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은 전 세계 여성에 나타나는 암 중에서 유방암 다음으로 흔한 암이다. 또 우리나라 여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암은 자궁경부암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반면 유일하게 예방이 가능한 암도 바로 자궁경부암이다. 하지만 정작 정기검진 등 자궁경부암 예방에 대해서는 소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의 상징이자 임신과 출산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자궁, 과연 예방백신만 맞으면 자궁경부암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그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자궁경부암이란?
자궁경부란 자궁의 아래쪽 1/3을 차지하는 부분으로 이곳에 생기는 암을 말한다. 자궁경부암의 원인바이러스로 알려진 인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 이하 HPV)는 자궁경부 뿐만 아니라 외음부암, 질암, 생식기에 발생하는 사마귀 발병의 주요원인이다. HPV는 전 세계적으로 6억 3000만 명이 감염 돼 있는 매우 흔한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대부분 성적 접촉으로 감염되며 성생활을 누리고 있는 여성과 남성 중 적어도 절반 이상은 일생에 한번은 생식기 HPV에 감염된다.
대부분은 아무런 증상 없이 저절로 없어지지만, 일부 여성에서는 위험도가 높은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생활습관에 따라 반복적인 감염으로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그 밖의 조기 성경험, 조혼, 다산, 여러 명과의 성관계, 위생상태 불량, 흡연, 면역상태 저하, 만성 자궁경부 염증 및 손상 등의 원인이 있다.
자궁경부암은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인데, 만약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자궁암 병기가 진행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자궁경부암의 가장 흔한 증상은 성기 출혈이다. 생리가 길어지거나 성관계 후 출혈, 대변 시 출혈 등의 증세가 나타나면 자궁경부암을 의심해 봐야 한다. 또 증세가 심해지는 경우 2차 감염을 초래해 악취를 동반한 분비물이 많아지고 빈혈상태에 이른다.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이란?
자궁경부암 백신은 독감백신처럼 바이러스를 약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HPV 모양을 닮은 가짜 바이러스를 만들어 항체를 만드는 원리다. 현재 나와 잇는 백신은 자궁경부암 발생의 70~80% 정도를 차지하는 HPV 16형과 18형을 거의 완벽히 차단한다. 자궁경부암 원인의 약 20%를 차지하는 추가적인 10가지 HPV 유형의 감염도 교차예방 효과가 있다. 이 외에 질암, 외음부암, 생식기 사마귀 예방도 가능하다. 하지만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은 누구나 접종이 가능한가?
만 9세 이상의 여성이면 접종이 가능하며, 접종 시기는 첫 성 경험을 하기 전에 맞도록 권유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첫 성경험의 시기를 20세로 보고 여기서 5년을 뺀 15~17세를 최적 접종 연령으로 보고 있다.
예방백신은 어깨에 근육주사로 맞으며 접종 시 가벼운 통증이 있을 수 있다. 최초 접종 후 2개월과 6개월 후 추가 접종을 받는다. 이 기간 중 성관계를 갖는 것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
-성경험이 없는 여성에게 효과가 높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성경험이 있는 여성엔 무용지물?
가장 흔한 오해가 바로 성경험이 있는 여성은 접종을 해도 예방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24~45세 여성 총 3817명을 대상으로 백신효과를 연구한 결과 94.1%의 예방효과를 나타냈다. 성경험이 없는 경우 뿐 아니라 성경험이 있는 여성들에게도 90%이상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그러므로 권장 접종 연령대는 9~26세지만, 성경험이 있거나 연령이 높더라도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24~45세 이상의 여성도 접종할 것을 권장한다.
-백신의 효과는 언제부터 나타나나?
연구에 의하면 접종 후 5년 이후에 최대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보고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적 접종 시기를 15~17세로 권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사이클, 즉 3회만 접종하면 평생 효과가 유지될까?
예방백신으로 자궁경부암 발생확률을 70~80% 낮출 수는 있지만, 100% 완전한 예방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백신을 접종했더라고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적이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는 현제 100종류 이상으로 밝혀졌는데,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고위험 HPV는 16번(53.5%)과 18번(17.2%)으로 암 발생의 70%를 차지한다. 현재 개발된 백신들은 모두 16번과 18형에 의한 자궁경부암과 전염 병변만을 예방하므로 나머지 30% HPV에 의한 암 발생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정기 검진이 필요하다. 성인이 되어 성관계를 시작하면 3년 내에 정기검진을 시작해야 하고 매년 1회 이상의 자궁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 최소한 검진시기가 3년은 넘지 않아야 한다.
-이미 HPV에 감염된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나?
HPV는 감염됐다 자연 치유되기도 하고 다시 감염될 수도 있다. 따라서 백신을 접종하면 다음 번 감염을 막을 수 있다. 특히 자궁경부암 백신중에는 네 가지 유형의 HPV를 막아주는 것도 있으므로 한 유형의 HPV에 감염된 사람도 나머지 세 유형의 HPV를 예방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남성들도 맞는다는데?
최근 남성의 50%가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HPV에 감염됐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연구에 의하면 모든 연령대의 남성에게서 HPV 감염발생률이 높게 나왔으며 여성보다 남성이 더 HPV 감염 확률이 높다고 나왔다. 여성은 나이가 들면서 HPV를 자연치유하는 능력이 높아지지만 남성들은 그렇지 않다는 차이점이 있다. 남성의 HPV는 성 관계 등을 통해 여성에게 전파하는 매개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생식기 사마귀, 항문암, 페니스암, 후두암, 두경부암 등을 직접 유발할 수 있어 남성에게도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이 필요하다. 최근 국내 식약청에서는 9~26세 남성을 대상으로 접종을 확대 승인한 바 있으며, 성적으로 활발한 시기인 20대 중·후반에 접종하도록 권장한다. (도움말 김수련 산부인과 김수련 원장)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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