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4.11 총선. 아무리 선거에 무관심해 보이는 주부라도 눈과 귀를 닫고 사는 것이 아니다. 아침 일찍 남편 직장 챙겨 보내고, 어른 모시고, 아이들 교육에 살림까지 도맡아 하다 보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주부들이지만 ‘나’에게 꽂히는 후보의 공약하나에 날을 세운다.
제19대 총선에 거는 기대와 냉소가 교차하는 시점, 지난 주 전주시 완산 갑·을 선거구 주부들의 ‘정치수다’에 이어 이번 주에는 전주 덕진 주부 유권자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김갑련(ktwor0428@hanmail.net)·김은영 리포터(key330@hanmail.net)
반값 등록금 정말 실현 될까?
고등학생과 중학생, 초등생 3자녀를 키우고 있는 박복례(46) 씨. 우선 요즘 공약의 이슈가 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에 대해 미덥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대학등록금 정말 부담스러워요. 등록금 올릴 때는 팍팍 올렸으면서 올해 대학에서 내놓은 등록금 인하 폭은 겨우 얼마 안 되는 돈이었어요. 각 정당에서 청년 유권자와 주부 유권자들을 잡기 위해 반값 등록금을 꼭 실현하겠다고 하는데, 정말 실현될까하는 의구심이 생겨요. 하지만 한편의 마음 속에는 반값 등록금이 빨리 실현되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이죠. 한 가지 공약이라도 그 공약만큼은 꼭 실현하겠다는 의지 있는 후보에게 투표하고 싶어요.”
주부들의 관심은 ‘반값 등록금’ 보다는 ‘실현가능’한 공약을 원했다. 그리고 당장 내 아이를 바라봤을 때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에 공감하고 있었다.
박복례 씨는 “예전에 모 시의원 후보자가 송천동에 보건소를 건립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운 적이 있어요. 그래서 주변 젊은 엄마들이 그 공약 하나 믿고 애 업어 가면서 투표를 했는데, 막상 당선이 되고서 사업진행이 잘 안 되더군요. 그걸 보면서 후보자들이 공약을 내세울 때 주부들 대상으로 공약을 걸면 ‘당선 확률이 높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보육비 지원 현실성 있게 개선해야
정부의 무상 보육비 지원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부들은 올해부터 바뀐 보육비 지원 정책에 대해 우려했다.
이명순(33) 씨는 “개개인의 필요에 따라 보육시설을 이용해야 하는데, 지금 보육정책으로는 0~2세 아이를 둔 전업주부 엄마들도 아이를 맡기게 됩니다. 저 역시 둘째가 두 돌이 안됐지만, 또래 친구들이 다 어린이집에 가고 없어서 어린이집에 보냈어요. 하지만 정작 큰 아이는 5살이 되어 어린이집에 가야할 시기인데, 보육비 혜택을 받지 못해요. 정말 어린이집에 가야되는 아이는 지원을 못 받고 있는 거죠. 5살 큰 아이 원비도 1년에 거의 400만원 정도 들어가요. 이거 뭔가 잘못된 정책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정부의 무상 보육비 지원이 올해는 0~2세와 만 5세가 모두 지원대상이다. 그러나 보육비를 지원하는 우선 순위가 현실적으로 잘못 되어 쓸데없는 예산낭비라고 주부들은 지적했다.
김금례(42) 씨는 “아직까지 지방은 아이를 집에서 돌보는 전업주부가 많은 편인데, 보육비가 지원된다니까 굳이 돌도 안 된 아이를 시설에 맡기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가정어린이집은 자리가 없어요. 이런 보육정책은 전업주부와 맞벌이 주부의 상황을 잘 몰라 생긴 것 같아요. 이들에 맞는 양육지원방식이 현실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고 강조했다.
금배지, 스스로 이룬 것이 아니라 우리가 드린 겁니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어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하루종일 얼굴 알리느라 여념이 없는 후보들이 눈에 띌 때마다 “정말 힘들겠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는 김영성(35)씨.
하지만 얼마 전 국회의원의 특혜에 대해 지인에게 이야기를 듣고 무척 놀랐다고. “국회의원 금배지를 단 하루만 달아도 ‘국회의원 평생연금 120만원’을 받는다면서요? 그리고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혜가 200가지도 넘는다고 들었는데 국회의원이 평생직장도 아니고 무슨 연금입니까? 우리가 국민연금 120만원을 받으려면 수십 년 동안 월급에서 떼 내는 게 얼만데... 자기들은 꼴랑 4년 일해 놓고 달달이 120만원을 받는다고 하니 이건 국민들 세금으로 자기네들 품위유지 하겠다는 건데요. 그러니 그 자리 내놓지 않으려고 난리들이죠”라며 흥분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덕진구에도 무소속 후보자들이 국회의원 수당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는데 그것마저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주부들.
금배지를 가슴에 다는 순간, 국회의원은 특권직이 아니라 지역구 주민들의 의사를 대변해주며 뜻을 펼치는 봉사직임을 “제발!” 맘속에 새겨야한다는 당부의 말도 놓치지 않는다.
일자리창출에 ‘주부’도 포함해 주세요!
결혼 14년차 주부 김금례(42) 씨.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들과 남편 뒷바라지만 한 세월이 13년. ‘이제 일 좀 해볼까?’하며 일자리를 찾아도 주부가 마땅히 할 만한 일이 없는 게 현실이다. 이제 마흔을 갓 넘긴 나이니 앞으로 살아갈 세월에 비하면 일은 필수인 것 같은데 미혼 때 했던 일들은 아무 소용이 없다고.
“전화로 문의하면 다 나이제한이 걸려요. 거의가 마흔 전의 주부를 구하거든요. 그런데 요즘 결혼 적령기도 늦어지고 출산도 늦어지다 보니 일할 만한 여건이 갖추어지면 이미 마흔이 훌쩍 넘거든요. 저는 도대체 왜 나이 제한을 두는지 잘 이해가 안가요. 나이 먹었다고 일 못하는 거 아니잖아요. 그러니 당장이라도 내가 꼭 일을 하고 싶다면 파트타임제로 마트나 식당을 선택해야 한다는 거죠. 사회적으로 청년들의 일자리나 노인 일자리에 대해서는 자주 언급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인데 정작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나이의 주부 일자리 창출에는 ‘나몰라라’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그는 말한다.
이밖에 전주 덕진구는 최연소, 최연장 후보자의 행보에도 관심이 컸다. 또한 후보들의 공약에 그다지 새로울 게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정치경험이 적을수록 더 청렴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대체적으로 크게 나타났는데...
우리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국회의원을 뽑는다는 생각에 주부들에게 이번 총선은 특별하다. 이번 총선 결과는 12월에 있을 대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주부들의 선택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 보였다. 이제 주부들의 소신 있는 선택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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