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찾아 떠난 대마도 여행

국외여행, 어렵지 않아요!

지역내일 2012-04-22 (수정 2012-04-22 오후 4:17:33)

몇차례 국외여행의 경험은 있지만 이번처럼 남편과 아이들을 떼어 놓고 떠나기는 처음이다. 소심한 ‘외도’라고나 할까? 얼마 전 휘몰고 지나간 태풍 아닌 강풍에 뱃길을 이용한다는 게 조금 두렵긴 하지만 난생처음 일본으로 떠나는 여행이라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오늘을 위해 함께 할 동무를 찾았다. 평소 전주를 지키며 여행을 즐기는 아줌마 셋,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이웃나라 일본의 대마도로 여행을 떠나본다.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일본 대마도로 출발!
이른 아침, 부산국제여객터미널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안개 낀 부산도심에 인적과 차량이 드물다. ‘늦는 것보다 일찍 가는 게 낫다’는 동행한 인생선배의 가르침대로 새벽부터 서둘렀기 때문이다.
터미널 도착 후 가이드를 만나 수속을 밟은 뒤 여권을 보여주고 출국심사를 마친 후 우리가 승선할 쾌속선 ‘코비’를 만났다. 부산항을 출발한지 1시간 55분 만에 대마도의 이즈하라 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간단한 입국심사 후 대마도에 첫 발을 디디게 되는 순간이다.
“서울보다 가까운데 외국이라고 할 건 다한다!”라는 일행의 다소 상기된 목소리가 들린다.
이즈하라 항은 봄향기가 물씬 나는 바람으로 우리를 반긴다. 평소에 듣던 대로 일본의 대마도는 조용하고 깨끗한 느낌이다. 괜히 흠이라도 하나 잡을 요량으로 길거리에 떨어진 쓰레기에 초점을 맞춰본다. 하지만 옅은 분홍빛 벚꽃으로 고운 자태를 뽐내는 이즈하라 시에 곧 마음을 뺏겨버렸다.  
오늘은 처음 떠나는 일본 여행길이라 도보나 자전거가 아닌 버스를 이용한 여행을 선택했다. 여행코스는 만제키바시-에보시타케 전망대-와타즈미 신사-이즈하라 시내 도착 후 점심식사-덕혜옹주 결혼 기념비-고려문-조선통신사비-이즈하라항 도착 후 승선수속을 밟고 다시 부산항으로 돌아오는 코스이다.




곳곳에 한국과 일본의 역사가 스며있는 대마도
차에 오르자 ‘가이드 언니(애칭)’가 “남들은 1박 2일에 걸쳐 하는 관광을 하루 만에 끝내야 하기 때문에 여행객보다 본인의 마음이 더 바쁘다”며 부산을 뜬다.
대마도는 한국과 일본 규슈 사이에 있는 섬으로 행정상으로 나가사키 현에 속하며, 인공 운하에 의해 남과 북의 두 섬으로 나누어져 있다. 면적은 제주도의 40%, 울릉도의 10배정도.
거침없는 가이드의 안내가 이어질 때 빨간색 철교 만관교(만제키바시,38선 다리라고도 함)가 눈앞에 보인다. 이 다리는 러일전쟁 때 일본의 승리에 기여한 다리로 원래 막혀있던 섬을 적 몰래 포탄으로 둘로 나눈 뒤에 기습공격을 해서 승리했다고 한다. 물론 일본이 러일전쟁의 결과로 조선에서의 지배권을 인정받게 되었다는 점을 들자면 우리나라로서는 가슴 아픈 역사를 지닌 다리라 볼 수도 있다.
따뜻한 햇살에 눈꺼풀이 떨어질 즈음 도착한 곳은 대마도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에보시타케 전망대이다. 대마도에는 해안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여러 곳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멋진 풍경을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진 곳이 바로 이곳이라고.
360도를 둘러볼 수 있는 전망대에서 보는 아소우만은 겹겹이 섬으로 에워싸여져 있다. 마치 바다 위 섬이 아니라 섬 사이로 바다가 보인다는 말이 맞는 표현인 듯. 날씨가 좋으면 부산도 보인다고 하는데 오늘은 약하게 낀 안개 탓에 부산은 온데간데없다.




