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가 서질 않는 간이역에 키 작은 소나무 하나, 기차가 지날 때마다 가만히 눈을 감는다’
노랫말에 나오는 키 작은 소나무처럼 기차가 지날 때마다 눈을 감고 상상에 빠져드는 한 소년이 있었다.
‘저 기차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저 기차에 탄 사람들은 모두들 어디에서 온 사람들일까?’
할아버지와 함께 살던 집(평택) 근처에 있었던 철길. 매일 매일 수많은 기차를 보며 막연히 기차가 좋아졌다. 정든 그곳을 떠나 서울로 온 소년은 언젠가부터 사진기 하나를 들쳐 메고 기차와 기차역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블로그 ‘치포치포의 기차이야기’가 탄생했다. 한영고 3학년 신승호(문과)군 이야기다.
기차여행, 블로그에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아
“어릴 때 자주 접한 기차가 제가 철로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입니다. 집이 철길 근처에 있어서 기차를 볼 기회가 무척 많았거든요. 선로변에 서서 기차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신군이 어릴 때 이야기를 들려준다. 유달리 기차를 타고 가족여행도 많이 다녔던 초등학교 시절. 그러다 중학생이 된 후부터는 혼자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카메라와 친해졌고, 여행의 이것저것을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2008년 1월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운영되고 있는 블로그 ‘치포치포의 기차이야기’다. 블로그에는 그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기차와 철도, 기차역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학교 이야기, 그리고 그가 좋아하는 음악에 관한 글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의 파란만장한 여행 일정을 담은 ‘기차 이야기’게시판, 국내 곳곳을 찾아다니며 카메라에 담은 기차역 풍경인 ‘기차역 방문’게시판은 그의 블로그를 대표하는 곳. 그 외에도 45개의 경춘선 연작글 ‘춘천 가는 기차’와 300여개의 철도동영상 등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그의 블로그다.
그의 여행은 사진공모전 입상에까지 이어졌다. KTX 개통 6주년 디카사진 콘테스트 6등, 네이버 포토갤러리 출사미션 영동선 3등을 수상했고 제111주년 철도사진 공모전 동영상부문에서도 입선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능내역 기획전시에 승호군이 찍은 사진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의 블로그 활동은 학교에서도 인정받아 지난해 학생들의 교육활동을 전시한 ‘한영 EDU-EXPO’에 그의 동영상과 활동물이 전시되어 많은 학생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지리의 신’으로 등극
우리나라 곳곳을 기차를 타고 다니며 승호군은 국내 지리를 그 누구보다 잘 아는 1인이 됐다. 그렇게 쌓은 배경지식 또한 상당하다. 단순히 ‘상식’으로만 알고 있었던 그의 지식이 ‘실력’으로 드러난 것은 교내 지리경시대회를 통해서다.
“1학년 때 우연히 나가게 된 교내사회경시대회 지리부문에서 지리과 금상을 수상했어요. 2학년 때에도 같은 대회 금상을 받았죠. 그리고 출전한 전국 지리올림피아드에서 서울대회 동상, 전국대회 동상을 받았습니다.”
대회와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며 관심을 갖게 된 지리학. 내친 김에 시간을 투자한 신군은 현재 세계지리까지 공부를 마친 상태다.
우리나라 숨은 명소까지 꿰뚫고 있고 지리 과목에 박식한 그를 친구들은 그의 성을 붙여, 또 신(神)이라는 의미를 더해 ‘지리신’이라 부른다. 신군 역시 진로를 ‘지리학과’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블로그, 기록의 중요성 깨닫게 해 줘
4년간 블로그를 운영하며 신군이 가장 절실히 느낀 것은 ‘기록의 중요함’이다.
승호군은 “블로그를 통해 기록을 남겨두지 않았다면 지금 제게 주어진 다양한 활동이나 기회는 아마 없었을 것”이라며 “기록으로 남겨진 다양한 활동의 결과물이 진로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또 하나, 기록을 통해 그의 글쓰기 실력 또한 많이 향상됐다. 교내 진로탐색보고서 경진대회 장려상(2010)과 은상(2011), 교내 과학독후감 경시대회 동상, 교내 국어경시대회 금상, 제8지구 자율장학회 백일장(산문)부문 장원 등의 다양한 수상내역이 그 실력을 가늠케 한다.
이제 3학년이 된 승호군. 앞으로 1년, 그에게 기차여행을 떠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대신 그는 학업에 집중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리학과나 지리교육과, 도시행정학과 쪽으로 관심이 많습니다. 제 적성을 좀 더 알아본 뒤 꼭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진학하고 싶습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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