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릇파릇 봄의 새싹 기운이 터져 나오는 요즘, 새싹 만큼이나 삶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 선생님을 만났다. 조손가정의 아이에게 학습멘토와 학습상담을 하고 있는 심정숙(58) 배움지도사. 일반 사람들에게 배움지도사라는 말이 생소하게 들렸다. 배움지도사는 전주시 건강가정지원센터 조손가족 희망사다리 사업의 일환으로 아이들에게 학습지도와 상담을 해주는 자원봉사자를 말한다. 50대 나이에도 손주 뻘 되는 아이에게 매주 2시간씩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심정숙 씨를 만나 진정한 배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연히 신문 기사 보고 자원봉사 시작
평범하고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전업주부로 살아온 그였다. 하지만 그에게 선생님이라는 직함을 준 계기는 90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린이날이 슬픈 아이들’이라는 내용의 신문기사를 우연히 보게 됐다. 그날 이후 지역아동센터와 방과후 보조교사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신문에서 어린이날 기사로 소외된 아이들 내용의 글을 봤어요. 신문에 나와 있는 지역아동센터에 전화를 걸어 방과후 보조교사로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되었죠. 뭐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지만 어떤 일이든 실천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심정숙 씨 곁에는 늘 어려운 환경과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한 아이들이 함께 했다. 그의 자리는 아이들에게 엄마처럼 기댈 수 있는 품처럼 느껴졌다.
그는 방과후 교실과 지역아동센터 내 학습지도 선생님으로 활동하면서 늘 아이들과 소통의 갈증을 느꼈다. 구색을 갖추기 위한 공부가 아닌 필요한 전문지식을 접목시키기 위해 50대 나이에 청소년학을 전공했다. 그래서 한국방송통신대 청소년학과 06학번으로 입학하게 됐다.
“오래 전부터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았어요. 자원봉사 활동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어울릴 기회가 많았는데, 좀 더 체계적으로 배워서 아이들 나이에 맞게 다가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청소년학을 공부하니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공부하면서 자신감도 생겼고, 아이들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됐었죠.”
개그콘서트 챙겨보는 할머니 선생님
심정숙 선생님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세대교감이다. 시간 날 때마다 인터넷에 올라온 아이들 유행어를 검색하고, 매주 개그콘서트도 챙겨보고 있다. 아이들과 공감하려는 그의 노력이다.
“처음에는 우리 아이들을 키운 노하우가 있어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이들을 보면서 고정관념의 틀을 깨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또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도 고민스럽죠.”
그는 현재 중학교 2학년 수학을 가르친다. 그러나 수학을 가르치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이에게 자아 존중감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가 그동안 맡았던 아이들은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자신감도 없고 감정 표현을 잘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게 제일 가슴 아팠다. 부모의 빈자리를 채울 수는 없지만, 아이들 스스로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부모가 이혼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정말 많이 힘들어 합니다. 비록 엄마아빠가 따로 살고 있지만, 그 속에는 늘 사랑이 있다는 점을 알려주려고 노력해요.”
그의 수업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김정현(가명)은 소중한 사람이다. 김정현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 수업 전에 하는 구호다.
사연 많은 아이들과 공부하면서 깨닫게 된 게 있다. “아이 그대로를 인정해주고 믿어주는 것”이다.
일단 부딪히는 성격
“항상 어떤 일을 하기 전에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보다 일단 들어가 부딪혀 보자는 생각을 먼저 합니다. 뭘 배우러 가면 제가 가장 나이가 많아서 관심의 대상이 되곤 하는데, 주변 젊은 엄마들이 저를 보고 자극받아 더 열심히 한다고 하더군요.”
요즘 그는 노인상담 공부를 준비하고 있다. 배움의 내력은 아버지를 닮았단다. 여든이 훌쩍 넘은 친정아버지는 지금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신다고.
심정숙 선생님은 요즘 가족해체에 대해서도 한 마디 거들었다. 가정을 꾸려나가는 데는 분명 자기희생이 필요하다 것. 희생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필요한 희생이다는 것을 꼭 새겼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은영 리포터 key3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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