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주목 선거구 동행취재 - 전주 완산을

인물론과 ''민주 장벽'' 충돌

지역내일 2012-03-27

19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본격화 됐다. 22일 후보등록을 시작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후보들의 선거운동이 공식화 됐다. 
''전북내일신문''은 도내 선거구 가운데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만한 곳을 선정, 리포터와 취재기자가 후보자를 동행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전할 계획이다. <편집자 주>


전주시 서신·삼천·효자동을 지역구로 한 완산을 선거구는 18대 국회의원인 장세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예비후보의 각축이 유별났던 곳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농식품부 장관을 지낸 뒤 지난 지방선거에서 전북도지사 선거에 나섰던 정운천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로, 17대 완산을 국회의원을 지낸 이광철 후보가 통합진보당 후보로 나서면서 민주통합당 이상직 후보와 경쟁을 벌이게 됐다. 
완산을 선거구는 △여-야 △보수-진보 △야권연대 성사여부 등 다양한 이슈가 충돌한 곳이다. 선거구 내에 도청과 경찰청 등 공공기관이 밀집해 있고 신도시 개발로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전북 도시권 여론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준비된 인물로 지역감정 허물자"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역임한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 지난 20일 선거사무실에  지지자 7~8명이 의자에 앉아 후보를 기다리고 있었다. 후보는 회의 중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기다리던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며 격려의 말에 연신 고맙다는 인사가 이어진다. 오후 6시, 인사가 끝나자 서둘러 부인, 아들·딸과 함께 급히 차에 오른다. 롯데백화점 사거리에서 퇴근시민들에게 1시간가량 인사를 하고 주변상가를 방문할 예정이다.
후보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기사들에게 일일이 명함을 돌리는 동안 가족들은 도로 한가운데 로터리에 자리를 잡고 후보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지방선거 도지사에 출마했을 때부터 손발을 맞춰 온 아내 최경선씨와 아들 용훈(24) 딸 다은(20)양이다. 미국에서 유학 중인 자녀들이 아빠 선거를 돕겠다며 휴학하고 달려왔다. 동행한 아들을 두고 한 여성유권자가 ''잘생겼다''고 칭찬하자 정후보가"아들이 저보다는 진화가 잘된 것 같죠"라며 받는다. 아주머니도 "진화가 돼서 참다행이에요. 아빠만 빼닮았으면 큰일 날 뻔 했다"며 맞장구를 쳐 서로 고개를 젖히고 웃었다.
차에서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어주는 시민들이 지나갈 때마다 후보와 더불어 온가족이 힘이 나는지 예정된 1시간을 넘었는데 끝낼 줄을 모른다. 일행이 인근 상가 방문 일정이 늦춰지는 것에 조바심을 내고 있는데 60대 여성이 지나가며 "지난 도지사 선거 때 정 후보에 표를 던졌다"며 후보에게 힘내라고 한마디 건넨다. 정 후보는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전북지사 선거에 나서 여당 후보로는 역대 최고인 18.2%의 지지율을 기록한바 있다.
퇴근인사가 끝나고 정후보 일행은 백화점 건너편에 위치한 한 증권사 건물로 들어섰다. 퇴근을 앞두고 있는 직원들에게 그는 "호남에서 새누리당 출신 인사가 당선돼야 해묵은 과제인 지역감정의 벽을 허물 수 있다"면서 "준비된 정운천, 소통에 강한 정운천, 서민의 삶을 아는 정운천이야말로 전주시민이 이룰 선거 혁명에 함께할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백화점 인근 식당과 술집을 돌면서 사람들과 이야기할 틈만 나면 앞의 말을 반복했다. 여당의 불모지에서 유쾌하게 선거를 치러내고 있는 모습에서 만만치 않은 내공이 느껴진다. 자리를 옮기는 동안 잠시 차안에서 소회를 털어놨다. ''소고기수입파동으로 적잖이 고생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나라에 수입소고기 먹고 광우병환자 나왔다는 소리를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촛불정국의 위기를 활용해 원산지표시제를 전국의 모든 음식점으로 확대해 둔갑 판매를 뿌리 뽑고 축산농가의 소득을 증대시켜 냈다"고 강조했다. 
이정엽 리포터 jylee@naeil.com


