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날인] 건대부고 빈건관

수학을 공부하는 재미, 가르치는 보람

지역내일 2012-04-25 (수정 2012-04-25 오전 9:29:16)

이과생인 빈건관(3년)군은 수학을 무척 즐긴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쓱쓱 풀어내면 친구들 사이에서 멋져 보이거든요.” 빈군은 농담반 진담반 섞어 한마디 툭 던지며 수줍게 웃는다. 상당수 고교생들은 수학에 공포감을 가지고 있다. 문장제 문제에 대한 두려움, 어떤 개념을 활용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지조차 모를 때의 막막함이 뒤범벅이 되어 어려운 수학 시험지만 받으면 머리가 하얘진다는 학생들이 꽤 많다.

‘수학 가르치는 재미’ 맛보다 
 “끙끙대며 혼자서 문제를 풀었을 때의 희열감. 그 맛 때문에 수학 공부가 매력적인 것 같아요.” 수학의 개념과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개념서를 서너 번씩 정독한 뒤 예제 와 응용문제를 차근차근 풀어본다. “집 근처 수학 학원을 고2 때까지 다녔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반복적인 문제풀이가 식상하기도 했지요.” 고3이 된 뒤부터는 혼자서 문제집과 씨름하며 공부의 맥을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친구들은 수학을 풀다가 막히는 문제가 있을 때마다 그를 찾는다. “친구가 모르는 문제를 내가 성심껏 가르쳐준 뒤 이해가 되었다고 끄덕일 때 보람이 무척 커요. ‘남을 가르치는 재미’를 깨달은 셈이죠. 또 머릿속의 지식을 말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복습도 되고 완벽하게 내 것으로 소화할 수 있어 도리어 내 공부도 되요.”
 그는 수학과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장래 꿈은 수학 선생님. “중1 때 담임이 수학 담당이셨어요. 40대 여자 선생님이셨는데 일방적인 훈육이 아니라 아이들과 소통하려고 애쓰며 반 학생들을 다독거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엄마 선생님’ 이라고 할까요. 그때부터 막연히 수학교사를 동경했어요. 그리고 난 건대부고가 무척 마음에 들어요. 친구들, 학교 분위기, 교육 시스템과 시설... 이 모든 것들이 다요. 그러다보니 ‘학교’라는 공간에 애착이 커요.”

‘친절한 수학 참고서 저자’를 꿈꾸다
 빈군은 가끔씩 광장사회복지관의 방과후교실을 찾아가 초등학생들의 공부를 돌봐준다. 문제 풀이법을 도와주거나 함께 보드게임을 하며 수학의 원리와 계산력을 길러준다. “학생이 아닌 가르치는 입장이 되어보니 내가 아는 것을 쉬운 비유를 들어가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교수법에 자꾸 관심을 갖게 되요.”
 그는 대학에 진학한 후에는 꼭 수학참고서를 써보고 싶다고 말한다. “해답지를 보면 지나치게 풀이 단계를 축약해 놓아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 군데군데 있어요. 문제 풀다가 막혀도 답지를 보면서 혼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그런 참고서를 내 손으로 꼭 만들어 보고 싶어요.”
 그의 성적은 이과 전교 1등. 고교시절 내내 꾸준히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부모님께서 어릴 때부터 공부 스트레스를 전혀 주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는 편이었어요.” 일찌감치 스스로 공부 노하우를 터득한 덕분에 스케줄 표 짜서 혼자 집중해서 공부하는 것을 선호한다. 특히 학교 수업 시간은 몰입해서 경청, 그날 배운 내용은 그 시간에 다 소화하려고 애쓴다. 수학을 제외하고는 다른 과목들은 특별히 예습을 하지 않고도 고르게 최상위 성적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이과 학생이다 보니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에도 흥미가 많아요. 밤 하늘의 달을 보고 음력 날짜를 가늠해 보는 등 교과서에서 배운 걸 실생활에 자꾸 대입해 봐요. 그래야 개념 이해가 정확히 되고 오래 기억에 남아요.” 그만의 공부 노하우다.
 빈군의 일상은 무척 단조롭다. 아침 6시40분 기상, 오후 5시까지 학교 수업을 듣고 저녁 6시부터 밤 10시까지는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 밤 12시쯤 잠자리에 든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빠짐없이 학교 독서실에서 묵묵히 책을 본다. 수험생에게 중요한 EBS 수능 강의도 언어와 외국어 영역은 전체 강좌를 빼놓지 않고 우직하게 듣고 있다. 스스로도 집중력, 의지력은 타고난 편이라고 귀띔한다. 

스스로 깨우친 마인드 컨트롤
 공부 슬럼프를 비껴가는 마인드 컨트롤의 비결이 궁금해 물었더니 주저주저하며 어렵게 말을 꺼낸다. “내가 어릴 때부터 엄마가 몸이 약하고 지병이 있었는데 고1 때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당시가 첫 중간고사 기간이었죠. 내 전교 1등 성적표를 보지도 못하고 눈을 감으셨어요.” 그의 눈가가 촉촉해진다. 개인적으로 큰 슬픔을 겪은 뒤라 자기 관리가 더욱 철저해 지고 느슨해지려는 마음의 고삐를 단단히 죄게 되었다는 빈군. 그 뒤부터는 성적 압박에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매일매일 스스로 정한 목표대로 묵묵히 고3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마음이 울적할 때는 뉴에이지, 클래식 등 피아노를 치며 기분들 달랜다. “내 좌우명은 ‘밝고 긍정적으로 살자. 이루고 싶은 목표는 최선을 다해서 꼭 성취하자’예요. 나중에 성공해 꼭 유명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욕심은 없어요. 주위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어울리면서 내가 가진 재능을 함께 나누며 사는 그런 삶을 꿈꾸고 있어요.” 조근조근 자신의 인생철학을 말하는 빈군에게서 곧은 심지가 느껴졌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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