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학습원과 함께 하는 환경칼럼

슬로시티(Slow city)

지역내일 2012-03-20
슬로시티(Slow city), ‘느림의 미학’(slow is better)을 바탕으로, 자연친화적 환경 속에서 지역 고유의 먹을거리와 전통문화를 느끼며, 삶의 질적 향유와 현대인의 인간다움 회복 및 마음의 고향을 제공하고자 하는 운동으로 시작. 슬로시티(Slow city)출발은 1999년 이탈리아에서, 현재 세계 11개국 97개 도시가 슬로시티 국제연맹(본부: 이탈리아 소재)에 가입, 지정요건이 인구 5만명 이하의 중소도시로서 전통수공업과 조리법 장려, 자연친화적 농법 및 에너지 사용, 문화유산 지키기 등의 충족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현재 우리나라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된 지자체는 10곳인데, 각 지자체에서는 무엇보다도 ‘슬로시티 브랜드’ 선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특허청 상표출원의 ‘슬로시티 관련 브랜드’건수가 2010년까지 단 1건에 불과했던 것이 지난해 무려 67건이나 출원돼 급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작은 마을 운동에서 시작되었다는 슬로시티(Slow city)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어 모으고, 우리나라 지자체들의 ‘슬로시티 브랜드’선점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보면, 지금 이 시대 사람들의 욕구와 가치를 반영하려는 노력임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앞서 제시된 슬로시티 내용과는 다르게, 자칫 슬로시티(Slow city)가 지향하는 본질을 놓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 대표적 예로, 전남 완도군 청산면 이야기를 잠깐 해볼까 한다.
얼마 전 청산도(섬)에 여행 겸해서 지인을 만나러 15년 만에 가게 되었다. 조그마한 섬마을이라서 작은 이야기꺼리만 생겨도 곧잘 전화해서 소식을 전해 듣긴 했었다. 그런데 완도여객선 터미널에서부터 상황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완도↔청산도행 배는 1대에서 2대, 운행횟수도 2배로 늘어났고, 배 안의 객실도 관광객이 주로 타고 있으며 분위기도 관광이미지로 꾸며져 있었다. 도착마자의 풍경에서도 놀란 것은 바다로 덮어져 있던 곳을 메워 주차장으로 만들고, 유일하게 마을회관 역할로 자리 잡았던 다방도 없어졌다. 바다와 산이 잘 어우러진 풍경을 배경으로 걷는 길도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슬로길 조성으로 마을사람들이 다니면서 자연스레 닦아진 길이 아스팔트로 모두 정갈하게 꾸며져 있었다. 해수욕장의 모래사장과 갯돌이 있는 공간도 절반 뚝 잘라 아스팔트로 정비하고, 개인차가 없으면 무조건 걸어 다녀야 했던 곳에 버스도 생겼다. 자연산 전복과 소라 등의 수확하던 해녀들은 일찍이 줄었고, 대량 양식업이 생겨 바다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이웃집 해녀할머니와 어민들의 대화내용도 슬로시티(Slow city)와 건물과 버스 이야기로, 또 하루가 다르게 타 업종의 사람들이 대폭 늘어서면서 생활패턴과 모든 환경이 순식간에 변한 것이다. 
그 곳 또한 처음 시작은 많은 이들의 호응 속에서 자연과 환경, 전통과 역사를 존중하는 건강한 관광브랜드로 출발 하였을 지인데. 지금보다 최소한 ‘15년 전의 청산도’라면 느리게 사는 것, 가치 있는 삶, 건강한 삶, 슬로시티(Slow city)란 단어가 오히려 딱 들어맞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슬로시티(Slow city)를 다시 생각한다면, 시설확충과 관광객을 끌어들이기에 급급하기보다는 그곳의 사는 사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는 사람중심으로, 현장 그대로의 체험 프로그램중심으로, 골목길의 아름다운 돌담중심으로, 마을과 사람들의 이야기중심으로 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청산도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삶의 공간이다. 먼저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즐겁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즐거운 곳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청산도가 나와 우리가족의 소중한 보금자리로 출발하여, 또한 이를 넘어서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끼며 경험할 수 있는 삶의 의미와 가치, 즐거움을 선물해주는 마을로 거듭나기를 다시 기대해 본다.

전라북도자연환경연수원 
김현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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