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부터 전북에서도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시행되었다.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쉬는 토요일마다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학부모들도 한 달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추세이다.
도교육청, 전북도의 지역아동센터, 지역청소년수련관과 문화의 집 또는 박물관 등에서도 다양한 토요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위한 학습지도와 체험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주5일 수업제 한 달, 학교와 학부모가 느끼는 주5일제 수업에 대한 체감 지수를 점검해본다.
초등, 학교-‘다양한 프로그램 인기’ VS 학부모-‘자발적 참여 우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함께하는 토요일 만들어
금암초등학교 돌봄교실 프로그램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전체 학생 수 390명 중 돌봄교실에만 참여하고 있는 학생 수는 100명. 토요일에는 요리활동, 소방교육, 풍선아트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한다. 또 한 달에 한 번씩 가는 견학과 야외학습 활동은 아이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처음에는 돌봄교실 신청자가 7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00명까지 늘었고 현재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학부모와 아이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졌다. 금암초등학교는 지난해 돌봄교실 시범학교로 지정되어 올해는 돌봄교실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용해 활동하고 있다.
권현진 교사는 “갈 곳이 없어 하는 아이들이 토요일에 학교를 더 오고 싶어 한다”며 “토요일에는 남자아이들의 경우 다른 센터 아이들과 연계해 축구대항전을 하고, 여자아이들은 방송댄스를 배워 특기활동을 하다 보니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금암초등학교는 돌봄교실 이외에 스포츠데이, 바이올린, 서예, 수학, 독서논술 등의 토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금암초 장정숙 교장은 “요즘 사교육이 성행해 학부모들이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데, 토요일 학교에서 이런 부분을 채워줄 수 있어 좋다”며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도 아이들을 다정하고 따뜻하게 보듬어 안아 줄 수 있는 선생님들의 역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주북초등학교 토요 방과후 프로그램도 호응이 좋은 편이다. 전체 학생 1000명 중 250명 이 프로그램 참여를 하고 있으며, 학교측은 주5일 수업제에 대한 발 빠른 대응으로 3월 첫주부터 안정된 토요일을 보내고 있다는 평이다.
그리고 “학부모님들과 상의 하여 추가하고 싶은 토요 프로그램을 학부모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고려중입니다. 다행히 학부모님들께서 빵만들기나 꽃나무심기 등 다양한 의견을 주셔서 아이들이 혼자하는 토요일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하는 토요일을 만들어 볼려고 노력중입니다”라고 전주북초 김택수 교감은 말했다.
학습보다 아이가 하고 싶어하는 것 우선!
정명희(39) 씨는 가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주부이지만 여행이나, 가족모임을 가지 않는 토요일엔 학교에서 하는 토요프로그램(클레이아트)에 참여한다. 그리고 오전 내내 개방해 놓은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김성혜(40) 씨는 그동안 시간이 마땅치 않아 배우지 못했던 하모니카를 가까운 문화의 집에서 배우게 되었다며 주5일 수업제를 반긴다. 이밖에도 중국어나 토요축구교실 등 초등학생들은 대부분 학교에서 하는 토요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많았으며, 부모의 강요보다 아이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수업을 선호하는 편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맞벌이를 하는 부부들에겐 애로사항이 많다. 부부가 함께 자영업을 하고 있는 전기수(41) 씨는 “주5일 수업제에 대해 긍정적”이지만 “토요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평일에는 항상 바빠서 가족이 함께 보낼 시간이 없었는데 토요일 아이가 가게에 나와 엄마·아빠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토요일 학교에서 2~3시간 있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아이가 집에 있거나 가게에 나와 있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전기수 씨는 “아이가 다행히 초등5학년이라서 어느 정도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할 수 있을 때”라며 “아마 저학년이었으면 상황적으로 주5일 수업제가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은 해봤다”고 밝혔다.
