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동 벤처타운에 가면 중식요리전문점 ‘회향정’이 있다. 이곳은 ‘인삼 닭고기 냉채’로 유명 한 ‘다복정’이 상호를 변경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곳이다.
‘회향정’의 맛을 책임지고 있는 김종국 대표는 중식 조리 경력 20년째로, 남다른 요리 철학을 갖고 있다. 그는 맛과 서비스라는 기본 위에 ‘열정’ 하나를 더 얹어 먹는 이의 마음 읽기에 소홀하지 않는다. 섬세한 맛과 세련된 멋, 그리고 ‘맛깔스러움’을 찾기 위해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김종복 대표를 만났다.
-타고난 요리사, 김종복
김종국 대표의 고향은 강원도 삼척이다. 오남매의 막내로 자란 그는 ‘먹고 살기 위해서’ 요리를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포기하고, 배를 탔어요. 그 곳에서 처음으로 칼을 잡았죠.”
다행이 어머니의 손재주를 물려받아 요리엔 자신 있었다. 10대인 그에게 ‘배’는 험한 곳이었지만, 요리에 대한 기본기를 다지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게 했다. “1년 동안 배를 타면서 꽤 큰돈을 벌었어요. 그 때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죠.”
18살이 되던 해, 배에서 내린 그는 큰 형님의 소개로 서울 두산공원 근처 만리장성에 들어가게 된다. 처음엔 온갖 허드렛일부터 시작했다.
중식은 파트별로 전처리과정과 식사부, 최종조리부가 있다. 그가 맡은 건 전처리과정인 칼판이었다. “중국 칼이 다루기가 힘들어요. 아주 거칠죠.”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그렇게 참고, 버틴 결과 남들 3,4년 걸리는 세트장을 1년 만에 맡게 됐다. 괴팍한 중방장이 난무하던 시절, 스승운도 따랐다. 특히 타고난 감각과 남다른 눈썰미는 빠른 요리사의 길을 걷게 했다.
이후 강남에 있는 중간규모의 중식당과 힐튼 호텔 중식조리부를 두루 거치며, 탄탄한 실력을 갖추게 된다.
-요리에 대한 열정으로 연 ‘다복정’
요리사들도 다른 장인들처럼 실패를 먹고 성장한다. 26살부터 외식 사업을 시작한 김종국 대표 역시 많은 어려움에 부딪혔다. 이런저런 좌절과 실패의 쓴맛을 본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건 중식이었다. ‘먹고 살기 위해 시작’했던 요리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요리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열정이 생긴 것이다.
이 열정을 기반으로 2010년 3월 25일 45평 규모의 중식당 ‘다복정’을 열었다. 족발을 먹다 우연히 개발한 여름 보양식 ‘인삼 닭고기 냉채’를 히트치며, 다복정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유명 맛집 대열에 오르면서, 화장실도 없던 서비스의 한계에 이른다.
“6개월 만에 벤처타운 유니테크빌 1층에 120평 규모로 확장 이전을 결정했어요.”
이전 후 더 큰 성공을 했지만, 그는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다.
“고정된 메뉴를 사용하기보다 1년에 두 세 차례 메뉴 개발을 합니다. 특히 계절메뉴가 강점이죠. 추운 계절에는 매생이누룽지탕이 인기고, 홍합짬뽕과 칠리새우, 깔끔한 국화차도 일품입니다.”
-손이 더 가는 요리를 만들자
중식이 점점 편하고 쉬운 스타일로 바뀌고 있지만, 김종복 대표는 여전히 자신의 색깔을 고집한다. ‘같은 메뉴라도 손이 더 가는 요리를 만들자’는 철학으로, 자극적이고 기름진 맛 대신 담백한 맛과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주는 조리방식을 택했다.
이를 위해 너무 많은 메뉴 가짓수는 과감히 정리했다. 그리고 호텔에서나 맛볼 수 있었던 요리를 대중 속으로 끌어 들였다.
“요리는 많이 만들수록 맛있어지는 법이죠. 한번이라도 손이 더 간 음식은 확실히 더 맛있어요.” 그리고 재료와 소스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소스를 개발했다.
볶음 요리에 기본이 되는 ‘파 기름’은 향을 진하게 뽑아, 중식의 느끼하고 더부룩한 맛을 잡아냈다.
탕수육 소스도 한 달 이상 연구해 퍼지지 않는 잼 형태로 만들어냈다. “레몬, 매실 등의 재료를 4시간이상 뭉근히 고아낸 것으로 달지 않으면서도 바삭 튀긴 돼지고기의 맛을 살려줍니다.” 솟아나는 샘처럼 그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중식의 차별화, 현지화를 이루다
김종복 대표는 중식의 현지화를 제대로 이뤄냈다. 중국 본토의 정통 맛을 살리되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담백함을 가미했다. 중식이지만, 느끼하지 않은 한식을 닮았다. 어린 시절 그가 먹고 자란 어머니의 맛이 녹아 있다.
“전통 요리를 무작정 추구하지는 않아요. 우리나라의 특징을 살려 그것에 맞는 메뉴와 조리법을 찾아내는 것이지요.”
또, 한 달에 두 번 노량진 시장에 가 시장 조사와 요리 연구에 매진한다.
“시대에 따라 손님의 입맛과 조리기법이 달라집니다. 빨리 파악해야 외면당하지 않는 음식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손님의 평가를 가감 없이 수용한다. “진정한 요리사는 먹는 이의 마음 읽기를 소홀해서는 안 됩니다. 요리는 만드는 기술이 다가 아니거든요. 테이블로 자주 나가 손님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기호에 따라 소스도 바꿔서 냅니다.”
20년 경력의 베테랑 요리사인 그는 “이제야 요리에 눈을 떠가고 있다”고 말한다.
“중식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도라지, 깻잎, 흑임자 등 다양한 재료를 시도하면서 건강한 중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스타일의 중식이 중국으로 역수출 되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날을 기대해 보세요.”(웃음)
요리에 대한 강한 집념과 지지치 않는 열정이 오늘의 그를 있게 한 게 아닐까.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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