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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색으로 물들다

지역내일 2012-04-06 (수정 2012-04-06 오전 8:59:17)


색채마을 골목을 누비는 아이들


이제 제법 햇살이 따사롭다. 벚꽃은 서서히 피어가고 개나리는 이미 제 존재를 만천하에 알리고 있다. 언제부터였을까. 회색빛 담벼락이 봄빛을 닮아가기 시작한 것이. 마음 맞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시작된 곳도 있고 공공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곳도 있다.
계기는 달라도 밋밋한 건물에 생기를 불어넣은 것만은 자명한 사실. 산뜻한 봄기운을 느껴보자는 마음에 알록달록 예쁜마을이라는 대청동 색채마을과 동대신동 닥밭골 벽화마을을 찾았다.


알록달록 담벼락도 아름답게



싱그러운 연둣빛의 우체통


알록달록 아름다운 색채마을

부산의 산복도로. 구불구불 도로를 따라 오르면 하늘에 맞닿는 그 곳. 지형학적으로 개발이 어려워 낙후된 모습을 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경관만큼은 최고다. 중구 망양로 355번길 일원에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경관을 조성하기 위해 1~2층 주택 34개동에 집집마다 색을 입혔다. 2010년 9월부터 시작된 공사는 얼마 전에 마무리됐다.
모처럼 푸른 하늘이 눈부신 일요일 오후, 알록달록 예쁜 색으로 갈아입은 색채마을은 멀리서도 눈에 확 띄었다. 강렬한 원색은 포인트가 되고 은은한 파스텔 톤은 화사함을 더한다. 사는 사람도 건물도 예전 그대로인데 색을 바꿨더니 무심한 듯 보이는 공간에 표정이 생긴 듯 새롭다.
좁은 골목을 따라 사이좋게 뛰어다니는 동네 꼬마들에게 사진을 찍자고 청했다. 눈이 부신지 살짝 찌푸린 얼굴로 브이~를 그린다. 무지개 색보다 더 화사한 얼굴들. 천진난만한 표정이 싱그럽다.


벽화마을 타일 작품들



벽화마을 쉼터


아기자기 어여쁜 닥밭골 벽화마을

색채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벽화마을이 있다. 정감 가는 이름의 ‘닥밭골’. 과거 동대신동에 닥나무 밭이 많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닥밭골 벽화마을은 부산시에서 도시미관 개선을 통한 창조적 생활환경 조성으로 정감어린 동화 속 마을로 만들고자 시행한 벽화마을 프로젝트 중 하나다. 북산리 공영주차장과 대신여자중학교 근처에 있다.
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친절하게도 안내 지도가 설치되어 있었다. 찬찬히 살펴보고 걸음을 옮겼다. 휴일이어서인지 마을은 고요했다. 주민들에게 실례가 되지 않게 조심조심 걸었다. 이른 시간인지라 가끔 사진기를 든 관광객들과 마주쳤을 뿐 다른 벽화마을처럼 북적이지 않아 좋았다.
닥밭골이 다른 벽화 마을과 차별되는 점은 타일로 된 작품들이 곳곳에 붙어있다는 것이다. 유명 시인들의 시와 해맑은 그림들이 네모난 타일 위에서 객들과 만난다. 가다가 멈춰 서서 좋은 글귀를 눈에, 마음에 담는다. 골목을 돌 때마다 마주치는 가지각색의 벽화와 앙증맞은 조각품들이 반갑다.
닥밭골 북카페도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다. 소정의 수업료로 바리스타 체험교실, 연필스케치, 닥종이 공예교실 등의 강의도 들을 수 있다. 도자기 작품 전시실이 자그마하게 마련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시가 적혀 있는 타일. 마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고운 빛깔로 단장한 동네를 느릿느릿 걸었다. 색으로 물들어 한결 환해진 모습에 마음도 밝아졌다. 골목마다 봄이 천천히 흐르고 있다.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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