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른 수업보다 논술 수업은 다들 즐거워할까?
논술 수업을 하다보면 강의를 하는 사람도 수업을 듣는 사람도 모두 즐겁다. 물론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하는 강박 관념이 있어서 문제를 풀 때는 상당히 힘들어 하지만 정작 수업을 하면 이내 표정은 밝아진다.
학생의 주체적 자아가 들어나는 토론식 수업
주입식 수업에서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은 수평적 관계가 아니지만 토론식 수업에서는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이 대등한 관계가 된다. 주입식 교육에서는 가르치는 사람이 A는 B라고 하면 배우는 사람은 그냥 노트에 그렇게 적기만 한다. 그러나 토론식에서 A는 B일까를 물어보면 C나 D, 또는 E 그리고 창의적인 아이들은 Z까지 가능하다고 답을 하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므로 세상에 널리 퍼진 통념이 아니라 자신의 주체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전개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알아주기를 원하고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자신의 생각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상황을 좋아 할 사람은 없다. 물론 절대자에게 의지하고 싶을 때는 자신을 내 맡겨 그 큰 품에 안기어 편안한 영혼을 얻어낼 수 있기도 하다. 그런데 그것은 절재적인 존재, 즉 신 앞에서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절대자의 태도로 가르치는 것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가르치는 입장에서 그것은 배우는 사람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태도이고 배우는 입장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체적 자아는 교실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토론식 수업은 자아가 분명히 존재한다.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얘기하는 재미
예를 들어 문학 시간에 여성적 어조와 남성적 어조를 가르치는데 사실 여성적 어조가 반드시 연약하고 부드럽고 소극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래서 여성적 어조는 어떤 것일까라고 물었을 때 앞에 나열한 교과서에 실린 통념의 대답은 식상하다. 요즘 젊은 여성의 미는 그런 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에 등장하는 시적 자아는 분명 여성적이다. 아이들에게 ‘진달래꽃’에 등장하는 여성이 자신을 사랑했고 그 노래를 자기 앞에서 불렀을 때 너희들은 어떤 기분이 들까하고 물으면 대부분 아이들이 짜증난다는 답을 한다. 사실 그동안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대로라면 그 시적 주인공은 유교적 사회 구조에 순응하여 슬프지만 슬픔조차도 내색하지 않는 순종적인 여인이었다. 그러나 그 여성은 지금의 젊은이들에게는 아주 불편하기 그지없는 여성에 불과하다. 이와 같이 문학 작품에 대해 여러 각도로 평가해 보는 것이 토론식 수업 방식인데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으므로 무척 재미있어 한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수업은 대부분 아이들은 마지못해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향학열에 불타는 아이들이야 열심히 공부하지만 그 공부가 재미있어서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논술 토론은 적극적인 사람을 길러내
논술을 주입식 수업으로 하면 학생들이 시험장에서 풀 수 있는 능력을 거의 상실케 된다. 논술은 실제 자신의 삶과 결부시켜 이해하고 사고하고 표현하는 체득화(體得化)의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주입으로 가르치고 난 뒤에 관련된 제시문을 주고 풀이를 하게하면 거의 제대로 분석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토론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게 한 다음, 풀게 하면 상당수의 학생이 제대로 된 분석을 한다. 그래서 토론식 수업을 하고 스스로 생각하게 하면 교사나 부모가 무엇을 가르치면 말없이 수긍하고 잘 따르던 아이들이 드디어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한다. ‘왜 그런데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나요?’라는 의문을 갖기 시작하고 비판적 태도를 지니기 시작한다. 그래서 많은 학부형들이 ‘전에는 말 잘 듣는 아이였는데 선생님 수업을 듣고 난 뒤부터 자꾸 따지고 비판해서 힘들어졌어요’라는 말을 한다. 물론 말 잘 듣는 아이로 길러 이 사회에 잘 적응하기를 원하는 부모나 교사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모두 말 잘 듣는 아이만 있다면 우리 사회는 발전이 없는 사회일 가능성이 크다. 주어진 판에서 잘 노는 사람보다 주어진 판을 뒤집고 새 판을 짜는 적극적인 사람이 무엇을 하든 성공할 가능성은 높다. 논술은 그런 힘을 길러 주는 수업이다. 그리고 그렇게 공부해야 논술 고사에서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고 대학 진학도 쉽게 한다.
진리는 통념과 늘 일치하지 않는다
서울대 면접 문제에서 ‘문학어와 일상어의 차이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학교에서 배운 대로 답한 학생은 모두 탈락하였고 되려 교수에게 ‘문학어와 일상어가 왜 다르냐’고 반문한 다음 ‘문학어와 일상어는 같은 것이라야 문학이 우리의 일상을 벗어나지 않고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답한 학생만 합격했다고 한다. 진리는 통념과 일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여성은 부드러워야 한다는 통념에 젖은 사람은 부드럽지 못한 여성을 억압하고 통제하며 강인한 여성에 대한 불쾌감을 지니게 되어 좁은 인식의 지평에 머무는 삶을 살고 만다. 논술을 잘하면 대학 진학도 남들보다 쉽게 하지만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어 좋다.
그래서 논술은 아름다운 세상이다.
이성구 학원
이성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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