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니픽션 작가 윤신숙

꿈이 현실이 되다

지역내일 2012-03-25 (수정 2012-03-25 오후 6:20:21)

윤신숙씨는 인생의 중반에 들어서면서 미니픽션이라는 장르로 작가로서 첫 발을 디뎠다. 미니픽션은 말 그대로 2~3페이지 정도의 짧은 초단편의 소설들로 나뭇잎 한 장에 다 적을 수 있다는 뜻에서 엽편(葉篇)소설 또는 핵편(核篇)소설이라고도 불려진다. 하지만 그 짧은 내용 속에는 정곡을 찌르는 일침들이 있다. 가슴을 싸~하게 만드는 강력한 메시지가 포함된다.
윤신숙씨의 주요작품으로는 ‘100세 만찬’ ‘줄다리기’ ‘고릿길’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감당하기 어려운 이별의 아픔을 ‘이민갔을 뿐이에요’라고 표현한 작품은 그 슬픔을 잊으려하는 절절함이 이민을 보내고 자주 보지 못하는 가족의 이야기로 설정되어 더욱 가슴을 저미게 만드는 강력한 메시지가 들어있다. “우리 아이는 포루투칼로 이민갔어요. 제 남편은 러시아로 이민갔어요. 제 친군 알래스카로 떠났을 거예요. 그래요. 우리 아인, 제 남편은, 내 친구는 저의 어머니는 돌아가신 게 아니에요. 기약없이 각자 살고픈 곳으로 이민갔을 뿐이에요.”




끊임없는 배움의 길
윤신숙씨는 여고시절 문예반으로 활동했다. 꼭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백일장에서 ‘장원’까지 하면서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사춘기도 책을 보며 극복했을 만큼 책을 좋아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 셋을 키우며 삶에 지쳐갈 때 쯤 클래식 기타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됐다. “2004년 시인 구상 선생의 딸 자명씨(소설가)를 주축으로 15명 정도 모여 미니픽션작가모임을 만들었요. 그 때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임헌영 교수의 ‘명작을 통한 세상읽기’와 ‘생활글 수필 창작’ 강의를 들으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작가의 꿈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드디어 2007년 1월 그렇게 좋아하던 클래식 기타를 소재로 한 ‘클래식 기타와의 여행’이란 제목으로 한국시문을 냈다. 더불어 미니픽션 모임에서 1년에 한 권씩 책을 발행하기에 꼬박 작품 활동을 하면서 벌써 5권의 책이 출판되었다. 작년에 출판된 5번째 동인집은 ‘술’을 주제로 하여 술 권하는 현대사회의 분위기와 잘 맞아 교보문고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전한다.
음악을 넘어 이제는 미술에까지 발을 넓힌 윤 작가. “예술은 모든 면에서 통한다”는 것을 실감한 만큼 이제는 그림이 연상되는 글을 쓰려고 ‘그림’을 배우고 있다. “한편의 그림이 연상되거나 이미지가 떠오르는 글을 쓰고 싶어요.”
사실 남의 글을 평가하긴 쉽지만 실제 쓰려면 만만치 않다. 그러기에 글을 쓰는 이들은 때론 언어의 한계를 느끼기에 다양한 배움의 길로 부족함을 채우려고 한다. 윤 작가도 그러한 배움의 끈을 놓지 않는다. 클래식 기타는 기본, 그림에 연극까지 모든 예술을 담으려고 한다.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글을 쓰면서 리듬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뜻이 같은 단어지만 소리가 다르게 나는 것이 라던가 소리를 내어 읽을 때 편한 단어를 선택하면서 리듬감 있는 문장을 쓰는 센스도 생겼다”며 미소 짓는다. 거기에 수필가이자 원로 농학자인 성천(星泉) 류달영(柳達永) 선생을 기념하기 위한 성천아카데미에서 인문학강좌를 듣기도 한다.
이제 글을 쓰지 않으면 머리의 먼지가 쌓인다고 표현하는 윤 작가. 짬짬이 여러 종류의 책도 많이 보지만 특히 신문을 정독한다고. “너무 자신의 생각에만 치우친 식상한 글이 되지 않을까 염려되는 마음에 이성적인 판단력을 중심에 두고자 신문을 많이 봅니다.”




아날로그시대 종이는 없어지지 않을 터
인간관계 속에서 사람 사이의 만남 속에서 소재가 떠오르고 글감이 구상되다보니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윤신숙씨는 글은 책상에 마음먹고 앉아 몰입한다고 써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가족과의 평범한 대화중에 했던 말, 타인과의 만남에서 느낌을 글감으로 기억해두었다가 글을 쓰다 보니 “남들의 모습 속에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이것이 윤작가가 미니픽션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리 디지털시대라고 해도 아날로그 시대의 종이는 영원이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고 주장하는 윤 작가. “때 묻은 책장을 넘기는 아련한 추억은 사람과의 만남과 같아서 디지털 기기가 아무리 발달해도 종이는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 같네요.”
글은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잘 쓴다고 한다. 모방처럼 따라 쓰다 보면 자신의 생각을 끄집어 낼 수 있다. 하지만 내 안에 발산되는 모든 것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차분히 정제되기를 기다렸다 숙성되어 걸러져서 나올 때 진정한 작품이 완성된다. 그러다가 글감이 떠오르지 않거나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이제 그만 쓰자’ 생각하다가도 왠지 찝찝함과 허전함이 겹쳐 다시 펜을 들고 끄적거리게 된다고.
윤신숙 작가는 인생이 길어지면서 자신에게 맞는 봉사활동과 취미는 한 가지씩 찾아야 한다고 전한다. “인생을 길게 봤을 때 지금은 사는 것이 힘들게 느껴져도 짬짬이 나를 찾아가는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되면 또 다른 에너지가 생긴다”며 “물론 가정이 제일 중요하지만 남편에 대한 아이에 대한 집착보다는 시간을 내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나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고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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