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선수 최홍만이 거장 중 거장이라면 전직 농구선수 한기범은 장신 중 장신이다. 그의 키는 무려 2m 5cm. 평생 농구코트에서 장신을 무기로 뛰어온 그가 부천에서 다문화 홍보대사 역할을 시작한다. 지금은 현역에서 물러나 유소년 농구를 지도하며 지병과 싸우기까지 농구 코트 뒤에 숨은 키 얘기를 들어보았다.
내 키가 큰 이유는 농구 때문?
한기범(48세))은 전 대한민국의 농구 선수다. 또 전 한국프로농구연맹 기술위원이다. 현재 그는 농구를 가르치며 방송인으로 활약하지만 그의 큰 신장은 선수시절 고공 플레이어로 오랫동안 국내에서 정상급 선수로 활약하는 무기였다.
그는 “지난 1986년 기아 농구단에 입단해 허재, 강동희, 김유택 등과 함께 한국 실업 농구를 휘어잡았죠. 또 1983년부터 1993년까지 국가대표로 활약하기도 했어요. 그야말로 전성기였죠”라고 말한다.
당시 같이 뛰던 허재,강동희 같은 선수들은 지도자의 길로 나가 성공했다. 반면 한기범은 은퇴 후에 코트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바로 ‘마르판 증후군’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르판 증후군은 키가 크고 마른 사람이 많이 걸리는 병이죠. 처음엔 몰랐어요. 2000년 동생의 사망을 계기로 검사를 했더니 저 역시 같은 병이란 판정을 받았어요. 마르판 증후군은 특별한 증상 없이 심장마비로 급작스럽게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죠.”
한 씨의 질병은 은퇴 후 현재 유소년 농구지도와 어려운 처지의 어린이와 이웃을 돕는 희망재단을 만들고 활동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어 주었다.
키다리 아저씨 한기범, 다문화 가족과 함께
한 씨는 지난 3월 말 부천시 오정구에서 다문화 가족 1촌 맺기 결연 및 홍보대사로 위촉받았다. 그는 앞으로 다문화 가족과 멘티·멘토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그가 한기범 희망재단대표로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한 이유도 그의 지병과 관련이 깊다.
그는 장신에게 나타난다는 마르판 증후군으로 두 차례의 대 수술을 받았다. 수술대에서 살아 내려오는 순간 그는 감사와 기쁨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수술과 회복을 도와준 주위와 이웃들에게 뭔가 보답하고 싶었다.
그는 “재단을 만들고 어려운 처지의 어린이들과 이웃들에게 농구교실을 열고 있어요. 또 기금을 모아 수술이 필요한 심장병 어린이들을 돕고자 해요. 물론 부천지역에도 다문화 가정 등 나눔이 필요한 경우 달려 올 겁니다”라고 말했다.
유소년 아이들 키 잘 크고 건강하려면
한 씨가 말하는 농구는 성별에 상관없이 즐기기 좋은 스포츠중 하나. 성장기에 농구를 하면 자연스럽게 점프를 많이 하게 되면서 키 크기에 좋다. 특히 농구를 잘하려면 뼈와 함께 근육도 발달해야 한다.
그는 “운동은 신체의 관절과 근육 인대를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 몸에 골고루 영향을 줘요.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근육의 양이 늘어나고 질이 좋아지잖아요. 특히
근육과 인대의 움직임에 따라 성장판에 유입되는 혈류의 흐름도 촉진되어 아이들의 성장에 좋은 결과를 주죠“라고 말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유소년 연령층의 체육환경 부족이다. 아이들이 열심히 뛰놀고 많이 활동할 나이임에도 공부만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학교 체육시간도 점차 축소하는 추세다.
“운동 효과 외에도 농구는 사회성을 길러줘요. 개인종목이 아닌 5명이 하는 운동경기이기 때문에 단합을 배우죠. 여럿이 잘 해야 가능한 나눔을 배우는 스포츠가 농구의 또 다른 매력 아닐까요.”
김정미 리포터 jacall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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