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정지구를 감싸는 따뜻한 바람, 갤러리 카페 ‘이늬’

‘사람의 뜻’이 머물다 가는 곳

지역내일 2012-04-10

천안시 동남구 통정지구, 시원하게 뚫린 도로 옆으로 새 건물들이 정비되고 있다.
아직 사람의 드나듦이 적은 호젓함에 동여 맨 마음끈이 저절로 풀린다. 넓게 뚫린 도로를  달리는 차들의 소음 말고는 처연할 만큼 고요하다. 



갤러리 카페 ‘이늬’는 그 곳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카페 바깥에서는 이국적 마스코트가 먼저 손님을 맞는다. 북반구의 어딘가를 연상케 하는 종견 두 마리. 비현실적으로 커보이는 몸집과 눈처럼 하얀 털을 빛내는 알래스카 말라뮤트와 올드잉글리위쉽독이다. 어릴 적 마음을 울리던 플란다스 마을의 파트라슈처럼 마음에 안긴다. 카페 문 앞에는 소담하게 고개를 내민 다육 식물들이 건강한 초록 웃음을 선사한다.

도자기와 원목, 쇼나가 만나 이룬 문화  
1층 ‘이늬’ 갤러리로 들어서면 크고 작은 자기들이 먼저 시야를 채운다. 뜨거운 가마의 열기가 남아있는 질그릇, 갓 시집 온 새색시처럼 단아한 선을 자랑하는 다기는 물론, 생활도자기부터 소품류까지 다양한 종류의 도자기가 마음에 빗살무늬를 새긴다. 
전시와 판매를 겸하는 도자기들은 한국의 대표 도자기 장인들의 작품이다. 황인숙 윤재일 이노희 서만삼 정민호 황일숙 고두구 외 30대 신진작가인 서정욱 작가를 비롯, 수십 명 장인들의 작품을 눈앞에서 보고 만질 수 있다.  



도자기의 풍미는 고가구로 이어진다. 천연 원목 가구들은 모두 못이나 타카를 사용하지 않고 끼워 맞추는 기술로만 만들어진 진짜배기들이다. 서랍 하나를 열어보아도 단단하고 묵직함에 저절로 믿음이 간다.
눈을 돌리면 뜨겁고 낯선 나라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의 장관이 펼쳐진다. ‘이늬’를 구상할 단계에서 아프리카 문화원을 염두에 두었다는 지기의 바람과 열정이 오롯이 모인 공간에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이의 조각가들의 혼이 묻어나는 ‘쇼나’ 조각들이 가득하다. ‘쇼나’는 정교하고 매끈한 돌 조각으로 유럽에서는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고 소장 가치가 높다.
‘이늬’에 전시되고 있는 ''쇼나‘ 작품 중 몇몇은 전 세계에서 하나 밖에 없는 희소성을 가지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문화 에너지를 불러일으킬 작품들이다.

심플하고 세련된 인테리어, 바리스타의 커피, ''Cafe merci''
눈의 호사를 마치고 나선형 나무 계단을 오르면 1층과는 확연히 다른 현대적 분위기의 카페테리아를 만날 수 있다.
2층 ‘Cafe merci''는 넓게 트인 창을 통해 통정 지구를 한 눈에 바라 볼 수 있다. 하늘이 커피 잔 가득 안긴다.   
복잡함을 최대한 배제한 테이블 배치와 통창, 그리고 외부 테라스로 이어지는 인테리어로 ‘Cafe merci''는 채움보다 비움을 선택하고 있다. 
카페에는 두 명의 바리스타가 상주하고 있어 전문적인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다. 최고급 원두 ‘Largo''와 핸드 드립 커피는 카페의 메인 메뉴. 에스프레소 매니아들을 위한 다양한 메뉴도 준비돼 있다. 정통 이탈리안 Doppio 더블에스프레소를 비롯해 에스프레소 코파냐, cafe 샤케라또 등 선택의 폭이 넓다.
커피 종류 외에도 홍차 이슬차 우방근차 유자차 삼칠화차도 맛볼 수 있다. 사이드 메뉴로는 샌드위치, 허니버터브레드, 와플, 프레즐이 있다. 

''cafe merci'' 통창을 통해 1층에서는 크게 눈에 띄지 않던 크고 작은 장독대의 행렬이 한 눈에 들어온다. 1층 갤러리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전시와 판매를 겸하는 ‘이늬’의 이색풍경 중 하나다.
이늬를 찾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선물은 뒷문 앞으로 펼쳐진 넓은 운동장이다. 운동장을 양팔로 감싸 안은 듯한 산책로는 ‘이늬’를 위한 또 하나의 야외 소품인 듯.
그릇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릇으로, 아프리카 문화의 한 단락을 접해보고 싶은 이에겐 ‘쇼나’로, 커피 향기를 오래도록 음미하고 싶은 이에게는 순간으로도 충분한 곳 ‘이늬’. ‘이늬’는 인의(人意)를 풀어 쓴 말, ‘사람의 뜻’이 머문다는 의미이다.
문의 : ‘이늬’ 572-2377

지남주 리포터 biskett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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