해신을 모시는 와타즈미 신사와 덕혜옹주 결혼기념비
에보시타케 전망대 바로 아래 벚꽃이 만발한 공원(?)을 끼고 돌면 천왕의 탄생신화가 전해져 내려오는 와타즈미 신사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바다위에 서 있는 두개의 도리이를 포함해 총 다섯개의 도리이가 일렬로 바다를 향해 서 있는, 해신을 모시는 가장 오래된 신사이다. 신사 안은 온통 자갈밭으로 되어 있으며 곳곳에 소원 쪽지가 달려있다.
이곳에는 일본 건국신화에 나오는 천신의 아들이 형의 낚시 바늘을 찾으러 갔다가 용궁의 딸과 결혼을 하고, 바닷속에서 3년을 살다가 만삭이 된 아내랑 육지로 나왔는데, 아이를 낳는 모습을 절대로 엿보지 말라고 했거늘 이를 어겨 용의 모습으로 몸부림치는 아내의 모습을 보게 된다. 화가 난 아내는 아이를 버리고 다시 바다로 돌아갔는데, 그 아이가 일본 왕가의 시조인 텐무천왕의 아버지가 된다는 이야기다. 갑자기 한국의 선녀와 나뭇꾼 이야기가 떠오른다.
다시 시내로 돌아와 튀김으로 가득한 현지식 점심을 먹고 10여분을 걸어 도착한 곳은 고종의 고명딸 덕혜옹주의 결혼봉축기념비이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쓰시마 도주의 후예인 소 다케유키와 정략결혼을 하게 된 덕혜옹주는 순탄치 못한 삶을 살다 후에 딸도 잃고 이혼도 하게 된다. 그리고 고국으로 돌아와 외롭게 병마와 싸우며 창덕궁 낙선재에서 일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이 기념비는 두 사람의 성혼을 축하하는 뜻으로 대마도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역사의 비극 속에 여자로서의 원치 않는 삶을 산 덕혜옹주가 얼마나 힘들고 고단했을지 감히 짐작 해 본다. 그리고 다시 아래로 조금 발걸음을 돌리면 조선통신사를 맞기 위해 만든 고려문과 조선통신사비, 대마 역사민속자료관도 만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국경의 섬이라 불리는 ‘대마도’
뱃길로 두 시간만 달리면 만날 수 있는 일본의 대마도. 거리상으로는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보다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정서상, 또 역사상으로는 절대로 가까워질 수 없는 나라 일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그 어딜 가도 일본의 잔재가 많이 산재해 있듯이 일본의 대마도에도 한국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은 우리의 역사, 하지만 싫다고 뛰어넘어 갈수만도 없는 일이다.
누군가 미국에 가니 “그렇게 내나라 내조국의 한강이 그립더라”라고 하더니 일본에 오니 더더욱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고통의 순간들이 가슴을 에인다.
벚꽃비가 날리는 이즈하라 거리의 풍경이 제법 이국적이다.




TIP> 부산으로의 이동이 문제?
부산항에서 아침 8시에 출발하는 배편이라 당일 전주에서 부산으로 이동하기에 조금 벅차다. 미팅시간이 최소 한 시간 전이기 때문. 전날 볼거리나 먹거리가 넘치는 부산시내에서 1박을 하는 것을 권하는 편이나 여행당일 새벽에 승용차로 부산으로 이동하는 것에도 무리는 없다.
전날 부산으로 이동시에는 대전을 거쳐 기차를 이용하는 것보다 1시간 마다 운행되는 시외버스(3시간 소요)를 이용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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