장 큰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단아한 외모의 명문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수재였던 그녀가 두 눈과 두 팔이 없는 박 목사와 결혼 한 것은 기적이라는 표현을 써도 모자라지 않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고 23세의 꽃다운 나이였던 그녀가 박 목사를 만나 35년 간 그의 눈과 팔이 되어 주었다. 박 목사는 ‘님은 그렇게 하셨는데’ 라는 간증집 1편, 2편을 썼는데 “님은 예수님이고, 어머니이고, 아내다”라고 설명한다. “누구는 연예인 김자옥씨를 닮았다고 하던데...”라며 최 사모를 소개하는 그의 입가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는 피어선 신학대학을 졸업한 후, 성서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 후 총회신학대학과 장로회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워싱턴 침례신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등 멀쩡한 몸으로도 하기 힘든 공부를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다. 박사학위 논문으로 쓴 ‘성서에 나타난 다섯 날의 고찰’은 미국 뉴욕 타임즈에 기사화되었고 호평을 받았다.
지금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잘 되어 있어 전화로 가이드 포스트를 한권씩 듣고 있지만 당시에는 이 모든 것이 최 사모의 몫이었다. 보통사람은 25분간의 설교를 세 네 시간이면 준비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박 목사는 일곱 시간 열 시간을 준비 할 수 밖 에 없었다. “장애가 있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실력이 있어야 경쟁을 할 수 있어 더욱 열심히 공부에 매달렸다”는 그는 80년에 목 2동에 삼보교회를 개척했고, 90년에는 목3동에 교회를 신축해 지금은 1000여명의 성도가 예배를 드리고 있다. 흔히 목회자가 장애인이면 성도들도 장애인들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은데 삼보교회는 일반교회와 다르지 않다. 대학 교수도 있고 회사 CEO 등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 있는 성도들이 박 목사에게 두 눈이 되고 두 팔이 되어주고 있다.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빌립보서 4장 13절 말씀을 붙들고 달려온 박 목사는 1970년부터 윤락여성들과 양천 경찰서, 서대문과 마포 구치소를 직접 오가며 설교하여 지금까지 261명의 살인자가 예수님을 영접하고 변화 되는 사건을 경험했다. 당시 유명했던 살인사건의 주범 박철웅, 주영형도 그들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병원 등을 오가며 설교한 내용을 40만 명이 들었고, 중앙대학교 집회 때는 약대를 다니던 한 남학생이 말씀을 듣고 신, 구약을 팔겠다며 전공을 바꾸어 목회자가 된 일화도 있다. 또, 그는 30여 개국의 집회에서 설교를 했으며, 아마존 인디오 마을에 5개의 우물을 파고 교회를 지어주는 등 그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냈다.
국제 군 선교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합정동 수도방위사령부에 삼보천마교회를 지어 부목사를 파견했다. 군 선교 중에 한 젊은이가 “자살하려고 했는데 목사님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바꾸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나의 약한 부분이 그들을 변화시키는 것을 볼 때 가장 감사하다”는 그는 “교회가 사회를 위해 참 많은 일을 해왔다.
목 3동 교동(교회 동사무소)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그는 자신보다 더 힘든 장애인들을 돌보리라는 다짐을 실현하기 위해 2008년 경기도 김포시에 장애인 생활시설인 ‘예지원’을 개원했다. 민통선 바로 아래에 위치해 좋은 공기와 맑은 물, 쾌적한 주거환경으로 장애인들이 생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3343㎡ 대지에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에 현재 지체, 뇌병변 장애인들이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조리사 등의 간호를 받고 있다.
지금은 장애인 자립을 위한 보호 작업장 설립과 치매노인 병동, 은퇴한 목회자와 교인들이 함께 모여 살 수 있는 실버타운 건립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아내와 함께 간증집회를 다니며 ‘복지목회’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껴 사회복지학(석사)을 다시 공부한 그는 경기도에 기독인 전용 추모공원 ‘삼보 크리스찬 메모리얼 파크’도 건립해 분양 중에 있다. 여기서 얻은 수익금으로 실버타운 건립과 선교비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고 소외 이웃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선진 복지사회가 속히 왔으면 하는 바램을 실현하기위한 그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성명욱 리포터 timac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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