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들은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꿈꾸며 창업해요. 하지만 현실은 빚더미에 올라 앉아 망할 확률이 훨씬 높죠. 창업은 절대 만만하지 않아요. 준비 또 준비가 필요해요. 가시밭길을 걸어본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늘 강조해요.” 청년 창업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요즘 전아름 써니사이드업 대표는 각종 창업 강연회에서 앞 다퉈 섭외하려고 하는 인기 연사다. 그 때마다 좌충우돌한 사업 초창기 실수담을 들려주며 철저한 준비를 당부한다.
22살 때 창업, 현장에서 경영을 배우다
광진구 자양동의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 창업보육실에서 만난 전 대표는 에너지가 넘치고 야무져 보였다. “문화콘텐츠로는 다들 돈을 벌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 고정관념을 우리 회사가 깨고 싶어요. 지난 4년간 값비싼 대가를 치른 덕분에 이젠 머릿속에 사업 구도가 그려져요.”
써니사이드업은 각종 문화 행사 기획, 온라인 홍보 등을 하는 문화벤처회사다. 책 출판 기념회,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진행, 카페 홍보 등 다양한 문화 이벤트를 지금까지 진행했다. 얼마 전 홍대 소극장에서 튀는 문화행사를 열어 젊은 층 사이에 입소문도 났다.
서울여대 콘텐츠디자인학과 4학년 휴학생인 전아름 대표. 또래 대학생들이 토익 점수 올리고 인턴사원으로 전전할 때 그는 배짱 좋게 창업했다. 스물두 살 때 일이다. 타고난 추진력과 청소년기 때부터 ‘문화적’으로 원 없이 놀아본 경험이 밑천이었다. “중고교 시절엔 피아노, 미술, 꽃꽂이, 서예를 다양하게 배웠어요. 밴드부 동아리에 들어가 베이스 기타, 드럼 등 여러 악기를 섭렵했죠. 소문난 만화광이기도 해요. 만화 캐릭터 분장을 하고 코스프레 대회에 나가기도 했어요.” 학창 시절 내내 그의 집은 가난했다. 늘 에너지가 넘치는 외동딸에게 그의 엄마는 공부를 강요하는 대신, 하고 싶은 걸 맘껏 하라고 격려했다. 학교 동아리, CA 시간을 십분 활용하며 공짜로 관심 분야를 하나씩 배워나갔다.
만화, 밴드, 미술 통해 키운 문화마케터의 끼
대학 입학 후에는 각종 공모전 참여, 문화마케팅 동아리 활동, 기업체 대학생기자단 활동으로 늘 바빴다. 이때 마당발 인맥이 만들어졌다. “강연을 들을 때마다 대학교수나 CEO인 강사분들에게 명함을 청했어요. 그리고 꼭 이메일을 보내 내 소개를 하고 멘토링을 부탁했죠. 좀 ‘들이대는 스타일’ 이었죠(웃음). 젊은이의 ‘무대뽀 정신’이 맘에 드셨는지 꽤 많은 분들이 답신을 주셨고 이런 식으로 인연을 쌓아 나갔죠.” 그의 든든한 멘토인 희망재무설계 이천 대표와도 ‘이메일’로 만난 인연이다.
당시 창업을 ‘도원결의’했던 멤버들 가운데 남아있는 사람은 전 대표가 유일하다. “인간관계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고 직원 관리가 힘들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죠. 회사 구성원끼리는 꼭 비전을 공유해야 하고 업무 관련 계약서를 써야 한다는 걸 경험을 통해 배웠어요.” 20대 혈기로 시작한 사업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치밀한 사업계획서 준비 없이 덜컥 사장부터 된 그는 사업자금이 부족하자 사채까지 끌어다 쓴 뒤 빚 독촉에 시달리는 등 돈에 늘 쪼들렸다.
“무작정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어요. 과거를 반성하면서 마음가짐부터 싹 바꿨죠. ‘어떻게든 돈을 벌자’고 다짐했죠.” 독하게 마음먹고 미친 듯이 일해 6개월간 6000만 원을 벌어 직원들 밀린 월급부터 해결했다. 철두철미하게 사업계획서를 준비, 클라이언트를 찾아다니면서 하나둘 일감을 따냈다.
문화콘텐츠로 돈벌고 싶다
써니사이드업에는 디자이너, 콘텐츠 담당, 문화투어 기획자, 그리고 전대표 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예 멤버들만 모인 드림팀이예요. 요즘엔 돈벌이 대신 우리만의 킬러 문화콘텐츠를 만드는데 전념하고 있어요. 6월쯤 서비스를 론칭할 계획입니다.” 삼청동, 인사동 일대 갤러리와 카페를 엮어 가이드 설명과 함께 미술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림에 관심은 있으나 감상법에 서툰 일반 관객과 좋은 기획 전시를 여는데 관람객이 별로 없어 고민인 갤러리를 이어주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사업 아이템이다.
전 대표는 청년 벤처창업가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아직까지 큰돈을 벌지는 못했다. “대학 졸업 후 취직해 꼬박꼬박 월급 받는 또래에 비래 아직까지 경제적으로 낫다고 할 수 없어요. 대신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 있다는 자부심, 매일 깨알같이 성장하고 있다는 만족감은 크죠. 내가 서른 살이 되면 아마 평범한 샐러리맨보다 훌쩍 크게 자라있을 거라 믿어요.” 다부지게 대답한다.
최근 회사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여기저기서 사업 제휴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정글의 세계에서 어떻게 사업 생태계를 키워 갈지 고심 중이다. “내 회사를 갖고 싶다. 남들이 로망으로만 간직할 때 나는 직접 회사를 차렸어요. 벼랑 끝에 내몰리고 했지만 크고 작은 성공도 경험했죠. 이런 ‘추진력’의 나의 최고 강점이예요. 이런 배짱으로 열심히 달려볼 생각입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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