중등, 학부모-‘학교 프로그램 참여율 낮아’ VS ‘노는 날로 인식될까 두려워’
선택권은 넓혔지만 참여율은 저조해
전주중학교는 전교생 1105명 중 292명이 토요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전체 학생 수의 약 20% 정도 참여율이다. 곽재형 교장은 “13개 토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앞으로 2개 프로그램이 추가될 예정”이라며 “교사들이 순번제로 토요일마다 나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특히 ‘청소년 전통생활문화체험’에는 각 학년별로 90% 이상의 높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4월부터 시작되는 전통생활문화체험은 청소년 인성교육을 위한 생활예절교육과 다도예절 체험이 이루어지게 된다. 또 다과만들기 등의 체험 수업으로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 내고 있다.
이밖에 전주중학교는 토요스포츠프로그램은 물론 기타, 플루트, 댄스 프로그램과 함께 과학실험, 한자급수, 요리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토요프로그램은 외부강사와 학교내 교사들이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오광식 교육혁신 담당교사는 “양질의 프로그램이 학교에서 무료로 운영되고 있지만, 토요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선택이 중심되다 보니 참여율이 저조해 아쉽다”며 “토요프로그램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토요프로그램 운영은 학교 현장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자율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수업시간을 지키지 않아 시간운영이 원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아이들의 선택권을 넓혔지만 참여율이 저조한 것도 학교로서는 어려운 실정이다.
곽재형 교장은 “부모님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며 “토요일에 오히려 학원 보내는 시간되어 사교육이 활성화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걱정했다.
또 진안의 A 중학교 교사는 주5일 수업제에 대한 문제점으로 아이들의 탈선에 무게를 두었다. 주5일제 수업을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토요일까지 공부를 하고 싶지 않다!’는 학생들의 흐린 판단 때문에 학교에서 하는 프로그램에도 참여도 저조할 뿐 아니라, 친구들과 여럿이 어울러 같이 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문제가 생길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학교에서도 수업시수를 맞춰야 하다 보니 교사도 학생도 하루가 빠듯하다고 말한다.
아이 의견 존중하다 보니 토요일은 노는 날?
원미영(42)씨는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언제부턴가 내 아들이 내 아들이 아니더라”며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기의 자식을 기르는 엄마의 심정을 토로했다. 그래서 꼭 토요일이 아니어도 중학생이 된 아이를 위해 스포츠프로그램을 계획해 두었었는데 주5일 수업제를 시행하게 되면서 아이가 맘껏 운동을 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물론 토요일까지 아이가 학교에 가고 싶어 하지 않아 사교육(?)을 하지만 그 비용이 부담 갈 정도도 아니고 꼭 토요일이 아니어도 계획에 있던 수업이라 사교육비 부담으론 연관 짓지는 않는다는 게 그의 말이다.
이에 반해 중학생 자녀를 둔 최미진(36) 씨는 “아이가 토요일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친구를 만나거나 하루 종일 컴퓨터 게임만 하고 놀아 걱정이 앞선다”며 “학교 토요프로그램에 아이가 관심도 없고 그렇다고 중학생이나 된 아이를 부모가 나가자고 끌고 다닐 수도 없어 더 어려움이 많다”고 속내를 털어 놓았다.
그는 또 “주5일 수업제가 정착되는 동안 토요일은 스트레스 데이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며 “학교에서 토요활동을 하도록 아이를 불러낼 의지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학부모으로서는 마냥 답답하다”고 말했다.
주5일 수업제가 시행 한달을 맞으면서 학생 5명 중 1명 정도는 학교 토요프로그램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부는 주5일 수업제가 5주째를 지나면서 학교 토요프로그램 운영이 정착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지만 학부모나 학생들은 아직도 혼동의 선상에 서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서로 고민해서 그늘진 곳에 있는 우리 아이들이 없도록 서로 노력해야 함은 확실하다.
김은영 리포터 key330@hanmail.net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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