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워킹맘이다

특수교육실무사 박춘옥 씨

지역내일 2012-04-29

장애아의 손과 발...몸은 고되지만 보람 커
“봉사심 있고 육아 경험 갖춘 주부, 용기 내 보세요”


차분한 말투, 민첩한 손놀림, 아이들을 바라보는 온화한 눈빛. 명현학교 1학년 교실에서 만난 박춘옥 씨는 그곳의 오래된 한 폭 정물화처럼 조화로워 보였다. "새로 입학한 아이들 낯을 익히고 교사들이 손발을 맞추는 시기”라는 같은 반 담임교사의 말이 오히려 생경스러웠다.


봉사활동 다니던 10년차 은행원
박춘옥 씨는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9년 4개월 동안 은행원으로 일했다. 전산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시기라 은행 업무는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 틈을 쪼개 주말에는 봉사활동을 다녔다. 처음에는 치매 노인을 돌보다 장애인 시설 봉사로 이어졌다. “후원금을 내면 연말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동료의 말에 솔깃해 시작한 일이 이렇게 커질지(?) 그 때는 알지 못했다. 작은아이가 태어나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살림에 전념했다. 하지만 ‘봉사’에 대한 관심의 끈은 놓지 않았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장애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굴뚝같았죠. 하지만 현장에 나가면 저 스스로가 답답했어요. 기초가 없는 상태로 대상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니 도움을 주는 데 한계를 느낀 거죠. 이 일은 계속하려면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하겠더군요.”
마음을 다잡은 박춘옥 씨는 고양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진행하는 장애아동통합교육 보조원양성과정에 등록했다. 장애아동지도론, 장애심리치료, 통합교원의 이해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마지막 현장실습 수업을 명현학교에서 받게 됐다.


보람으로 계속한 일이 취업으로 이어져
“학교에 실습을 받으러 다니던 날을 잊지 못해요. 아이들의 눈빛이 얼마나 해맑고 순수하던지! 꼭 이곳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죠.” 명현학교에 근무 희망 지원서를 냈다. 실습생 때 남긴 성실한 인상과 적극적인 구직 태도로 채용이 확정됐다. 그저 남을 돕는 일이 보람돼 계속한 일이 전문성을 갖게 됐고 이제는 직업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곳에서 특수교육실무사로 일한 지도 벌써 6년째.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다 보니 세월이 쏜살같이 지났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아이도 있다. 3년 동안 한결같이 돌본 아이란다. 지금은 다양한 환경에 노출해 적응력을 키우자는 취지로 매해 담당교사가 바뀌는 형태지만, 당시에는 학부모의 특별한 부탁을 받아들여 아이의 학년을 따라 올라갔다. “침받이 수건을 두르고 배변 습관도 들어 있지 않은 아이였어요. 무엇보다 다 큰 아이가 침수건을 하고 있으니 바깥활동을 나가면 눈에 띄잖아요. 놀림 받으면 안 되겠다, 이거 하나만큼은 떼 주자는 생각에 침을 들이키는 연습을 시켰죠. 처음에는 잘 안됐죠. 아주 조금씩 나아졌어요. 1년이 지나니 침수건을 떼고 3년이 되니 기저귀를 떼 대소변을 혼자 가리게 됐죠.”


고단함 상쇄하는 충만감 얻는 직업
지금 교실에서 돌보는 아이들도 중증 복합 장애아들이다. 담임교사와 함께 세 명의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수업시간에 학습지도를 돕고 틈틈이 배변지도, 급식, 하교지도를 마친 후 내일 쓸 학습 자료까지 준비하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난다. 박춘옥 씨의 표현을 빌자면 “눈꺼풀 감았다 뜰 사이”에 일어나는 게 사고이므로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은 늘 긴장상태다. 순식간에 자리를 이탈하는 등의 돌발 상황이 끊임없이 일어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면 안된다. 일을 마치고 교문을 나설 때 몸이 고돼 기진맥진한 날도 있다. 하지만 박춘옥 씨는 “세상에 힘들지 않고 쉽기만 한 일이 있을까”하고 반문한다. 꽃처럼 어여쁜 아이들을 보며 고단함을 잊는다는 박씨. “솔직히 내 아이 키울 때는 이렇게 예쁜 줄 몰랐어요. 엄마는 갓난아이 옹알이를 알아듣잖아요. 비록 이곳 아이들 말이 어눌하고 표현이 서툴지만 가만히 눈을 바라보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 수 있어요. 저랑 나랑 마음이 딱 통하는 순간이 오죠. 그럴 때는 가슴이 충만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박춘옥 씨는 아이들과 소통해야 하는 이 일이 육아 경험이 있는 주부에게 잘 맞는 직업이라고 추천한다. “마음이 따뜻하고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봉사정신이 있는 분이라면 도전해 보세요. 혼자 하는 일이 아닌 만큼 원만한 대인관계 능력도 필요하고요. 물론 육체적으로도 건강해야 아이들 돌보는 데 힘이 부치지 않아요.”
업무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에 보육교사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박춘옥 씨는 “몸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며 “주는 것보다 받는 게 훨씬 많은 직업”이라고 말했다.


Tip  특수교육실무사는?
올해부터 공식명칭이 ‘특수교육보조원’에서 ‘특수교육실무사’로 바뀌었다. 특수학교나 장애아 통합교육이 이루어지는 일반학교에서 정규교사(담임교사)와 보조를 맞춰 근무한다. 장애학생들의 수업 내 교육 활동 보조 및 일상생활과 신변 처리를 담당한다. 고졸 이상의 학력이면 기타 자격 제한 없이 지원 가능하며 학교장 재량으로 임용된다. 관련 자격증이 있으면 채용에 유리하다. 임용된 후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관련 연수를 들어야 한다. 급여는 1백만 원 안팎. 장애인 교육복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통합교육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고용 기회는 꾸준히 확대될 전망이다. 우리 지역에서 관련 강좌가 열리는 곳은 고양여성인력개발센터(031-912-8555)가 있다.


정희경 리포터 nareum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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