"일자리 만드는 실물경제통 의원" 민주통합당 이상직 후보



20일 삼천동과 서신동 일대를 돌며 유권자를 만나는 이상직 후보와 함께 했다. 새학기를 맞아 1년 동안의 학교 계획을 학교와 학부모가 한자리에 모여 소통하기 위한 자리인 학부모총회와 서민들의 나눔의 공간인 시장 등 지역주민들을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따라나섰다.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권자와 현장의 반응은 예상보다는 차분했다. 이 후보는 학교를 찾는 학부모들의 마음을 잡을 요량으로 하루에 몇 곳씩 학교현장을 찾는다고 한다. 리포터와 미팅전에도 이미 서신중학교에서 한바탕 학부모와의 만남의 시간을 가진 모양이다.
"민주통합당 이상직 후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예비후보 등록 후 90도 인사와 악수공세로 허리를 꼿꼿이 펴는 것이 불편할 정도지만 웃음 띤 얼굴은 필수다. 환한 미소와 함께 무언의 ''격려''로 화답하는 이가 있는 반면, 명함 받기를 꺼리는 이도 있기 마련이다. 특히 총회에 참석한 학부모 대다수가 여성이라 이 후보가 내미는 손에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는 이도 있어 멋쩍은 눈인사만 나누고 지나치기가 일쑤다. 
오후 4시 20분 캠프로 향했다. 선거 자원봉사자와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 용흥중학교에서 학부모들과 시간을 예상보다 많이 보낸 바람에 그들을 기다리게 한 이 후보는 연신 뛰어다니기 바쁘다.
"정주영을 인생의 모델로 삼고 지금껏 최선을 다해 살아왔습니다. 전에 ''이스타 항공이 뜨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저는 제가 한 약속을 지켰습니다. 이젠 이 촌놈이 마련한 자리에 우리지역의 청년들을 불러 모아 수도권이 아니어도 내 고향 전북에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총회장에서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짧은 연설이었지만 이 후보의 지지를 위해 자리에 참석한 이들은 큰 박수를 보내며 만남의 시간을 이어나간다.
한 시간 정도가 흐른 뒤 다시 서신동 도깨비 장터로 발길을 돌렸다. 매일 저녁 들르다시피 했던 곳이다. "덕분에 제가 공천을 받았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이미 얼굴을 익힌 시장 상인들은 "공천 받으셨더구만요!"라며 손을 먼저 내미는 이도 있고, "아니, 왜 이렇게 기름값이 비싼 거예요?"라며 한탄 하는 이도 있다. 이 후보는 ''일자리를 만든 실물 경제통''임을 내세운다. 그는 "시민들은 전주를 새롭게 창조할 인물을 애타게 찾고 있다"면서 "후보마다 일자리 창출을 말하지만 실제 만들어 봤고, 앞으로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민주통합당 이상직 후보 뿐"이라고 말했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17대 국회가 인정한 검증된 의원" 통합진보당 이광철 후보 



통합진보당 후보로 나선 이광철 후보. 변신이라기 보다는 원래 자리를 찾아갔다는 평가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학생운동부터 사회개혁, 정치혁신운동까지 서민과 함께 한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그는 선거 사무실 외벽에 ''전태일과 노무현의 만남''이란 대형 걸게그림을 통해 이를 표현했다. 17대 완산을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발군의 의정활동을 보여줬다. 전주가 전통문화중심도시로 성장하는 지원 법안과 예산을 확보한 것은 공직사회에서도 인정한다. 뛰어난 의정활동에도 불구, 18대 공천에서 탈락한 것은 ''친노''로 낙인찍힌 결과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는 "17대 국회가 인정한 검증된 이광철과 정체가 불분명한 초짜 정치인과의 경쟁"이라고 표현했다. 99% 서민 편에 서서 살아왔고, 17대 의원 시절 이뤄 낸 성과를 곁들여 설명한다. 21일 중화산동 서원노인복지회관을 찾은 그는 할머니들 앞에 털썩 주저 앉았다.
명함을 받아 든 할머니가 "예전 국회의원 했던 사람 아니냐"며 반긴다. 이 후보는 "다른 건 몰라도 이광철이 참여정부와 함께 기초연금법·노인장기요양법 주도적으로 만들었던 건 잊지 말아달라"며 손을 붙잡았다. 한 할아버지는 "젊었을 때 오거리 광장을 누비며 독재타도를 외쳤던 이 후보를 기억한다"면서 "꼭 성공하라"며 다독인다.
노인자원봉사자 발대식 장에 들어선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이광철이, 노후를 국가가 책임지고 일하는 사람이 대접 받는 ''99%가 행복한 전주''를 만들기 위해 일하겠다"면서 "전주의 미래를 초짜 정치인이 아닌 검증된 후보에게 맡겨 달라"고 호소했다.
이동 중에 이 후보는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상직 후보가 유권자의 선택을 받겠다면서 소신과 정책을 평가하는 토론회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는 분이 유권자 앞에 서는 것을 피하는 것은 이율 배반"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언론기관이 마련한 정책토론회가 이 후보측의 불참으로 무산된 것을 지칭함이다.
이어 "전주 무형문화전당·한스타일 전통문화 중심도시·탄소밸리 등은 지난 17대 국회에서 정부와 청와대를 설득해 얻어낸 성과"라며 "서민과 전주의 편에 설 의원이 나와야 이명박 정부 들어 심화된 지역소외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뛰면서 일하는 국회의원에 대한 유권자의 열망이 모아진다면 완고한 정치정서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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