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존경하던 김별아 저자를 만나고, 달빛독서캠프에선 천체를 관측하며 낭만을 만끽했는가 하면, 원탁토론대회에선 서로의 생각을 알아가고 배우며 한층 성숙해졌다. 독서퀴즈의 달인도 탄생했다. 다채로웠던 책누리단 활동을 통해 책을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다고. 책누리단 아이들이 터득한 나만의 독서노하우, 누구나 필독해야할 생생비법을 들어보기로 했다.
책누리단이 내 안의 나를 풍요롭게 만들다
“제겐 원탁토론대회가 가장 인상적이고, 배울 점이 참 많았던 것 같아요. 각각 자기의견을 내세우면서 말을 조리 있고 설득력 있게 해야 하거든요. 책을 많이 읽은 친구들이 훨씬 그런 능력을 잘 갖추고 있다는 것도 느꼈고요.” 예서 나름 좋은 성과도 거뒀다는 허유한(매현중 3)은 2년여 간의 책누리단 활동을 통해 사교성이 좋아진 자신을 발견한다고 말한다. 소심했었는데 도전을 좋아하는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했다고 말하는 황하빈(매현중2)은 “언어선택도 훨씬 풍부해졌다. 앵커가 꿈인데, 많은 도움을 얻는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만이 아닌 여러 학교 도서반 친구들과의 단체 활동으로 일종의 ‘도서스카우트’라는 소속감을 안겨준 것도 큰 변화다. 매현중학교 홍성애 사서는 이렇게 덧붙인다.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 대부분은 내성적이고 자기표현하길 주저하거든요. 캠프니 토론대회니 여러 행사를 통해 성격이 많이 변하고, 함께한다는 것에 자연스레 녹아들게 됐죠.”
그런데 아쉽게도 수원교육지원청 주관으로 진행되던 책누리단 활동이 올해부터 학교 단위 운영으로 바뀌었다. 도서반도 동아리로 바뀌어 활동이 줄어들었다며 유한이와 하빈이가 아쉬워한다. 다행히 매현중을 비롯해 5개 학교가 연합해서 원탁토론대회, 독서골든벨퀴즈, 사제동행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하자 안심하는 분위기다.
‘책으로 마음을 채워라~’, 어떻게? 책과 친해지기 노하우
▷책, 어떻게 만날까- 일주일에 두세 권 정도의 책을 읽는다는 유한이와 하빈이에게 빨리 읽을 수 있는 노하우를 물었다. “그건 말로 설명할 수가 없어요. 그냥 많이 읽다보면 저절로 생기거든요.” 읽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무형의 자산인 모양이다. 하지만 유한이나 하빈이도 처음부터 책에 관심이 많았던 건 아니었다고.
“초등5,6학년 때부터인가 판타지 소설에 꽂혀서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진로가 정해지면서 자기계발 도서로 저절로 옮겨가게 되더라고요. 책을 싫어하는 친구들도 그냥 눈에 확 띄는 책, 얇은 책부터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책과의 만남은 호기심에서부터 출발하는 거거든요.” 하빈이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다. 유한이는 패러디동화를 추천한다.
“동화는 생각보다 안 읽은 친구들이 많아요. 글씨도 크고 그림도 예쁘고, 거부감도 없으니까 접하기엔 딱이죠. 백설공주를 패러디한 흑설공주 이야기 같은 것?”
▷독후활동, 어떻게 할까- 책 읽는 것까지는 좋은데, 독후활동이 귀찮아서 책읽기가 싫다…. 백배 공감되는 말이다. “숙제처럼 강압적인 성격을 띠거나 무조건 10포인트에 맞춰 글로 써오라는 식이니까 일단 거부감이 들어요. 아주 어릴 적부터 그림이나 다양한 방법으로 독후활동을 해봐야 자연스레 몸에 배일 것 같아요. 우리도 초등 때 잠깐 그런 활동 해봤지만, 여전히 글쓰기로만 독후활동을 하고 있잖아요.(웃음)” 유한이가 의미 있는 말을 던진다.
그런 와중에도 독후활동의 팁을 일러준다. 책 속에서 좋은 글귀나 공감 가는 글귀를 찾고, 그것을 자신의 경험과 맞물려 적어 내려가도록 한다. 글귀는 별도로 표시해두거나 포스트잇을 적극 활용한다. 그러면 독서록의 3분의1이상은 이미 채워지고도 남는다.
“저는 마인드맵을 활용해요. 책누리단 활동하면서 강의를 들었는데, 이 방법이 확 와 닿더라고요. 인상적인 장면을 선택해서 처음엔 간단간단하게 단어 정도로만 나열하는 거죠. 그러다가 문장으로 늘리고, 그걸 연결해서 글로 만들어내는 거예요.” 하빈이의 강추 독후활동법이다.
발상의 전환, 책과 상관없이 도서관을 적극 활용해라
도서관에 가면 무조건 책을 읽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부터 버려야 책읽기가 즐거워진다. 책누리단 활동 이전에는 그저 도서관은 책을 읽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던 유한이와 하빈이에게 이제 도서관은 휴식처다. 신간을 분류하고, 책을 정리하면서 전체적인 도서관의 시스템을 알아가다 보니 도서관의 다른 얼굴들을 만나고, 매력을 느끼게 됐다. 이것도 역시 해봐야 안다. “하지만, 굳이 도서반이 아니더라도 도서관을 편하게 생각하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면서 이런 저런 책들의 모양을 익혀두는 것도 좋다”고 하빈이는 말한다. 무작정 책 냄새를 맡아도 보고, 탐구하다 보면 도서관이 편하게 느껴진다. 그 순간이 즐거운 책읽기의 시작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것 마냥 하빈이를 따라서 도서관에 오던 친구들이 이젠 오히려 도서관 안가냐고 부추길 정도가 됐다고.
“책에 대한 부담감은 정말 내려놓아야 돼요. 사실 필독도서 목록이라고 해서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표시해두는 것도 그래요. 왠지 다른 학년은 읽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차라리 학년별로 구분하지 말고 ‘중학생이 읽을 만한 책’ 정도로 구분해놓으면 좋지 않을까요.” 간과하고 있었던 부분에 대한 유한이의 콕 집는 얘기에 ‘아하~’라는 감탄사가 절로 새어나온다. 쉬운 것도 어렵게 만드는 것, 그건 쓸데없이 많은 우리의 생각 때문이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Tip. 유한이가 추천하는 책
1.먼 나라 이웃나라_ 초등생의 경우라면 얇은 책을 권한다. 잡지책이든 만화책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책이면 친해지기도 좋다. 특히 이 책은 책을 싫어하는 유한이도 즐겁게 봤던 책이다.
2.우아한 거짓말_ 사춘기 아이들에게 추천한다. 사춘기 소녀가 왕따를 당해서 자살을 하는 내용인데, 다른 사람의 마음을 보게 해주고 가족들의 도움이나 대처방법 등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사춘기가 아니더라도 미리 읽어두면 자신의 상처를 건강하게 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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