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대 경관 선정에 대한 아쉬움

지역내일 2012-04-03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문제로 제주의 이름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 문제 전에 제주가 이슈의 중심에 있었을 때가 있었다. 바로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과 관련해서였다.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은 관광객 증가,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 등의 이유로 범국가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과정에서 제기됐던 몇 가지 의혹이 아직 명확하게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많은 아쉬움이 남아서 제주에 대해 좀 더 알아봤다.
  제주는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이전에 이미 국제적으로 검증되고, 인증된 타이틀을 1개도 아닌 무려 3개나 가지고 있었다. 먼저 2002년 12월 16일 지정된 생물권 보전지역이다. 생물권보전지역은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 계획(MAB)에 따라 생물다양성 보전과 자연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결합시킨 육지 및 연안(해양생태계) 지역을 말한다. 생물권 보전지역은 2011년 현재 109개국 564곳이 지정되어 있으며, 우리나라는 설악산(1982년), 제주도(2002년), 신안 다도해(2009년), 광릉숲(2010년)이 포함되어 있다.
  두 번째로 2007년 7월 2일 등재된 세계자연유산이다. 유네스코는 1972년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을 채택하고, 인류전체를 위해 보호되어야 할 보편적 가치가 뛰어난 지역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시작하였다.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으로 구분되며, 2011년 현재 151개국 911건(문화유산 704건, 자연유산 180건, 복합유산 27)이 등재되었다. 우리나라는 1988년 협약에 가입하여 석굴암과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수원화성, 창덕궁,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경주역사유적지구, 조선왕릉, 하회와 양동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제주도는 2007년 국내 최초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란 이름으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은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그리고 거문오름 용암동굴계(거문 오름, 벵뒤굴,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로 제주도 전체 면적의 약 10%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거문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해안까지 흐르면서 다양하게 형성된 용암동굴은 최고의 백미. 용암동굴이면서도 화려한 석회생성물이 형성된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은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하다.
  마지막으로 2010년 10월 인증된 세계지질공원이다. 세계지질공원은 지질학적으로 뛰어난 가치를 지닌 자연유산 지역을 보호하면서 이를 토대로 관광을 활성화하여 주민소득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유네스코 프로그램이다. 2004년 유네스코와 유럽 지질공원망(EGN)의 협력으로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가 설립되었으며, 전 세계 25개국 77개소(2011년 기준)가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에 가입되어 있다. 제주도는 2010년 10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었다. 이로써 제주도는 UNESCO가 인증하는 자연과학 분야 3관왕을 모두 달성하게 되었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것으로, 제주가 전 세계인이 함께 가꾸고 보전해야 할 ‘환경 자산의 보물섬’으로 도약한 것이다.
  이처럼 제주는 이미 국제적으로 인증받은 컨텐츠를 3개나 보유하고 있었다. 바로 여기에 아쉬운 점이 있다. 세계 7대 자연경관이라는 새로운 컨텐츠를 개발하고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가지고 있는 컨텐츠를 잘 활용하고, 홍보하여 내실을 다지는 일이 선행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제주의 생물권 보전지역, 자연유산, 지질공원에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통역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그 아쉬움은 더 커진다.

전라북도자연환경연수원  정동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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