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선(여·17세)양은 호프집에서 오전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3~4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했다. 일을 시작한지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단 하루도 못 쉬었다. 일하는 동안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나 시간도 없었다. 담배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목이 따끔거렸다.
가끔 남자손님들이 ‘옆에 와서 한 번 앉아보라’거나 흘끔거리며 쳐다보기도 하고 몸에 슬쩍 손을 대기도 했다. 젊은 여사장한테 이야기했지만 ‘술김에 한 번 그러는 거니 예민하게 굴지 말라’며 오히려 짜증을 냈다. 이렇게 일한지 두 달 만에 인선양은 명절 하루 출근을 안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인선양은 수소문해 김민호 노무사를 찾아왔다.
김 노무사는 “인선양의 사례는 업주가 연소자야간근무금지법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주휴수당 가산임금 연월차 생리수당도 안주고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도 안한 경우”라며 “청소년 유해업소에 18세 미만 청소년을 고용한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 ‘알바수첩’이 알리는 아르바이트생 인권 =
김민호 노무사는 지난해 ‘충남비정규직지원센터’ 이름으로 1000개의 ‘알바수첩’을 만들었다.
아르바이트생들의 인권 실태를 살피기 위해 그들이 주로 일하는 만화방 노래방 피시방 음식점 등을 돌며 설문을 한 게 계기가 됐다.
김 노무사는 “업주들의 행태도 심각했지만 더 심각한 건 아이들이 부당한 경우를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모른다는 사실”이라며 “알바수첩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권리의식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김 노무사는 수첩을 만든 후 고등학교에서 고3수험생을 대상으로 노동인권에 관한 특강을 했다. 학생들의 반응이 좋았고, 소문을 들은 아르바이트생 고용주들에게서 ‘알바수첩’을 달라는 요청도 들어왔다.
‘알바수첩’에는 출근 노동시간 휴식시간 등을 체크하며 아르바이트 일지를 적을 수 있는 난이 있다. 또 근로계약서 작성부터 산재보험 직장내성희롱과 폭행대처법까지 알바노동인권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 “나의 길은 인권노무사” =
김 노무사가 노동인권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산업기능요원으로 공장에서 일하면서부터다. 노동자가 되어 일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피부로 느꼈고, ‘회사는 잘 돌아가는데 노동자의 삶은 왜 이렇게 고단할까’라는 생각을 자주했다고. 당시의 고민은 그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지금의 그를 있게 했다.
김 노무사는 올해 새로운 ‘알바수첩’을 만들고 있다. 올해는 이 수첩을 들고 천안·아산 지역 대학생들을 만날 계획이다. 대학 총학생회와 연계해 청년 알바 권리에 대한 특강, 학내 캠페인 등 공동 사업도 펼칠 예정이다.
“1년에 등록금이 1000만원인 현실 앞에 대학생들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는 당장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일상을 해결하는 일입니다.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 스스로 그들의 소중한 인권을 지켜야 하죠. 저는 그들의 노동이 곧 인권이라는 것을 꼭 알릴 겁니다.”
문의 : 김민호 노무사(충남비정규직지원센터) 561-9119
지남주 리포터 biskett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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