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에서 토론 면접 전형이 늘고 있는 이유
세계 일류 기업을 상대로 경쟁하고 있는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제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는 수동적인 직원들을 선발하지 않는다. 창의적으로 의견을 내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분출하는 인재를 원한다. 그리고 인재를 공급하는 대학들 역시 기업의 요구에 맞춰 신입생을 선발하려 한다. 그래서 대학들이 입학 전형에서 토론과 심층면접을 강화하는 것이다. 토론과 면접에서 논리적이고 자신감 있게 발표하는 학생들이 대개 에너지가 넘치는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5월은 토론 대회의 달
날씨가 좋은 5월에 유난히 마라톤 대회가 많은 것처럼 각종 단체에서도 학생들이 비교적 학업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운 5월에 대회를 많이 개최한다. 그 중에서 참가 학생들의 수에서 대폭 증가하고 있는 대회들이 바로 토론과 관련된 대회들이다. 교육부장관이나 문화부장관상이 걸려 있는 굵직한 토론대회들은 접수 시작 1~2일 만에 마감되기도 한다. 이 사회가 그만큼 토론을 잘하는 학생들을 원하고 있고 학생들도 그것을 체감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토론대회에 학생들을 데리고 나가보면 안타까운 장면들을 많이 보게 된다. 지도교사의 인솔 없이 토론 훈련도 미비한 상태에서 예선에 나온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학교 내 토론 동아리도 대부분 전문성을 갖춘 선생님이 아닌 동아리 선배들이 지도하고 있는 형편이다. 필자가 교직 시절 일반고 학생들을 훈련시켜 전국토론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도 어쩌면 현 교육계의 토론교육 수준이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공교육 내에서 토론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토론을 전파하고 교육하는 훌륭한 선생님들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아직 그 분들의 노력들은 찾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다. 정작 중요한 토론 교육이 예체능 교육처럼 수능 과목에 밀려 아직 교양 교육과 같이 인식되기 때문이다.
토론은 종합적 학습 능력을 키우는 촉매
과연 토론은 시간이 남으면 하는 교양 학습에 불과할까? 필자가 토론 교육을 통해 변화된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그렇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다. 토론을 배우면서 학생들은 스스로 책을 찾아 읽고 요약하고 때로는 책의 저자까지 비판하면서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배운다. 그래서 어떤 학생은 토론을 배운 후로 사회 탐구 과목에서 백점을 맞았다고 자랑하기도 하고 언어영역의 비문학 실력이 대폭 향상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자신감이 두뇌 활동을 30% 활발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듯이 토론을 통해 대중 앞에서 당당히 말하는 법을 배운 학생들은 공부를 할 때에도 어려운 과제 앞에서 포기나 회피를 하지 않고 맞서 해결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토론에서 다루는 사회적 쟁점들은 그 근본 가치가 공리주의, 성선설 등 고전 철학과 닿아있다. 그래서 대학 논술 시험에서 필요한 철학적 배경 지식들을 토론을 통해 자연히 얻게 되는 것이다. 현재 학원이나 출판계에서 발행하는 논술 교재들을 보면 닫힌 교재가 많다. 일방적으로 지문과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지고 학생들은 빈칸 채워 놓기 식으로 작성하는 것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책 뒤에는 친절하게 ‘답’까지 달려 있다! 교과서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이런 교재를 가지고 하는 수업들은 창의성과 같은 발산적 사고를 기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단순한 요약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실에 적용하는 고난도 문제를 풀기에는 매우 미흡하다. 따라서 필자는 선(先)토론 후(後)논술의 학습 구조가 논술 공부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토론 교육은 문/이과 구분이 없다.
이과 학생을 둔 학부모가 자녀에게 토론 교육이 필요하냐고 묻는 경우가 종종 많다. 토론의 유형 중에 사실 토론이 있는데 이는 과학토론대회에서 많이 쓰인다. 환경부에서도 매년 환경 과학과 관련된 토론 대회를 열고 있고 교육청의 권유로 각 학교에서도 과학탐구토론대회를 여는 곳이 많다. 그러므로 이과 학생들에게 토론 교육이 필요 없다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다. 또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이제 감성과 기술을 결합할 수 있는 과학자나 엔지니어를 이 시대가 원하고 있다. 토론 능력은 문?이과를 막론하고 미래 시대에 필요한 필 수 능력이다.
학생들이여! 이제 토론에 눈을 뜨자. 토론을 이끄는 자가 미래의 세계를 주도할 것이다.
김유동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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