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탐방길-대아수목원

꽃비 흩날리는 날 대아수목원 전망대에 오르다!

지역내일 2012-05-03 (수정 2012-05-03 오후 11:22:04)

대지를 촉촉이 적신 봄비가 얄밉기 그지없다. 우두둑 퍼붓지만 않았어도 만개한 벚꽃이 절정에 이르렀을 터인데 난데없이 찾아온 봄비로 꽃들이 수난을 당했다.
대아수목원에 꽃을 찾아온 날, 눈에 이물질이 낀 듯 뿌연 안개가 자욱하다. 산을 타기엔 조금 더운 날씨다. 하지만 숲속이라 나무 그늘을 벗 삼아 차근차근 한 발짝씩을 옮기려한다.
전주에 산 14년 세월동안 수목원 내부만 둘러봤지 한 번도 전망대를 오르며 땀 흘릴 생각을 하지 못했던 그때를 부끄러이 여기며, 완연한 봄을 만끽하려 힘차게 출발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만나는 자연과의 교감장소 ‘대아수목원’
전주역에서 40분가량 고산 쪽으로 달리다 도착한 대아수목원(063-243-1951, 입장료, 주차료 무료)은 소백산맥 운장산 지류의 일부로, 완주군 동상면 대아리에 있는 도유림이다. 자연경관이 수려하며 사계절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라 찾는 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특히 꽃피는 사월이면 봄을 상징하는 화사한 벚꽃과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튤립, 오월이면 철쭉과 금낭화 장미 등의 개화가 계속돼 형형색색의 장관을 연출한다.
대아수목원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수목원 내 시설물을 살펴보며 식물과 좀 더 친해지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하얀 벚꽃 길을 따라 산책을 하거나 임도를 따라 돌며 내가 아는 나무이름을 세어 보는 것도 좋다.
또 금낭화 군락지를 찾아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삼림욕을 하는 것도 좋고, 시간과 체력이 허락한다면 병풍처럼 펼쳐진 수목원을 휘감아 도는 등산로를 따라 3개의 전망대에 올라보는 것도 수목원을 찾은 기쁨을 배가 되게 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전망대에 올라 세상의 봄을 모두 품다!
일 년에 서너번은 찾는 대아수목원, 하지만 등산로로 전망대까지 올라 보기는 처음이다. 내심 걱정스런 마음에 조금이라도 쉬이 가려고 수목원 관계자에게 몇마디 도움을 청해본다.
“제1전망대로 올라가는 게 조금 쉽긴 한데 전 코스를 다 돌려면 제3전망대부터 올라가 제2전망대, 제1전망대로 돌아오는 코스가 더 좋을 거예요. 한 6키로 쯤 되는데 여성분들 걸음으로는 한 3시간 반 걸릴 겁니다.”
갑자기 ‘헉’하고 숨이 차오른다. 예상보다 먼 길과 난코스가 머릿속에 펼쳐진다.
서둘러 제3전망대로 오르는 초입에 들어선다. 눈앞에 가파른 나무계단 길을 한 시간쯤 오르자 제3전망대가 보인다. 이미 우리보다 먼저 도착해 자리를 편 어르신들이 “방을 빼주겠다”며 선심 쓰듯 전망대를 비워준다. 그리고 다시 한 50분을 걸어 도착한 제2전망대, 86개의 철계단을 올라 도착한 곳이다. 대둔산의 아찔한 빨간 철계단이 문득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미리 준비한 도시락을 꺼내 오이고추에 된장을 찍으며 허기진 배를 달랬다. ‘고생 뒤 보람’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때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1전망대에 오르는 길은 다소 평평하고 중간부터 임도로 이어져 산행하기에 무리가 없어 좋다. 아이들과 동행하면 제1전망대까지 오를 것을 권한다. 1전망대가 전망도 가장 좋고 사진 찍기에도 최적의 장소이다.        



어린이들에게는 현장체험활동, 엄마들에게는 쉼터로 인기
수목원의 아침은 아이들의 조잘거리는 소리로 시작된다. 하루가 머다하고 꽃향기로 그윽한 대아수목원으로 몰려오는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 오늘도 어린이집 아이들과 인근의 초등학생들이 현장체험을 온 모양이다.
아이들이 숲 해설사를 따라다니며 난생 처음보는 열대식물을 둘러보다 한곳에 시선이 집중됐다. 그리고는 이름 하나를 소리쳐본다 “파리지옥이요!” 묻기도 전부터 한 아이는 계속 “파리지옥!”만 외쳐댄다.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그리고 숲속 나무 그늘아래엔 엄마들이 잠시 삶의 무게를 잃은 채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그림 같은 장면이 연출된다.
도심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모습들이다. 쾌쾌하고 쉰내 나는 오염된 공기에 찌들어 사는 우리 인간들에게 그나마 자연과 하나 되는 조화로움을 선사하는 곳, 대아수목원.
지난주 내린 봄비로 생기를 잃은 꽃잎들이 비가 되어 내린다.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에 몸을 맡긴 채 깊은 단잠에 빠진 듯 우아하게 내려앉는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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