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의 봄이 찾아옴과 동시에 새 학기의 환경교육이 시작되면서 아이들과 숲에 가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하루하루가 다르게 색의 변화를 통한 봄의 소식을 실감하게 된다. 아이들도 봄의 변화를 느끼는지 갖가지의 꽃과 나무, 나뭇잎, 새순을 보며 특히 다양한 색깔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풀려고 질문을 던진다. 녹색의 새로 난 나뭇잎 색깔이 왜 서로 다른지, 노란색 개나리꽃이 왜 꽃끼리 서로 조금씩 다른 노란색을 가졌는지 등의 질문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어느덧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화학적?인공적 색의 뚜렷하고 선명함에 우리의 눈과 정서가 길들여져 있는 것 같다. 우리주변의 자연은 그 자체의 색채로 뒤덮여 있고, 계절에 따라 나타나고 사라짐을 변화하며 반복한다. 하지만 도심 속의 우리 아이들은 이미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물감과 색연필 등에 익숙하고, 교육 및 생활화되고 있다.
유아*아동의 시기에는 특히 색채에 민감하여 자신의 생각이나 표현을 여러 가지 색으로 그림이나 글로 나타내는데 천연색이나 자연적인 것은 찾아보기 무척 어려워졌다. 그리고 화학적 인위적으로 만든 색채는 주변에 쉽게 접할 수 있어서 편리한 장점도 있지만, 창의적 활동이나 표현, 상상력을 제한하는 일관적 사고의 한계가 되는 무서운 단점이 있다. 따라서 자연 속에서의 색채감을 구별하고 느끼면서 오감을 자극하는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측면으로 얘기하면, 자연의 색과 화학적 인공적 색이 분명 다르다는 것과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는 자연의 색, 천연의 색은 앞으로 점점 접하기 힘들 것이다. 다시 말해서, 오늘 보았던 꽃과 나뭇잎의 색이 내일과 일 년 뒤의 오늘과 절대 같지 않으며, 꽃이든 나뭇잎이든 똑같은 색을 두 개 찾기란 아주 힘들다는 것이다.
이것의 가장 가까운 예로, 자연과 생활 속의 여러 재료로 직접 색을 만들고, 삶에 많이 쓰이는 천을 물들이는 천연염색을 들 수 있다. 천연염색은 염료의 특성에 따라 색의 묘함과 깊이, 다양성, 자연이 주는 그윽함과 그대로의 꾸밈없는 향이 있다. 또한 자연의 시간이 말해주듯 색이 바래기도 하고 실증나면, 다시 염색하여 또 다른 색과 멋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염료, 같은 방법으로 염색을 하여도 아주 같지 않은 색이 나오므로 까다롭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 자체 하나밖에 없는 천연색으로 물들여 지는 것이다.
또한 횟수와 순서, 매염의 성질 등으로 하나의 염료로도 다양한 자연의 색을 낼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기도 하다. 산업화가 되기 전 우리나라는 대부분 자연에서 채취한 염료로 물건에 색을 입히는 천연염색을 사용하였다. 이렇게 하여 입힌 색들은 부드럽고 은은하게 색이 잡혀 시간이 흐를수록 멋스러움을 더하였고, 염료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질은 우리 몸의 건강을 지키는 효능도 있어 일석이조의 역할을 하였다. 오늘날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의 문제가 대두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면서 천연 염료의 다양한 효능과 천연염색이 부각되고,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되기도 한다.
이처럼 제철에 접하는 꽃과 나무가 있는 숲을 통해서, 또는 천연염색에서 하나밖에 없는 천연의 색으로 자연과 더불어 재탄생되는 모습을 통해서, 우리 몸과 오감을 끊임없이 자극하여 천연의 색을 바라보고 느낄 수 있는 힘을 지닐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찾아야 할 것이다.
전라북도자연환경연수원 김현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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